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방식 성장기
대학 강의방식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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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4.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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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대학에서 학문이나 기술의 일정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가르치는 방법이다. 교수자의 지식 전달력을 좌우하며 학습자에게 새로운 계기가 되는 강의 방식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수자의 성향과 사회적 분위기 등에 따라 변모해왔으며, 현대에는 다양한 학습 지원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강의 방식 또한 첨단을 걷고 있다.
이에 대해 포항공대신문은 먼저 우리대학 학우들이 주목하는 강의 방식을 조사했고 강의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살펴보았으며 우리나라 강의의 현황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했다.
<편집자 주>

 

우리대학의 새로운 강의방식

 

포항공대신문사는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2일까지 우리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우리대학의 강의방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는 77명의 학생들이 답변했다. 강의방식은 크게 강의형, 개인교수형, 실험형, 토론형, 자율학습형으로 구분했다.
우리대학의 학부생들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 기대했던 강의 방식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1순위 강의형 수업 △2순위 실험형 수업 △3순위 토론형 수업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들었던 강의방식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묻는 질문에 △1순위 강의형 수업 △2순위 실험형 수업 △3순위 토론형 수업으로, 앞의 질문과 결과가 일치했다. 학생들이 기대했던 강의방식과 실제 우리대학이 제공하는 강의방식이 동일하다는 해석이다.
한편, 학생들은 어떤 수업이 더 개설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토론형 수업과 실험형 수업을 각각 1순위, 2순위로 뽑았고, 강의형 수업은 5순위를 차지했다. 강의형 수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대체로 만족한다’가 43% 차지했는데, 개설되기를 희망한 강의방식에서 5순위로 조사된 것과는 일치하지 않는 결과였다. 학생들이 기존 강의와는 다른 강의를 원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대학도 학생들의 이런 생각을 반영하듯,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 틀에서 벗어난 강의를 시도하고 있다.
기초필수 과목인 ‘일반물리’는 시연강의(Demonstration Lecture)라는 형태의 강의를 진행한다. 시연강의란 물리학의 이론교육과 물리 현상에 대한 시연을 동시에 진행하는 수업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연강의로는 매사추세츠공대의 월터 르윈 교수의 물리학 강의가 있다. 시연강의는 이론 위주의 물리학 강의의 틀을 깨는 수업방식이라는 평이 있다.
박성우(컴공) 교수의 ‘프로그래밍언어’ 강의는 수업시간에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학생들은 수업 전에 강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강의 동영상을 보고 수업에 들어간다. 수업시간에는 10분 정도의 강의 요약 시간과 30분 정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나머지 시간에는 배운 내용을 테스트를 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승구(전자) 교수는 지난 해 1학기에 열렸던 ‘전자공학특강’ 과목에서 자바 및 레고를 이용한 로봇 프로그래밍을 강의했다. 레고라는 재미있는 매개를 통해 프로그래밍을 가르침으로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강의 자체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수업 기자재를 이용해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게 강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시도이다.
우정아(인문) 교수는 우리대학의 IT시설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정아 교수는 ‘미술의 이해’수업 중 청암학술정보관의 세미나실에서 카이스트와 우리대학을 원격으로 연결해 카이스트 교수와 공동으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성학’수업도 IT시설을 이용해 수업한다. 원래 ‘여성학’수업은 이화여대에 개설된 강좌인데, 교실간 화상연결을 통해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대학 학생과 이화여대 교수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학의 역할 중 중요한 한 축은 교육이다. 전통적인 강의방식만으로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할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이전의 틀에 박힌 강의방식에서 탈피하고 우리대학만의 장점인 소수정예교육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강의방식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강의형: 교수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가장 보편적인 강의방식
▲개인교수형: 교수자 한 명과 학습자 한 명이 1:1로 학습하는 방식
▲실험형:  실제 직무와 관련된 상황에 대해 학습자들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수업
▲토론형: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
▲자율학습형: 학습자 스스로가 주제를 정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수업

곽명훈 기자 kwakmhoon@

 


과거에서 흘러와 미래로 흘러가는 강의


우리가 매일 강의실에 앉아 듣는 강의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물론 원시시대에도 사람들은 함께 모여 학습했다. 사냥에 대한 학습, 의식주에 대한 학습 등. 하지만 이런 것들을 ‘강의’라고 부르진 않는다. 강의의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의 서양으로 가면 우리는 많은 유명한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소크라테스 등 많은 철학자들의 업적이 서양의 역사에 녹아 현재에 이른다. 이들 중에서도 지금까지 강의 방식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학자로는 단연 소크라테스를 꼽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강의 방식의 키워드는 ‘대화’이다. “자네는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크라테스는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학생이 알고 있던 지식을 떠올려내도록 했다. 문답을 통해 모르던 것을 깨닫고 알던 개념을 더 깊게 파고들다 보면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상이 나온다. 이는 대화를 통하여 상대 대화자의 생각을 끝까지 파고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에서 상대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대화는 교감의 기능을 상실한 채 상처만을 남기는 대화로 끝날 수 있다.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은 지식의 일방적 주입이 아니라는 이유로 높은 가치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하버드의 공부벌레들(The Paper Chase)’라는 영화에서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하버드대 로스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양에서 고개를 돌려 우리나라의 옛 교육을 살펴보면 특징적인 것으로 유교를 꼽을 수 있다. 학생들은 함께 모여 서로 묻고 답하거나 자율적으로 서책을 읽고 암기하며 학문을 익혔다. 한편 과거 유교는 정치의 일환으로도 사용되었으며 현대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학문이 발달한 시기가 늦은 편이다. 근대에 들어서야 우리나라도 의학, 천문학, 무기 제조 기술 등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과학 기술이 발전했고, 후기에는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그들의 문화를 연구하기도 했다.
지금과 유사한 모습을 한 대학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중세시대이다, 최초의 대학들이 세워진 이후로 많은 대학들이 생겨나면서 규모도 커지고 다양한 분야가 발전했다. 지식의 습득을 목적으로 하던 과거의 대학들은 시대가 변하면서 시대상의 영향을 받아왔고 현대에 들어오면서는 융합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특이한 강의 방식들이 생겨났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 모이고, 교수가 칠판에 판서하며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은 전달받은 지식을 열심히 머릿속에 새겨 시험을 보고 성적을 평가 받았다. 여전히 과거와 같은 방식의 강의 비율은 높지만 토론과 발표, 조별 프로젝트를 하는 수업 등 강의의 모습이 다양해졌다. 이 중에서도 요즘 보면 ‘진짜 저런 방식으로 수업한다면 한번쯤은 저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톡톡 튀는 강의들도 많이 생겨났다.
일례로 충남대의 ‘물리실험장비’라는 과목은 교수가 제시한 일반물리에 나오는 단어에 맞는 실험 장비를 학생들이 만들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순천향대의 ‘의학용어’라는 과목은 의료상황에 대한 연극을 통해 강의를 한다. 또한 인하대의 ‘행복한 남과여’는 연애 관련 특강을 하는 수업으로 수강생이 남녀가 짝을 이뤄 참여하며, 작년 1학기에는 진짜 커플이 됐을 때 데이트 비용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과목은 과목 자체가 특이하면서 강의방식도 독특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사회봉사 활동을 수업으로 인정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으며 학생의 현장실습을 수업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특이한 강의들의 경우 대부분 수업 방식이 흥미롭고 직접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내용을 익히는데 더 도움이 되고 흥미를 끈다. 하지만 높은 흥미에 비해 실제로 수업을 들을 경우 부담이 클 수 있어 오히려 일반 강의식 수업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와 비교해 현대에 들어서 수업내용과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은 단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한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도 수업 환경 및 방식을 변화시켰다. 과거에 판서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고 학생들은 필기를 하던 것이 요즘에는 빔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발표 자료를 띄우고 학생들은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자료를 보며 수업을 듣는다. 또한 통신기술의 발달은 외국 학생들과 화상채팅을 이용한 조모임도 가능하게 했다. 성균관대의 ‘창의적 공학설계’ 과목은 일반적인 강의처럼 교사 중심형 수업이지만 학생들이 수업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답변하고 예고 없는 퀴즈를 내 수업에 대한 참여도와 집중도를 높인 강의로, 기술을 이용해 강의효율을 높인 사례이다. 또한 세계적인 대학들은 3D 가상세계 플랫폼을 사용하여 원격수업을 하고 있으며, 강의를 동영상으로 찍어 무료로 세계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강의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현대 교육의 핵심 키워드는 직접 참여와 융합이다. 정말 먼 미래에는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이 모습이 이어질 것이다. 웹3.0기술을 이용하는 인터넷2가 개발되면 디지털 도서관, 가상공간에서의 수업, 원거리 학습 등이 가능하고 현재 인터넷으로 구현되고 있는 가상공간은 지능적 3D 가상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다. 3D 가상공간에서는 지능적인 자율학습체제가 구축되어 학습자는 시간 개념을 뛰어 넘어 과거나 미래를 체험하며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학습의 공간이 마련될 것이다. 또한 지능형 단말기가 더 발달하고 가상공간에서의 인터넷 학습이 이뤄지면서 이들을 이용한 개인별 맞춤 교육과 프로젝트 학습이 늘어날 것이다.

임정은 기자 je5719@

 

우리나라 대학 강의, 한 번 더 변화가 필요하다


전국에 300여 개의 대학이 있고, 대학마다 특성들이 상이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 강의를 일률적으로 진단하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있다. 하지만 보편적인 문제점들이 일부 존재하고 있고 대학에서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개선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현 대학 강의의 문제점을 나열하자면, 첫째, 우리나라 대학의 비전임 교수의 강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많은 대학에서 강의 전담교수, 겸임교수, 강사, 특임교수 등의 다소 이상한 명칭을 붙이고 있지만, 그 학과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전임 교수들의 열정만큼을 비전임 교수들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전임교수 이상으로 능력을 갖추고, 강의하는 교수들도 많지만, 책임 있는 능력 발휘를 기대하기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강의 부담이 큰 교수들이 많다.
다음으로는, 교수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 강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강의, 약간의 발표, 중간, 기말시험의 방식인 평범한 강의 방식으로, 이런 형태의 수업을 통해서는 실제로 그 이론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는 탐구적 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지식 전달 과정이 단편화되어 학생들은 높은 학점, 교수들은 좋은 강의 평가 점수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예전에 비하여 활발한 강의 평가와 우수 강의 선정 등으로 대학 강의 질이 높아졌지만 위와 같은 면에서 대학 강의에 관한 학생들의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교수학습의 원리 측면에서 더 나은 대학 강의를 위한 개선방안으로 네 가지 방법을 나열하자면, 첫째로, 학생들에게 우수한 평가를 받는 혹은 만족도가 높은 강좌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설명’이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강의가 악명 높은 것은 대체로 학생들의 수준과 관심을 고려하지 않고, 교수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은 강의가 진행되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딴짓하고 있는지 혹은 뒤에서 졸거나 심지어 자는지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학생들이 알아듣기도 어려운 용어로 너무 높은 혹은 낮은 수준의 설명이 이루어질 때, 학생들은 더는 주의 집중을 하지 않는다. 강의의 제1원칙은 바로 학습자의 사전 학습 정도를 고려하여 교육 내용의 설명 수준을 정하는 것이다.
한편, 교수의 설명만으로는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교수가 부연 설명을 반복적으로 한다 하더라도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실제 확인하는 과정 즉 ‘질문을 하거나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설명의 효과는 미비하다. 적절한 질문은 학생들에게 교수의 설명이 제대로 전달이 되는가를 확인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며, 학생들의 주의 집중을 계속하여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 학생들의 다양한 대답 혹은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교육 내용과 연결할 수 있는 교수의 의사소통 역량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교수법 교육의 필요성이 나타난다. 교수들이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을 경우, 학생들에게 질문한 후 학생들이 엉뚱하게 대답할 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육의 효과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가에 공감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격려하는 태도와 행동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처럼 질문을 통하여 학생들의 사고 과정과 결과를 확인하면서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은 반복적으로 부연설명을 하는 것보다 훨씬 학습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따라서 질문 활동 등을 강의실 안으로만 제한하지 말고,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환경, 예컨대 대학별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토론방 기능 등을 활용할 수도 있으며, 몇몇 대학에서 시도하고 있는 클리커(Clicker)와 같은 도구를 강의 중간마다 활용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무료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클리커도 개발되어서, 교수와 전체 학생 간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질문과 대답이 쉽게 익명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학생의 수준에 맞는 설명, 질문 및 연습 문제를 통한 학습자 내적 상태의 확인, 그리고 피드백 제공을 통하여 학습 과정을 촉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전략은 바로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강의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강의라고 하면 보통 교수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일방적인 설명만으로는 학생들이 주의 집중하면서 전체 강의를 지속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렵다. 교수의 설명 사이사이에 학습자들 간의 인지적인 참여가 적극 이루어질 때 교육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두 명의 학습자끼리 혹은 서너 명의 학습자들끼리 간단하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강의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는 방법이 있다.
김동철 기자 humanst0ry@


※본 기사는 김동식(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와 임철일(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의 의견을 종합하여 정리하였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