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과 아산서원
POSTECH과 아산서원
  • 이재하 / 화학 09
  • 승인 2013.10.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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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2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총 8개월 동안 아산서원에서 수학하였다. 아산서원은 국내 저명의 think tank인 아산정책연구원 산하에 있는 인문학 교육기관이다. 2012년에 개원하였으며, 인문학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의 리더를 교육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교육은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인문학 교육과 미국 워싱턴 D.C.에서 이루어지는 해외인턴을 합하여 총 10개월간 진행된다.
필자는 향후 박사 진학까지 생각하고 있는 공학도이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인문학 과목을 몇 접하긴 하였지만 아무래도 주요 교과목이 아니었고 또한 학교 분위기상 인문학에 심취하여 학교생활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아산서원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과학도에게 역시 인문학이 굉장히 커다란 의미를 가짐을 새삼 실감하였다.
과학자의 발명품이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공학에서는 경제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용적인 측면을 차치하더라도, 인문학은 여전히 과학도에게 중요하다.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 역시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령 아산서원에서 공부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서로 대립하는 역사관에 대해 고민해 볼 기회가 있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한국과 미국의 정치 체제를 비교해가며 토론을 벌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주제로 고민한다 해서 나의 전공 지식이 풍성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인문학에서 제시하는 여러 주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나의 가치관을 구성해나갈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이 대단히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가치관을 구성한다는 의미는 내가 생각을 해서 나의 의견을 펼친다는 의미이고 이것이야말로 삶을 진실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사람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때문에 인문학에서 다루어지는 주제와 한 개인의 삶은 굉장히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 예로, 필자가 아산서원에서 공부한 정치 과목에는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한 개인이 어떤 집단에 속했을 때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가는 집단에 속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는 특히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아산서원에서는 이러한 생각을 생각에서만 끝나지 않게끔 해주는 기회가 많았다. 아산서원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광화문과 워싱턴 D.C.를 오가며, 내가 대학생활 4년 동안 만났던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을 8개월간의 아산서원 기간 동안 만났던 것 같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에 대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해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 자신에 대해서도 성찰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결국 인문학에서 다루어지는 논제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산서원 8개월 동안 제 행복의 지침을 어렴풋하게나마 발견하였다. POSTECH에서 공부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을 아산서원에서 채울 수 있었다. 더불어 행복을 위한 고민이 POSTECH에서도 보다 심도 있게 다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