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미래사회를 위해 새로운 대학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지금이 미래사회를 위해 새로운 대학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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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4.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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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대학은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풀어 나아가야 할 여러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연구와 학업 윤리 강화, 자원 사용의 효율성 제고 및 그 추진 방법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지난 21일 네이처 출판사가 발표한 Nature Publishing Index (이하 NPI) 2012 Asia-Pacific에서 2011년 국내 3위로부터 2012년 8위로 하락하였다. 이 지표는 그 대상을 네이처와 그 자매지에 게재된 논문만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대학의 전반적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용민 총장은 지난 2월 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우리대학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며, 이는 수월성(excellency), 진실성(integrity), 주인의식(ownership) 등을 추구함으로써 이루어질 것이라 하였다. 이어서 총장은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마치 종족 번식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서는 큰 에너지, 특히 윤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우리대학이 간직하려는 중심적 가치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공유하느냐에 대해 재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우리는 그 변화를 서서히 진행시킬 수도 있고, 역동적으로 급격히 진행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 우리대학에서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부서별, 개인별 책임과 상호 정산 체계를 구축해 나아가고 있다. 이 상황은 현대사회의 경영논리가 대학 운영에 적극 도입되는 모습으로 이해될 수도 있는데, 그 과정에서 내외부 자원 동원 능력에 따라 각 부서 혹은 개인의 활동 규모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연구 분야에서 조정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견된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대학 연구가 의존하고 있는 대부분의 연구비 지원기관들의 연구원(대학원생 포함) 인건비와 연구부대비용 인정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연구를 하면 할수록 재정적으로는 더 어려워진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우리대학의 딜레마는, 내외부적으로 현대사회의 경제개념을 따를 때의 상황과 대학 내부적 각종 활동, 특히 중장기적 연구 활동에 필요한 기반 사이의 괴리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우리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한편 외부적으로는 2012년에 Time지에 의해 ‘설립 50년 이내 대학들 중에서 세계 제1위’의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받았던 우리대학으로서는, 비록 평가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 하더라도 이번 NPI 2012 Asia-Pacific의 평가결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발표에서 연세대(9위 → 1위), 성균관대(8위 → 4위), 한양대(7위 → 5위) 등 재정이 비교적 튼실한 대형 사립대학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이러한 상황은, 외부 사회의 단기적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현명하게 판단하고, 그에 적절히 대처해야 하는 어려움을 우리대학에 안겨 주고 있다.
이와 같이 내외부적으로 어려운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과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 있는 우리에게 최근 하버드대학교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하버드대학교는 2001년~2006년 사이에 대학의 운영에 대해 커다란 논란을 벌였으며, 결국 섬머스 총장의 사임에 이르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하버드 학부장(Dean of Harvard College) 해리 루이스는 학부생 교육에 대한 그의 저서 ‘영혼이 없는 수월성(Excellence without A Soul)’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최근 하버드는 현대 사회의 성장주의를 좇아 운영되었다…. 섬머스 총장은 사회적 변화의 씨앗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운영 논리의 희생물이었다…. 재단과 대학의 지도자는 대학 구성원들의 자기 발견 및 정화 능력과 과정에 대한 명확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대학은 수월성을 추구하여야 하나, 이를 위해 다른 모든 것, 특히 대학의 근본 가치들을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례는 ‘목적과 방법’이 수많은 철학자들의 사색 주제였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왜냐하면 비록 목적이 합당하고 또 하나라 하여도, 이를 공유해 나아가는 과정과 실행방법에 따라 그 진행상황과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지금이 우리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 때임에 이론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 문화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먼저 심사숙고하여야 한다. 그것은 현대사회를 지탱하기 위함보다, 미래사회를 이끌기 위한 문화이어야 한다. 이끄는 자의 명예로운 역할을 찾음에 있어 우리대학이 사랑하고 근본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영예로움, 책무, 삶에 대한 철학의 형성과, 인류 공영을 위한 교육의 시행이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목적과 추진 방법을 판단함에 있어 이러한 인간 중심의 근본 가치를 항상 간직하기 위해, 다양한 소통의 기회에 수시로 토론하고 그 결과가 자연스럽게 우리의 마음속에 녹아들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게 우리는, 영혼이 깃든 문화 형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