여기저기 넘쳐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양면성, “제 점수는요~.”
여기저기 넘쳐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양면성, “제 점수는요~.”
  • 하홍민 기자
  • 승인 2013.10.16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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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요즘 대중문화의 모습을 짧게 표현하자면 ‘오디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시작한 슈퍼스타 K 시즌 2를 기점으로 시작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하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현재 공중파 3사는 물론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금 방영 중이거나 올해 방송예정인 오디션 프로그램 수만 20개 가까이 되고 관련 분야들도 춤(댄싱9, 댄싱 위드 더 스타), 힙합(쇼미더머니), 패션(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등으로 다양화되어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중문화의 핵심이라 말할 정도로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에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대학가요제가 인기를 끌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서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제작되었다. 특히 일반인들의 도전과 감동을 목적으로 시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일상 속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참가자들과의 감정적 교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하위 장르로서 자기만의 특색을 보여주며 우리나라 대중문화계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든 가장 긍정적인 기능은 바로 대중들이 능동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항상 수동적 입장에서 TV 프로그램을 바라보았던 시청자들은 이제는 자신이 대중평가단이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을 평가하는 위치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대중평가단이라는 위치는 이름뿐인 자리가 아니라 그 역할 역시 중대하다는 것을 지난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다. 이제는 대중들에게 권력이 생긴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은 과거보다 내가 원하는 가수를,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볼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전에는 대중들이 쉽게 가수를 평가할 수 없고 가수들 역시 대중들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으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적나라하게 대중과 가수 간의 소통을 보여주었다.
또,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 중 특히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이 부른 좋은 노래들이 뒤늦게 인기를 끄는 일도 빈번했으며 참가자들이 불렀던 노래들이 실시간 순위에도 오르며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질 수 있는 대중성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신선한 인재를 발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9월 말 발표되었던 버스커버스커의 신곡들은 실시간 음원 순위를 쓸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발굴한 가요계의 신선한 블루칩임을 증명했다. 가요뿐만이 아니라 춤, 판소리, 힙합, 모델, 요리, 창업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기존에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여러 인재를 발굴하는 데 일조하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열풍을 일으킨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후폭풍을 가져왔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리는 편집 방식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한 출연자를 마녀사냥 시키기도 하고, 사연을 부풀려 말하기도 한다. 한 개인의 인격모독이 일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기능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지나친 상업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측면은 간접광고 PPL(Products in Placement)을 통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PPL 광고수익과 음원 수익, 모바일 투표 수익 등 새로운 수익구조를 통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익용 프로그램으로 전락시켰다.
마지막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제한한다. 매년 같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방송을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지루하게 인식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능 채널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방송하고 있으며 특히 매년 방송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참가자들의 수준조차 낮아지고 있어 시청자들의 한숨만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오디션의 본질은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도전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감동이어야 하지만, 경쟁의 과팽창, 승자만을 살아남는 독식구조, 음악의 도구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일으키며 방향을 상실한 배처럼 TV 속을 떠다니고 있다.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의 일면을 드러내며 ‘모두가 승자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승자는 하나이며,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승자독식의 방식에 길들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돈을 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재미없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TV 프로그램들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똑같은 장르만을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아가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재미없으면 보지 마라.” 이런 방식의 생각을 하는 무책임한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원하는 시청자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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