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공간과 창의성
그러니까 누가 뭐라 해도 지금은 창의성의 시대다. 우리대학에도 ‘창의성’을 앞세운 창의IT융합공학과가 생겨났음은 물론이고,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미래창조과학부를 필두로 창의성을 선봉에 세 운 많은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는 기획서 제목에 창의성, 창조성만 포함된다면 통과된다는 농담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바야흐로 창의성의 시대다. 한때는 ‘창의성’ 대신 ‘스마트’, ‘소셜’이 있었던 것처럼 창의성 또한 한때의 유행에 지나지 않을 단어일지도 모르지만, 현재 창조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소셜, 스마트처럼 몇몇 사례들로 인한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산업 전반적인 그리고 노동 자체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거에도 ‘IQ보단 EQ’라는 말과 함께 창의성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으나 추상적이고 모호한 내용에 그쳤던 과거에 반해, 현재는 창의성을 통한 사회 전반적인 혁신이 강조되고 있다. 이 근간에는 현재 급속도로 더뎌진 산업의 전반적인 발전 속도가 위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사회, 나아가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창의성’을 통한 발전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의문은 이러한 것이다. 첫째,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둘째, 그 창의성을 어떠한 방법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 타고나는 것인지, 환경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 우선 창의성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창의성(‘창의성’, ‘창발성’, ‘창조성’ 등 다양하게 활용되나 여기서는 통칭 ‘창의성’으로 통일한다)이란 ‘새로운 관계를 지각하거나 비범한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등, 전통적 사고유형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뜻하며, 간단히 말하자면 ‘새로운 무엇을 만드는 활동’을 풀이할 수 있다. 창의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지적 능력, 지식, 사고유형, 성격, 동기, 환경 등이 꼽히나, 본 글에서는 환경, 더 중점적으로는 공간과 창의성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하여 창의성을 설명하려 한다. ‘창의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환경이다’라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며, 기업과 국가의 원천 경쟁력으로 창의성이 손꼽히는 현재, 기업들이 이를 위해 앞다퉈 변화시키는 것이 업무 공간이기 때문에 창의성과 공간이라는 관점에서의 실질적인 상호작용을 분석하려 한다. 최근 우리대학의 창의IT융합공학과 내에서 만들어진 ‘창의 공간’은 물론, 대표적인 혁신기업들로 꼽히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넓고 쾌적한 사무공간, 다양한 색깔로 꾸며진 벽 등 기존 우리의 생각 속에 고착된 사무 공간(정형화된, 사각형의, 무채색의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떠오르게 된다. 이는 NHN, 다음과 같은 국내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최근 많은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기존의 업무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공간은 실재하는가, 창의적인 기업의 원동력은 그 ‘창의적인 공간’ 때문인가, 공간은 정말로 창의성에 영향을 주는가. 공간과 창의성과의 관계를 증명하는 과거의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존재한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MIT의 방사선실험실은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 확장을 필요로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건물은 단 하루 만에 설계되었고, 단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완공되었다. 디자인은 철저히 무시되었고, 필요성만을 위한 건축이었는데, 1988년 철거될 때까지 첫 비디오게임, 마이크로웨이브의 원리, 고속 사진, Bose사의 탄생, 컴퓨터 해킹의 발명 등 주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룩한 혁신적인 공간으로 존재했다. 아니, 조악하고 임시적으로 만들어진 건물 속에서 어떻게 과학자들은 혁신을 이룰 수 있었는가. 재미있게도, 건물의 비효율적인 디자인이 과학자의 창의성을 향상시켰다. 이 건물은 짧은 기간 동안 지어졌기 때문에 복도가 비효율적으로 건축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이 긴 복도에서 수없이 마주치고 또한 길을 잃어 서로에게 방향을 물어야 했다. 이 비효율성은 과학자들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고, 또한 과학자들이 임시적인 공간으로 인식하였기에 필요에 맞게 공간을 변화시키는 일도 가능하였다. 필요에 따라 3층의 공간으로 확장을 하는 등의 건물 자체에 내재된 가변성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였고, 이를 통해 과학자들의 창의성은 향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MIT의 사례뿐 아니라, 공간과 창의성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실증적인 연구 또한 존재한다. 첫째, 미국의 심리학자 크리스티안 재럿은 직선형의 가구보다는 곡선형 가구에 사람들이 더 친밀함을 느낀다는 것을 발견해냈고, 비슷하게 시벨 다즈키르는 곡선형의 가구가 피실험자들에게 편안함과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것을 발견했다. 둘째, 2009년 저작권자 © 포항공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