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달 4월을 보내며
과학의 달 4월을 보내며
  • 김준 / 생명 09
  • 승인 2013.05.22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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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에서는 기초과학을 들먹이며 정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지적 호기심 충족을 위한 기초과학이 아니라, 기술개발을 위한 수단인 기초연구임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과학이란 결국 기술 개발이나 경제 발전의 원천이 되는 수단으로 전락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과학은 그런 도구적 가치밖에 지니지 않는 것일까?
나는 생물학이 인간의 사고 방식을 바꿔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생명과에 입학했다. 굴드와 도킨스의 책을 읽었고, 마이어와 모랑쥬의 책을 읽고 생명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것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연구와 큰 괴리가 있었다. 당장 서점에 가서 과학을 다루고 있는 책의 종류와, 실제 연구 현장에서 어떤 연구가 이뤄지는지를 비교해보면 이것이 아주 위험한 착각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신약 개발, 당연히 중요하다. 질병을 치유하는 약을 개발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단지 그것만이 과학인 것은 아니다. 과학은, 내가 생각하는 과학은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준 그것, 생각의 틀을 바꾼 그것, 어쩌면 그저 궁금하고 재미있어서 하는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기초과학을 하기란 정말 어렵다. 이 때문인지 한쪽에선 기초과학을 키워야 산업기술이 발전하고 경제가 발전한다는 논리로 기초과학 육성을 옹호해왔지만, 실질적인 결과는 별로 나온 것 같지 않다. 미국 사례를 보더라도 산업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기초과학은 어쩌면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딱히 경제 발전과 상관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냥 단순하게, 이 또한 과학이라고 외치면서 한국의 문화를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그 상황을 회피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적어도 다음 세대는 똑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상황을 바꾸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 아닐까? 과학의 달을 돌이켜보면서 과학 문화, 보다 정확히는 문화로서의 과학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