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을 벗다, 아르바이트
색안경을 벗다, 아르바이트
  • 박형민 / 컴공 11
  • 승인 2013.05.0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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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는 비정하다. 현 사회는 모든 행위에 ‘돈’을 필요로 한다. 현대 사회에서 돈이 없다면 그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19년간 미성년이라는 명목 하에 부모님의 애정과 돈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해야 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독립은 필수적인 요소 중의 하나다. 이에 따라 사회가 아닌 대학을 선택한 대학생들도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하여 스스로의 생활비와 등록금을 마련한다. 대다수는 여분의 돈을 마련하거나, 부모의 손을 더 이상 빌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이것이 보통의 선택이다. 반면에 우리대학 학생들 대다수는 알바를 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더라도 보통 과외 등의 손쉬우며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알바를 선택한다. 그러면서 육체적인 노동이 필요한 알바를 하는 사람을 깔보는 경우가 다수이다. 자신은 짧은 시간에 쉽게 많은 돈을 버는데 반해 그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적은 돈을 힘들게 번다는 게 그 이유이다.
필자가 알바를 시작한 것은 단순한 이유이다. 생활비를 스스로 벌고 싶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 교육 봉사활동을 2년간 해봤기에, 타인을 가르치면서 돈을 받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꺼려져 과외를 기피한다. 그래서 알바를 하기 위해서는 과외 이외의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동기들과 함께 이야기하던 중 필자가 알바를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다들 “아 과외 잡았어? 월급 나오면 밥 한번 사줘”라고 말했다. 그들의 사고에 ‘알바=과외’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것이다. 필자가 과외가 아닌 편의점이라고 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은 당혹감과 미친 것 아니냐는 독설뿐이었다. 우리대학 학생이 편의점 알바라는 일을 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창피하다는 표정이었다. 우리대학이 훌륭한 것은 사실이고 자부심을 갖는 것 또한 좋으나, 자만은 하면 안 된다. 우리는 귀족이나 왕족이 아니며, 편의점을 비롯한 여타 육체적인 노동의 알바를 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아래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사회에 먼저 진출하였고, 사회의 쓴맛을 보았고, 많은 사람을 경험해 보았다. 필자만 해도 그렇다. 술 취하여 진상을 부리는 손님부터, 고생 많다며 거스름돈을 쥐어주던 손님, 야간운전에 피곤해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기사님들, 담배를 사러왔다가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말에 쩔쩔매던 미성년자 등 평소에 학생의 신분으로서는 만날 수 없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필자는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며 어떤 손님이 와도 살갑게 굴 수 있으며 웃음을 잃지 않는 사회초년생숙련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는 공대라는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없기에 발생하는 사회성결여이다. 이러한 사회성을 필자는 알바를 하면서 위처럼 배울 수 있었다.
또 다른 교훈은 돈의 소중함이다. 누구에게 묻던 돈이 소중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대학 학생들이 진짜로 ‘돈의 소중함’을 알까? 자신이 땀 흘리며 그리고 힘듦을 참으며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다면 그 소중함을 알 리가 없다. 부모님들이 주시는 용돈과 장학금이라는 것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어떠한 노동도 없고 고통도 없다. 물론 장학금은 노력해서 받은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으나, 피땀을 흘려 버는 데에 비견할 바가 아니며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공부는 노동이 아닌 당연한 것이기에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실제로 필자의 주변에도 장학금과 용돈을 헤프게 쓰는 것을 본 적이 많다. 이름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필자의 한 지인은 장학금을 비롯한 돈을 학기 말에 한 번에 받게 되었는데 그 금액이 3백만 원이 넘었다. 많은 돈이 통장에 들어있자 거침없이 쓰기 시작해 거의 전액을 술집에서 양주를 마시며 탕진했다고 했다. 만약 그 돈을 자신의 많은 시간과 피와 땀을 투자하여 벌었다면 그리 쉽사리 낭비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요즘 필자는 돈 한 푼을 쓰더라도 이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를 고려한다. 알바를 함으로써 아무렇지 않게 물건을 구매했던 과거 자신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이다.
대다수의 우리대학 학생들은 필자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대다수가 ‘왜 굳이 힘든 것을 택해야 하지?’ 또는 ‘시간 아깝게 왜 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알바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행위이다. 허나 돈을 버는 것뿐만 아니라, 짬을 내면 공부를 하는 것 또한 가능하며, 우리가 배우기 힘든 사교성과 돈의 중요성 등 삶의 교훈을 배우는 것 또한 가능하다. 알바는 나쁜 것이 아니다. 또한 이는 대학생의 특권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알바를 할 확률은 낮다. 더욱이 우리대학 학생들은 더욱 낮다. 고생해서 대학에 왔으면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려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알바는 하등하며 육체적인 노동이 필요한 질 나쁜 것이 아닌, 여러 교훈을 배울 수 있는 대학생이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