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변화발전을 위한 길
진정한 변화발전을 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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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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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들려오는 대학평가 결과들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THE Times의 설립 50년 이내 세계대학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는 기억이 생생한데,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최근의 THE 세계대학평가 결과는 세계 60위, 국내 3위로 나와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졌다. 조선일보 QS 랭킹에서는 세계 100위 밖으로 밀려난 반면, 중앙일보 평가에서는 5년 만에 국내 1위로 선정되었다. 주요 대학평가의 결과들이 이렇게 들쭉날쭉하니, 그러한 대학평가 결과를 아예 무시하지 않는 한, 말 그대로 표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곤란할 지경이다.
마음의 안정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몇 가지 덧붙일 수 있다. 먼저 학과 발전 전략의 수립 문제를 들 수 있다.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선 지 2년이 넘는 시점에 여전히 학과 발전 전략의 수립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그 자체가 실로 큰 문제다. 이에 더하여 학과의 발전 전략이 수립되어야 새로운 교수 충원이 가능하다는 정책 기조는, 우리대학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사업인 향후 10년 간 교수들의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야 하는 과제의 수행이 안정적으로 착실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 외에, 직원사회 전반에 걸쳐 강도 높게 진행되는 윤리교육 정책이나 학생들의 학업 및 여가생활 관련 시설들의 운영방식에 대한 변경안들, 그리고 대학원생들이 관련된 산학장학금 정책의 변화 등도 우리대학의 구성원들 각각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안들이다.
이상의 모든 일들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념 위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하고 현재까지 없었던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유형무형의 압박 속에서 학생과 교직원 모두 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상태를 바라며 변화를 시도할 때만 발전이 있음은 물론이고, 인류의 역사가 바로 그러한 방식으로 발전해 온 것도 넓은 시야에서 보면 자명한 일이다. 개교 이래 우리대학이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 사반세기를 갓 넘은 짧은 역사지만 끊임없는 쇄신의 노력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너나없이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갖기 어려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 발전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수적이고 현재에 안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변화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발전의 시도도 전통을 존중하며 현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원칙 또한 자명하다. 변화의 필요성이 현재 상태를 인정하면서 그로부터 더 나은 발전을 향한 출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태를 부정하고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구축하려는 식으로 이루어질 때, 변화발전을 이루어야 할 당사자들은 안정과 여유를 잃고 무엇에 쫓기듯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로 당장 어떠한 변화가 만들어진다 해도, 그것이 지속성을 가지는 진정한 발전일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현재의 변화를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끄는 것은 변화발전을 만들어내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고 이들의 자발성은 안정된 상태에서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까닭이다.
우리대학의 지난 역사가 혁신을 통해 발전해 온 것임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대학의 구성원들 대부분이 항상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지난 27년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고 존중해야 마땅하다. 극소수를 제외한 교수들 모두가 연구와 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 오늘의 우리대학을 만들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직원들이 봉사하는 자세로 맡은 임무들에 충실을 기해 왔고, 이렇게 마련된 환경에서 우리 학생들이 학업에 정진한 결과가 오늘의 영광을 가능케 해 왔다. 따라서 이들 대학 구성원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면 어떠한 변화의 시도도 궁극적인 성공을 기약할 수 없다.
이러한 지적은 현재 상태에 안주하자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의 시도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과정이 구성원 모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부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사정이 이러한 바탕에 혹시라도, 지금까지 우리대학의 구성원들이 땀 흘려 노력하며 서로를 격려해온 전통과 그 위에서 가능해진 현재까지의 성과 전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라면,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소통의 노력이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규정과 방침으로 변화를 재촉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변화발전을 시도할 수 있도록 존중하며 설득하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 결과로 대학 구성원 모두가 마음의 안녕을 찾고 현재 상태에 보람을 느끼며 더 나은 미래를 주체적으로 계획하게 될 때 진정한 변화발전의 길이 열릴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