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자연을 탐하다: 생체모방로봇
로봇, 자연을 탐하다: 생체모방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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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0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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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생명체보다 뛰어난 능력은 지능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자연 속에서 살아남았고 현재의 발달된 인간사회를 구축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간은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생명체의 뛰어난 능력을 동경했다. 그리고 현대 과학기술 시대에서는 이를 동경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재현, 모방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생물체의 시스템과 구조 등을 공학적으로 연구하여 활용하는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이라는 용어도 17세기에 등장하여 20세기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생체모방공학의 한 분야로 생체모방로봇이 있으며, 의료겚본?산업적으로 높은 활용성을 보이고 있다. 생체모방로봇의 정의, 역사, 종류 등을 살펴보고 실용화에 성공한 로봇을 소개한다. 또한, 생체모방로봇을 개발하기까지의 과정, 사용되는 기술 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한발 한발 내딛어가는 생체모방로봇

 

생체모방은 자연의 설계 및 프로세스를 모방하는 것으로 1997년 재닌 M. 베니어스(Janine Benyus)가 쓴 책 ‘생체모방’에 의해 학문적으로 정립됐다. 하지만 사실상 생체모방은 원시시대 때부터 역사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원시시대에 짐승의 날카로운 발톱에서 칼과 화살촉 등의 사냥 무기들을 만들어 내는 등 다른 생물들의 생활과 자연 속에서 지식을 습득하여 적용해왔다. 새처럼 하늘을 날고자 박쥐를 본 따 만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행기부터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 구조를 이용한 의료용 접착패치 개발까지 생체모방은 오랜 시간 인간에게 영향을 주었다.
현재 생체모방은 제품디자인, 농업, 의약, 연료 등 많은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기존의 로봇으로는 하기 어려웠던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로봇 또한 생체모방 학문과 결합하여 생체모방로봇이라는 새로운 로봇 분야를 개척했다. 생체모방로봇 연구는 학문 이름 그대로 생체를 관찰하고 모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생체의 움직임이었고 이동 메커니즘 모방을 초기에 다뤘다. 1998년 ‘Rhex’라는 바퀴벌레의 다리 메커니즘을 모방한 로봇연구를 시작했다. 이전까지 로봇의 이동수단이 바퀴로 한정돼 있어 진입 가능한 환경이 적었지만, 다리 모양을 기반으로 한 이동수단 개발로 로봇이 한층 더 발전하게 됐다. 사람, 말, 개, 벌레 등 다리가 있는 다양한 생명체들을 모방하여 이족 보행 로봇, 4족 보행 로봇, 다족 로봇을 개발했다. 특히, 이족 보행 로봇은 인간을 모방하여 인간과 똑같은 로봇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휴머노이드와 안드로이드가 이족 보행 로봇(생체모방로봇)에 속함을 알 수 있다.
공중로봇과 수중로봇에서도 생체모방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졌다. 공중로봇은 새처럼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었지만, 새의 날갯짓을 통한 비행을 기존에 있던 제작방식과 재질로는 구현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생체모방로봇 기술이 소형화와 경량화를 추구하는 추세로 넘어가면서 다양한 제작방식과 물질들이 개발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새와 곤충을 닮은 실제 비행로봇들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그 예로, 독일 FESTO 사에서 개발한 갈매기 모양의 로봇인 스마트 버드(Smart Bird)는 신소재로 만들어져 무게가 450g밖에 안 되며 갈매기의 외관뿐 아니라 비행 모션도 매우 흡사하다. 아직 소형 비행체의 경우, 제작과 제어에 까다로움이 많이 남아있어 파리 크기의 로봇이 상용화되기 위해선 많은 발전 단계들이 남아있다.
위처럼 21세기에 들어와 다양한 생체모방로봇의 연구와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져, 현재에는 모방 기술의 뛰어난 진보와 획기적인 연구 성과로 초기 실험실 수준을 벗어나 다양성과 실용성의 수준이 높아졌다. 여러 생명체의 특성을 합쳐 한 생체모방로봇에 나타내기도 했다. 그 예로, 바퀴벌레의 빠른 이동속도와 잠자리의 수직상승, 수평이동 등 변화무쌍한 비행능력을 합쳐 지상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잠자리처럼 날아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생체모방로봇이 생겨난 초기에는 이동 메커니즘 모방을 시작으로 외형을 중점으로 모방하다가 점점 발전하여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하여 혁신적인 로봇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래에는 더 많은 기술과 재질의 개발로 현대에 상상하기 어려운 로봇들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철 기자 humanst0ry@postech.ac.kr

 

생체모방적 무인화 로봇의 미래

 

우리가 미래를 예상할 때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고 조망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로봇, 생체모방 기술,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발전은 너무 광활한 영역이라서 짧은 두 면으로 너무 부족하지만, 굳이 정리해서 한 줄로 표현한다면, 예상할 수 있게 진전되기보다는 오히려 상상이 현실을 탄생시켜가는 분야가 바로 생체모방적 무인로봇 분야(인간형 로봇을 포함해서)에서 전개될 것으로 생각한다.
2015년경이면 무수히 많은 로봇들이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측해왔으나, 주위를 둘러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로봇이라 하면, 아직도 무대 위에 올라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반복재롱이나 보여주는 수준이라는 인식이 많고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수준과는 수위가 다른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친숙하지 않을 뿐, 이미 로봇은 산업현장이나 다양한 종류의 일터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러한 혁명은 이미 출발선을 지나 진행 중에 있다고 단언 할 수 있다. 이제 가까운 장래에 로봇산업(포괄적 의미에서)은 80년대 컴퓨터산업의 혁명에 견줄 수 있을 만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서게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우리가 비행기 탑승 전에는 비행기가 보이지만, 타고 난 후에는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없을 뿐, 사실은 날고 있고, 수 시간 후 에는 탑승한 곳과 완전히 다른 곳에 내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로봇이 PC를 책상에서 밀어내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서게 될 것인데, 이러한 추세가 산업 전반에 몰고 올 대변혁은 규모나 일자리 창출 면에서 현재의 자동차산업이나 컴퓨터 산업을 맞설 만큼 성장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Future Horizon(영) 그룹은 전자산업의 끝에 로봇산업이 있다고 전망할 정도이다.
로봇이 일상생활에 가깝게 등장하고 산업도 확장되기 시작하고 있다면 국방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새로운 수단만의 관점에서 본다면 핵폭탄의 등장에 비견될 정도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로봇과 생체모방적 무인화 시스템의 비약적 발전은 자연과 인공적 산물의 주체적 역할까지 바꿔 놓을 수 있는, 즉,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보듯이 인공적 탄생물이 인간과 생체적 환경을 종속시켜 상호의 지배적 관계조차 모호해지는 심각한 미래 문제까지도 잉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흥미로운 관점에서만 조망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로봇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감당해야 하는 무겁고, 윤리적 주제가 따라온 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할 수 있다.
태고에서부터 소멸되지 않고 생존해 남은 바퀴벌레는 그냥 혐오스럽다고 넘기기보다 무엇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인간까지를 포함한 생물체에 발현된 원리들을 적용하려는 연구와 성과가 크게 진전되면서, 날고, 기고, 수영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로봇들이 탄생하고 있다. 즉, 상상 영역에 있던 생체모방 로봇들이 점차 국방분야와,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극한분야에서, 기존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작업에 새로운 지평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생물분야에서 방대한 자료가 축적되어가면서 로봇에 적용하여 실현시키는 것이 가속적으로 가능하게 진전되어간다는 점이다. 15년 전만해도 생물체의 원리를 파악하기는 했지만 막상 장치로 실현시키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나, 저렴하고 강력한 processor와 새로운 소재들로 인해 실험실에서 가능성만을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 실제 사용하는데 한 걸음 바싹 다가서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얻어진 성과나 지식들이 당장 유용한 결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아주 가까운 장래에 생물체 기능의 단순복사 영역을 뛰어넘어 지능화된 무인화 로봇의 가장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명백하다. 생물체를 모방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긴 세월 동안 적응 생존한 최적결과라는 답을 이용하려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다. 극한환경, 우주, 심해개척, 전쟁 영역에서는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보편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환경에서는 순간적 대응능력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생체모방적 무인화 로봇이 가장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김수현 / KAIST 국방무인화 특화연구센터 교수

 

▲LS3(Legged Squad Support Systems)
LS3는 개의 이동 메커니즘을 모방한 4족 보행로봇으로, 최대 180 kg의 군용물자를 수송하며 분대를 지원할 수 있는 산악지형 보행로봇이다. 군인을 따라가는 등 사용자의 명령을 인식하며, 머리 등에 장착된 센서로 주변 지형을 파악해 장애물을 피하고,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 험난한 지형에서 이동할 때 1~3 mph(0.4~1.3 m/s), 평지에서 움직일 때 5 mph(2.2 m/s), 평지에서 달릴 때 7 mph(3.1 m/s) 정도의 속력을 낸다. 이 로봇은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 군사로봇 개발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사에서 개발 중이며 작년에 데모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같은 회사의 ‘BigDog’에서 더 발전된 형태로, ‘AlphaDog’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사진출처 -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 홈페이지(www.bostondynamics.com)

 

 

▲에식스 물고기 로봇(Robotic Fish)
영국 에식스 대학(Essex University) 휴셍 휴(Huosheng Hu) 교수 연구팀에서 2003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 물고기 로봇으로 G1부터 2005년 G8, G9까지 개발했다. G8의 경우, 크기 1.5 m, 무게 50 kg 정도이며, 속력은 1 m/s 정도이다. 프로펠러를 통해 추진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헤엄치는 메커니즘을 통해 회전, 가속, 정지 등의 추진력을 얻는다. EU에서 진행하고 있는 ‘SHOAL’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며 여러 기능을 추가한 로봇 물고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작년 5월 스페인 히혼 바다에서 테스트하기도 했다. 이 로봇은 화학물질 감지센서를 통해 해양오염을 관측하고 오염발생지를 추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SRC가 관람용 로봇 물고기 ‘FIRO-7’을 개발해 여수엑스포에서 전시했으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수질 측정을 위한 로봇 물고기 ‘익투스’를 개발 중이다.
※사진출처 - 휴셍 휴 교수 연구팀 홈페이지

 

 

▲스마트버드(SmartBird)
스마트버드는 재갈매기의 날갯짓을 모델링한 비행로봇이다. 다른 비행로봇보다 자연스러운 날개 움직임 구현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켰다. 날개를 폈을 때 길이는 1.96 m나 되지만, 부품을 폴리우레탄 발포제와 탄소 섬유로 구성해 로봇의 무게는 450 g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 이 로봇은 독일의 페스토(FESTO) 사가 지난 2011년 개발했다.
※사진출처 - 페스토 사 홈페이지(www.festo.com)

 


◀소싸움 로봇
올해 열린 2013 청도 소싸움 축제에서 소싸움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소싸움테마파크에 설치된 전시용 로봇이다. 소싸움 로봇은 실제 소 크기의 2/3 수준으로 실제 소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로봇 두 마리가 마주보고 머리치기, 밀치기, 뿔치기, 목치기 등의 소싸움 기술을 시연할 수 있다. 이 로봇은 경상북도 청도군이 지난 2011년 11월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업무협력 협약을 체결한 이후 연구 개발비 4억 5천만 원을 들여 올해 초 개발 완료했다.

 

 

▲하버드대 파리 로봇(Robotic Fly)
미국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 로버트 우드(Robert Wood) 교수 연구팀이 2007년에 개발한 초소형 비행로봇이다. 몸체 길이 13 mm, 날개 길이 2~3 cm로, 비행을 위해 무게를 0.056 g으로 줄였다. 실제 파리의 움직임처럼 두 개의 날개를 이용해 비행하며 압전소자를 이용해 초당 약 120번의 날갯짓을 한다. 발표 당시에는 전선을 연결한 상태에서 직진과 상승 비행만 가능했지만 이는 초소형 비행로봇의 최초의 성과였다. 이 로봇은 도청, 감시 등 군사용으로 적을 정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곤충과 같이 작은 생명체의 특수한 성질을 모방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 나노 단위의 초소형 구조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반도체 공정 기술의 축적과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NEMS(Nano Electro Mechanical System)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하면서 초소형 로봇의 제작에 도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