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자
자연에서 배우자
  • 차형준 / 화공교수
  • 승인 2013.04.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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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이나 높은 건물 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본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혹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지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한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나는 가끔 높은 곳에 가면 이런 생각을 해본다. 수업 시간에 종종 이러한 질문을 학생들에게 해보기도 한다.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인간이 아닌 식물이다. 높은 곳에서 보면 보이는 것은 거의 녹색을 띄는 물체들이다. 실제 도심에서는 회색의 콘크리트가 더 많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우리의 주위는 온통 녹색이다. 이는 바로 식물이라는 생명체이다. 식물은 움직일 수 있는 생물은 아니지만 지구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중요한 기반 생산자이다. 태양빛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이용하는 식물이 없다면 다른 지구 생명체들의 존재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녹색의 식물들이 가득한 자연을 생각하면 우리는 마음이 매우 편해지고 아름다운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혹자는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말도 한다. 물론 자연은 우리가 느끼는 대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은 아니다. 자연에는 매우 덥고 건조한 사막과 같은 곳도 있고 매우 춥고 얼음으로 덥혀 있는 설원지역도 있으며 기압이 낮고 추운 높은 산과 같은 지역, 매우 습하고 더운 열대 우림, 매우 뜨거운 온천이나 화산 지역, 그리고 온도가 낮고 염도가 높은 바다도 있고 매우 기압이 높고 빛도 전혀 없는 심해 지역도 있다. 이러한 매우 거칠고 극한적인 환경도 자연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제 우리 지구의 자연환경이 실제로 얼마나 다양한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환경의 자연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적응하며 생존하고 있다. 실제로 지구환경에서 생명체가 발견되지 않는 곳은 없다. 물론 생명체의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단일세포이며 핵막이 없어 염색체가 세포질에 존재하는 원핵생물인 박테리아, 단일세포로 생활하지만 핵막이 있어 핵을 가지고 있는 단순한 진핵생물인 효모, 곰팡이 그리고 원생생물 및 다세포 종 진핵생물인 식물과 동물, 인간에 이르기 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생명체는 자연환경에서 존재한다. 다양한 환경의 자연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은 아주 오랜 기간을 통하여 생존을 위한 가장 최적의 방법으로 진화되어 왔다. 즉, 그들만의 생존 노하우를 가지고 그리고 그들만의 방어 시스템을 가지고 자연에 순응하며 때로는 저항하여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체는 가장 잘 최적화되어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렇게 최적화된 자연의 다양한 생명체들의 행동 또는 구성요소들을 연구함으로써 우리에게 유용한 물질 및 소재들을 발견, 개발, 모방하여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로부터 많은 생리활성물질들이 다양한 식물로부터 발견되어 사용되고 있고 곰팡이에서 발견된 페니실린 항생제도 생명체로부터 얻은 대표적인 유용물질의 경우이다. 특히, 현재 3000종류 이상의 항생제가 미생물로부터 얻어지고 있고 많은 의약품에 동식물로부터 추출된 성분들이 사용되고 있다. 신종플루의 치료약으로 알려진 타미플루는 중국 토착 식물인 스타아니스라는 식물을 활용해서 개발한 항바이러스 천연신약이다. 고대로부터 효모로부터 에탄올을 만들어 술이나 연료로 사용해 온 것은 생명체의 가장 오래된 인류생활에의 활용이며 최근에는 석유로부터 만들던 연료나 다양한 화학물질들을 미생물로부터 만드려는 연구도 수행되고 있다. 또한 미생물들을 이용하여 환경오염물질을 흡수하거나 분해하여 대기, 물, 토양을 정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자연의 생명체를 직접 모방하려는 연구들이 각광을 받으며 널리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연 잎의 표면구조를 모방하여 방수와 자기정화 특성을 가지는 표면을 구현하려는 연구가 대표적인 자연모방 연구이다. 연 잎은 아주 작은 나노사이즈의 돌기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 구조가 물이 표면에 붙지 못하게 하고 작은 먼지들을 함께 씻겨나가게 하는 특성을 가지게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구조를 모방하면 우리는 청소를 할 필요 없이 비만 오면 깨끗해 지는 유리창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또한, 매우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상어의 피부구조를 모방하여 전신수영복이나 항공모함에 적용한 것도 유명한 사례이다. 거미줄의 성분인 실크단백질을 유전공학적으로 만들어 탄성과 함께 강도가 필요한 분야에 재료로 사용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본 연구팀에서 10년 이상 수행하고 있는 해양생명체인 홍합에서 유래하는 생체접착제도 중요한 자연모방 기술이다. 본 팀의 연구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수중접착 기능을 가진 단백질 기반의 무해한 생체접착제를 이용하여 수술 시에 봉합사가 필요 없이 수술 부위를 접합하는 시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이 자연환경과 생명체들의 관계를 잘 파악하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물질 또는 소재들을 생명체로부터 찾거나 모방하여 우리의 실생활에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의 생명체들을 잘 확보하고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종류의 생물이라고 하더라도 지역환경에 따라 그 특성은 크게 달라지며 이로부터 우리가 찾아내거나 모방할 수 있는 대상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자연의 생명체 보다 더 우수한 인공적인 것은 없다는 진리를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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