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공간이 당신을 ‘창의’롭게 하는가 : 창의성의 본질과 공간과의 상호작용
정말 공간이 당신을 ‘창의’롭게 하는가 : 창의성의 본질과 공간과의 상호작용
  • 이승훈 객원기자
  • 승인 2013.06.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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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공간과 창의성
▲개방성을 강조한 구글코리아의 사무실 (사진출처: 중앙일보)
그러니까 누가 뭐라 해도 지금은 창의성의 시대다. 우리대학에도 ‘창의성’을 앞세운 창의IT융합공학과가 생겨났음은 물론이고,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미래창조과학부를 필두로 창의성을 선봉에 세 운 많은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는 기획서 제목에 창의성, 창조성만 포함된다면 통과된다는 농담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바야흐로 창의성의 시대다. 한때는 ‘창의성’ 대신 ‘스마트’, ‘소셜’이 있었던 것처럼 창의성 또한 한때의 유행에 지나지 않을 단어일지도 모르지만, 현재 창조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소셜, 스마트처럼 몇몇 사례들로 인한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산업 전반적인 그리고 노동 자체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거에도 ‘IQ보단 EQ’라는 말과 함께 창의성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으나 추상적이고 모호한 내용에 그쳤던 과거에 반해, 현재는 창의성을 통한 사회 전반적인 혁신이 강조되고 있다. 이 근간에는 현재 급속도로 더뎌진 산업의 전반적인 발전 속도가 위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사회, 나아가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창의성’을 통한 발전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의문은 이러한 것이다. 첫째,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둘째, 그 창의성을 어떠한 방법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 타고나는 것인지, 환경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 우선 창의성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창의성(‘창의성’, ‘창발성’, ‘창조성’ 등 다양하게 활용되나 여기서는 통칭 ‘창의성’으로 통일한다)이란 ‘새로운 관계를 지각하거나 비범한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등, 전통적 사고유형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뜻하며, 간단히 말하자면 ‘새로운 무엇을 만드는 활동’을 풀이할 수 있다. 창의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지적 능력, 지식, 사고유형, 성격, 동기, 환경 등이 꼽히나, 본 글에서는 환경, 더 중점적으로는 공간과 창의성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하여 창의성을 설명하려 한다. ‘창의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환경이다’라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며, 기업과 국가의 원천 경쟁력으로 창의성이 손꼽히는 현재, 기업들이 이를 위해 앞다퉈 변화시키는 것이 업무 공간이기 때문에 창의성과 공간이라는 관점에서의 실질적인 상호작용을 분석하려 한다. 최근 우리대학의 창의IT융합공학과 내에서 만들어진 ‘창의 공간’은 물론, 대표적인 혁신기업들로 꼽히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넓고 쾌적한 사무공간, 다양한 색깔로 꾸며진 벽 등 기존 우리의 생각 속에 고착된 사무 공간(정형화된, 사각형의, 무채색의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떠오르게 된다. 이는 NHN, 다음과 같은 국내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최근 많은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기존의 업무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공간은 실재하는가, 창의적인 기업의 원동력은 그 ‘창의적인 공간’ 때문인가, 공간은 정말로 창의성에 영향을 주는가. 공간과 창의성과의 관계를 증명하는 과거의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존재한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MIT의 방사선실험실은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 확장을 필요로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건물은 단 하루 만에 설계되었고, 단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완공되었다. 디자인은 철저히 무시되었고, 필요성만을 위한 건축이었는데, 1988년 철거될 때까지 첫 비디오게임, 마이크로웨이브의 원리, 고속 사진, Bose사의 탄생, 컴퓨터 해킹의 발명 등 주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룩한 혁신적인 공간으로 존재했다. 아니, 조악하고 임시적으로 만들어진 건물 속에서 어떻게 과학자들은 혁신을 이룰 수 있었는가. 재미있게도, 건물의 비효율적인 디자인이 과학자의 창의성을 향상시켰다. 이 건물은 짧은 기간 동안 지어졌기 때문에 복도가 비효율적으로 건축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이 긴 복도에서 수없이 마주치고 또한 길을 잃어 서로에게 방향을 물어야 했다. 이 비효율성은 과학자들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고, 또한 과학자들이 임시적인 공간으로 인식하였기에 필요에 맞게 공간을 변화시키는 일도 가능하였다. 필요에 따라 3층의 공간으로 확장을 하는 등의 건물 자체에 내재된 가변성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였고, 이를 통해 과학자들의 창의성은 향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MIT의 사례뿐 아니라, 공간과 창의성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실증적인 연구 또한 존재한다. 첫째, 미국의 심리학자 크리스티안 재럿은 직선형의 가구보다는 곡선형 가구에 사람들이 더 친밀함을 느낀다는 것을 발견해냈고, 비슷하게 시벨 다즈키르는 곡선형의 가구가 피실험자들에게 편안함과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것을 발견했다. 둘째, 2009년 에 소개된 실험에 따르면, 빨강색과 파란색 등 다양한 배경에서 인지검사를 실험한 결과, 파란색배경에서의 피실험자들이 붉은 색의 조건에서의 피실험자들보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많이 내놓았다고 한다. 이러한 원인은 파란색은 하늘이나 바다를 연상시키며 현재 자신이 위치한 공간이 아니라 하늘과 바다를 연상하며 상상할 수 있는 조건이 피실험자에게 제공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세 번째로, 칼슨 경영대학의 존 메이어즈-레비 교수는 천장의 높이와 사고 유형의 관계를 연구하였으며, 높은 천장 아래의 사람들이 창의성이 강조되는 퍼즐을 잘 푸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 또한 파란색의 조건과 마찬가지로, 높은 천장은 피실험자들에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였고 이를 통해 창의력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본 세 가지의 연구사례는 앞서 언급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다음 등의 업무공간이 왜 높은 천장, 알록달록한 다양한 색깔, 그리고 곡선적이거나 추상적인 가구,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이동거리와 사무공간의 배치를 기획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준다. 흥미로운 것은 창의성을 제고시키는 업무공간은 하나같이 과거의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책상 몇 대를 더 둘 수 있는 공간은 비워두고, 직선가구라면 더 효율적인 배치가 가능하지만 곡선가구를 놓는 것, 가장 짧은 이동거리를 대신해서 복잡하고 긴 이동거리로 디자인하는 것, 한 층을 더 둘 수 있는 것 대신 높은 천장을 두는 것 등 비효율성을 통해야만 창의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 과거의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이었던 것이 현재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기업의 경쟁력, 본질적으로는 노동 자체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들 아는 것처럼, 산업혁명 이후의 급진적인 성장에는 육체노동이 뒷받침되었으며 이 육체노동의 핵심에는 대량생산을 위한 분업화가 존재했다. 이는 작업 자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생산성의 급진적인 향상으로 이어졌으나 20세기 중반 이후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산업사회의 기계, 육체 노동력은 개인의 지식노동을 강조되는 방식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톰 피터스가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며, 특히 창조성과 상상력”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더 빠르게,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은 과거의 패러다임일 뿐 현재는 지식노동, 창의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이동되었고 이에 맞춰 기업들은 이 창의성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핫 데스킹’, ‘스마트 워크’, ‘창의적인 업무공간’은 모두 창의성을 제고시키려는 기업들의 고민에 대한 결과물이다. 창의력이 강조되는 현 사회에서 더 이상 공간은 효율성을 목적으로 계획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건물 속에서, 엄밀히 말하자면, 벽과 벽 사이에서 보내며, 작은 책상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배치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존재하며, 창의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다. ‘공간’의 의미는 변화했다. 현 사회에서 ‘공간’은 더 이상 한 개인만의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디자인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소통을 통한 융합과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덧붙여서, 창의성을 통한 혁신을 대표하는 것은 벤처기업이며, 창의성에 영향을 끼치는 소통의 공간은 자연히 벤처기업의 육성에 영향을 끼친다. ‘까페 테이블마다 기업이 하나씩 싹튼다’는 실리콘밸리는 물론, 최근 창업에 대한 붐이 불고 있는 카이스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교내 외에 소통의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대학은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변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은 조바심이 든다. ‘R&D 업무공간의 창의성 지원을 위한 공간구성 방법에 관한 연구(2011)’에 따르면, R&D 업무공간 또한 △탈경계성의 가변적 구조 △업무에 따른 유연적인 팀별 공간 배치 △다수의 다양한 회의공간과 휴식공간의 보유 △쾌적한 환경 △자율적인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벤처기업뿐 아니라, 최상위의 지식노동인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창의성 향상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대학은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공간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창의성을 향상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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