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언제 나오나요?
에어컨, 언제 나오나요?
  • 임정은 기자
  • 승인 2013.09.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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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대한민국은 전기와의 전쟁으로 치열했다. 전력수급이 ‘비상’ 상태가 되면서 정부가 8월 12일에서 14일까지 공공기관의 냉방을 금지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대학 또한 전력부족 현상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계속되는 포항의 폭염으로 포스테키안들은 밖에서, 연구실에서, 기숙사에서 더위에 허덕였다.
물론 전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시원함으로 무장한 카페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대학에도 모든 곳이 더운 것은 아니었다. 중앙냉방만 갖추고 있는 연구실은 정부에서 발표한 ‘에너지사용 제한’에 따라 중앙냉방 공급중지 시간에는 30도가 넘는 환경에서 연구를 계속해야 했지만 중앙냉방 이외에 다른 냉방시설을 갖추고 있는 실험실의 경우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드물게는 서늘한 곳도 있었다.
연구실뿐만 아니라 기숙사 지역에서도 학생들의 불만은 계속됐다. POVIS 자유게시판에는 더위로 인한 수면부족을 호소하며 중앙냉방 공급중지 시간에 속하지 않는 새벽에 냉방 공급이 중지되는 것을 항의하는 글이 게시됐다. 또한 학부생의 경우에는 대학원생과는 또 다른 시간대에 에어컨 가동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에너지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정부의 지침을 잘 준수하고 이행하는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학교의 냉방 정책에 학생들의 편의성은 반영되지 않았다. 학교는 단지 국가의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에 따라 냉방기 가동을 조절했을 뿐 진정 학교의 상황을 고려한 냉방기 가동에는 실패했다.
중앙냉방만 갖춘 곳은 더위 속에서, 개인냉방을 갖춘 곳은 쾌적함 속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불평등하다. 아무리 개인냉방의 차이가 있더라도 일하는 온도의 차이는 크지 않게 조절돼야 한다. 또한 기숙사 동의 위치, 층수, 개인적인 체질을 모두 고려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수요량이 크게 다른 대학원생들과 학부생들이 사용할 에어컨의 가동시간은 조절할 필요가 있다. 수요 조사가 없는 냉방 정책은 오히려 에너지 낭비를 부추길 수 있다.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자 뒤늦게 8월 13일부터 총학생회 기숙사자치회에서 냉방시간 선호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지만 아직 실질적인 조치는 찾아볼 수 없다.
일방적인 에너지 정책은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연구와 다른 활동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올해의 남은 여름 동안 냉방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을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여름을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