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다홍치마
이왕이면 다홍치마
  • 곽연수 / 화공 12
  • 승인 2013.09.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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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만으로 최고의 신문을 만들 수 있을까? 디자인이 기능만큼 중요시 여겨지는 요즘에는 기사의 질이 신문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동가홍상(同價紅裳), 같은 값이라면 보기 좋은 다홍치마를 사듯이 신문 또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줄 디자인과 함께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이번 독자리뷰에서는 포항공대신문의 내면이 아닌 외면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지난 336호를 읽으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10~11페이지의 포항시를 소개하는 기획 기사, ‘불과 빛의 도시, 르네상스를 향해 가다’였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를 향해 나아가는 포항의 변화를 역동적으로 서술한 기사 내용에 비해 이를 뒷받침해주는 디자인적 요소는 매우 초라했다. 헤드라인에 사용된 ‘한컴옛체’를 연상시키는 폰트에서는 아마추어리즘이 느껴졌고 한가운데 배치된 그림은 그림판으로 서툴게 작업한 티가 역력했으며 심지어 해상도를 고려하지 않아 사진이 전부 깨진 상태였다.
폰트의 중요성은 PPT를 보면 명료하게 드러난다. 화려한 배경에 여러 효과를 쓰더라도 알맞지 않은 폰트를 사용하면 조잡해 보이기 쉽지만, 무지 배경이라도 세련된 폰트가 곁들여진 PPT는 잘 만들었다는 인상을 준다. 텍스트가 주 전달 요소인 신문 또한 적절한 폰트의 사용이 매우 중요하며, 이 때문에 신문 업계에서도 글자를 소재로 한 디자인인 타이포그래피가 주목받고 있다. 신문에 사용되는 폰트 자체가 주는 인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여러 폰트가 신문 전반에서 어우러지고 일관성을 띄어야 한다. 포항공대신문은 현재 신문에 사용하고 있는 여러 폰트가 최선인가에 대해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기사와 함께 덧붙이는 그림은 단순한 시각 자료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때로는 신문의 전반적인 인상을 결정하기도 한다. 지금은 명료한 구성과 적합한 배치, 스토리텔링을 통해 최적화된 정보를 전달하는 인포그래픽스의 시대이다. 한 장의 그림이라도 어떤 구성과 표현을 취하는가에 따라 전달하는 정보의 양과 질이 크게 차이날 수 있다. 포항공대신문 또한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며, 앞으로 점차 더 나은 시각 자료를 제공할 것을 기대한다.
대학신문에 프로의 디자인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포항공대신문의 애독자로서, 좋은 음식이 좋은 그릇에 담기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