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필요한 세 가지
성장에 필요한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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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0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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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가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필수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첫째로 성장판이 열려 있어야 하고, 둘째로 충분한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이다. 성장판이란 팔다리뼈에서 성장이 일어나는 부분을 말한다. 대개 뼈의 양쪽 끝에 있으며, 뼈와 뼈 사이에 연골판이 끼어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성장이 멈추는 시기가 되면, 성장판이 모두 뼈로 바뀌게 되면서 ‘길이 성장’이 끝나게 된다.
성장 호르몬은 신체의 성장을 자극하고 대사를 조절하는 작용을 하는 체내의 정보전달 물질이다.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면 근육과 조직에서 당의 흡수를 증가시키고, 간과 근육에서 아미노산 흡수를 증가시켜 단백질 합성을 자극한다. 이러한 단백질 합성에 의해서 새로운 신생 조직이 생겨나며 키가 크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성장 호르몬은 체내의 물과 무기질의 균형을 통제하고 심리적인 안정과 에너지 수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모든 조직들도 이와 같은 원리에 의해서 성장이 이루어진다. 첫째로 ‘조직 성장판’이 열려 있어야 한다. 즉, 새로운 일과 기회가 항상 가능하고, 이를 권장하는 조직 문화와 제도가 살아 있어야 한다. 조직 성장판이 닫힌 곳에는 구성원들 간의 근시안적인 경쟁과 내부 분열이 종종 나타난다. 결국 ‘내 것 지키기’와 ‘남의 것 줄이기’를 오가면서 닫힌 공간 속에서의 경쟁 구도가 심화된다. 전체 파이를 키우고 나누는 것보다, 주어진 파이를 가르는 방식과 절차와 룰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소비한다. 과거 성공에 집착하여 새로운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찾는 것에 무관심해진 기업들이 몰락하는 대표적 원인들 중의 하나이다.
둘째로 ‘성장 호르몬’이 활발하고 원활하게 조직 내부에 소통이 되어야 한다. 조직의 성장 호르몬의 기능은 인체 호르몬과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되어야 한다. 위에서 뜻하는 바가 제대로 아래로 전달되고, 아래의 니즈가 신속 정확하게 위로 전달되어야 한다. 수평적으로도 원활하게 서로 다른 기능의 부서들 간에 의사가 통해야 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정보도 함께 공유되어야 한다. ‘이렇게 합시다’ 혹은 ‘이것이 필요합니다’라는 의사 표시에 아무런 관련된 정보가 포함되지 않거나 소수에게만 정보가 허용된다면, 그 의사는 그저 무의미한 요구나 주장이 될 뿐이다.
위의 두 가지 필수조건에 더해서 또 하나의 성장 조건이 있다면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개인이나 조직이 성장을 추구하고 그것을 위한 열정이 충만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기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성장을 통한 ‘자기 구현의 욕망’일 것이다. 자기 구현의 욕망이야말로 열린 성장판과 원활한 성장 호르몬이 실질적인 성장을 이루어 내는 데 요구되는 기본 요소이다. 이 욕망이 낮은 곳에는 고단위의 성장 촉진제나 보약을 아무리 투입해 보아도 결코 성과가 없을 것이다. 결국 리더의 역할이란 성장판이 열린 상태에 있도록 조직을 돌보고, 성장 호르몬이 원활히 흐르도록 소통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더 크게 자기 구현의 욕망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한국의 주요 대학들이 최근 수년간 신성장을 위한 사업들을 준비해오고 있다. S대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의료사업화를 위해서, 장애아동들을 위한 재활승마센터를 예전 캠퍼스에 건립하고 새로운 캠퍼스에 뇌심혈관개발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Y대는 4월에 4개 캠퍼스 400여 명의 교수진이 36개의 연구센터와 2대의 연구그룹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미래융합연구원을 개원하였다. 국제캠퍼스에 국제화 관련 교육과정들을 지속적으로 개설하고, 기존 캠퍼스를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K대는 세종시에 제3캠퍼스의 설립을 추진하면서, 기초과학, 국제화 인력양성, 국가경영대학 등, 미래지향적 창조캠퍼스로 키우려는 야심적인 계획을 추진 중이다.
포스텍의 새로운 성장판을 활짝 열어야 할 때이다. ‘선택과 집중’은 결국에 성장판을 스스로 닫고 내부 경쟁을 심화시키는 철 지난 패러다임이다. 21세기 성장의 핵심은 ‘도전과 창조(Challenge & Create)’이다. 거기에 대학의 설립 시점 이상으로 더 활발한 성장 호르몬이 흘러 넘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구성원들의 마음 한 가운데에 다시 뜨거운 자기 구현의 욕망과 열정이 타올라야 한다. 성장은 반드시 이 세 가지 필요충분조건으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