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미래창조과학부
사회 - 미래창조과학부
  • 정재영 기자
  • 승인 2013.03.2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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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항 끝에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단독 부처가 5년 만에 부활한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1월 15일에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신설을 포함한 ‘17부 3처 17청’ 규모의 18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래부의 기능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로 인해 협상이 지연되며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마침내 새 정부 출범 후 21일 만인 지난 17일에 여야의 최종 합의 끝에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결정됐다.                 <편집자 주>

 

미래부, 창조경제의 주축
박근혜 정부는 경제 발전을 위해 ‘창조경제’를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내세우고 있다.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 부서가 바로 미래부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하 ICT) 등을 기반으로 분야별 융겫므藍?통해 새로운 먹거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본지 제326호(2012년 11월 21일 자) 서면 인터뷰에서도 “창조경제가 과학기술분야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정보통신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기존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창업을 통해 활력이 넘치는 경제를 만들어나갈 것이다.”라며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한 창조경제를 취임사 첫머리에 언급하면서 강조했고, 지난 12일에는 취임 이후 첫 현장 방문지로 ‘알티캐스트’라는 디지털방송 소프트웨어 전문 벤처기업을 선택하는 행보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제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창조경제의 중요한 모델이 방송통신 융합 IT기업이기 때문입니다.”라며 창조경제 실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끝내 이뤄진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
하지만 미래부의 기능 중 방송업무의 이관 여부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안은 3월 중반까지도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인터넷TV(IPTV), 방송프로그램공급자(PP), 위성TV 등의 비보도 방송 분야의 관할권에 대한 문제이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문제, 정부의 방송 장악 가능성을 우려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원인 중 전 정부의 방송 장악을 하나의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SO, 위성TV 등의 뉴미디어는 새로운 채널을 쉽게 만들고 편성할 수 있는데, 합의제 기구가 아닌 독임제 기구 하에서는 독립성과 공공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이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의 융합에 기반을 둔 ICT 산업 육성은 자신의 신념이자 국정 철학이고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겠다는 목적 이외에 어떠한 정치적 사심도 담겨있지 않다.”라고 못 박았다.
3월 초중반에 여야 협상단은 IPTV는 미래부로, 위성방송은 방통위로 나눌 예정이었고, SO가 끝까지 논쟁됐다. 민주당은 SO를 미래부로 넘기는 것을 전제로 공영방송 사장겴鵑?임명요건 강화, 언론청문회 개최, 김재철 MBC 사장 사퇴와 검찰 조사 등의 양보안 3가지를 수용할 것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15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SO를 포함한 유료방송 인곀昇≠ㅓⅠ?주파수 정책, 이런 것들이 미래부에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태도를 고수하였고, 오히려 쟁점이 더 늘어났다고 지적하며 여야의 협상은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7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 및 원내수석부대표의 ‘4인 회동’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타결됐다. SO와 IPTV, PP, 위성방송 등을 모두 미래부로 이관하는 내용으로 원안과 거의 같았다. 대신 SO와 위성TV의 허가와 재허가, 관련 법령의 제겙냇?때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필요로 하고, 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동수로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기로 했다.
반쪽짜리가 된 공룡 부처
미래부의 별칭 중 하나는 ‘공룡 부처’이다. 새 정부의 핵심 과제인 창조경제 개척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이에 필요한 다른 부서의 역할을 흡수해 그 기능이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위가 처음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과 비교하면 여야 협상 과정에서 미래부의 기능은 대폭 축소됐다.
우선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업무 △방통위의 방송용 주파수, 개인정보보호 관련 업무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 문화기술 R&D 업무 등은 각 부처에 남아있게 됐다. 하지만 각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처 업무 쪼개기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주파수 관리의 경우,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가,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부가, 신규 주파수는 국무총리실이 담당하는 주파수 정책분리방안으로 통과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자파학회 등 전파 관련 12개 학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파수 소관부처를 정치적 목적에 따라 3개로 나눈다는 발상은 말도 되지 않고,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주파수 정책은 국가자원인 전파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등의 기술적겙姸╂?의사결정 과정으로서 방송의 중립성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 윤리 기능 이관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등 ICT 관련 16개 단체 및 학회도 7일 성명서를 내고, “빅데이터겾Ф璨理?위치기반 서비스 등 인터넷 신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윤리 업무가 산업정책과 통합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부를 이끌 수장은
미래부 장관에 누가 임명되느냐는 미래부에 쏠린 관심만큼이나 컸다. 2월 17일에 김종훈 전 벨연구소 사장이 내정됐지만, 지난 4일 오전 돌연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이후 공석이었던 미래부 장관 후보로 최문기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교수가 지난 14일에 내정됐다. 그는 ICT 분야의 전문가로, 한국정보통신연구원(ETRI)에 1978년 입사해 1999년까지 근무하며 전전자교환기(TDX)와 CDMA 개발 등의 주역이었고, 2006년부터 3년간 ETRI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2009년에는 와이브로의 세계 첫 상용화를 이끌었다.
최 내정자는 후보 지명 소감에서 “미래부가 과학기술과 ICT를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여 국가 경제를 지속 성장시켜 나가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과학기술갏CT겺普矛?문화예술겴菅?英린墟隙?융합하여 새로운 융합 산업을 창출하고,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편적으로 활용하여 국민 편익을 제공하겠다.”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다시 홀대받는 과학기술계?
대선기간 당시, 그리고 대선결과 직후에도 과학기술계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단순히 과학기술 전담 부처의 부활뿐만이 아니라,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래부에 관련돼 집중된 언론 보도-창조경제, 미래부 장관 내정자, 방송업무 이관 문제에 따른 여야 협상 난항 등-를 보는 과학기술계인들은 실망하는 분위기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과학기술부를 포괄하는 과학기술 정책 관련 부서인데, ICT 분야 쪽에 시선과 기대가 모였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연구처장 김승환(물리) 교수는 “만시지탄이지만 미래창조과학부의 출범을 환영하며, 특히 기초과학연구와 성과확산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어려운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나가길 바란다”라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미래부 신설에 따라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DGIST, GIST, KAIST는 미래부 소관으로, 우리대학은 교육부 소관으로 남겨진다. 그리고 산학협력 기능과 기초과학연구의 상당수는 미래부로 이관되지 않고 교육부에 남겨지게 됐다. 이에 김 연구처장은 “기초과학부터 성과확산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못 미친 미완의 조직개편이라고 본다”며 “미래부 내부에서의 통합된 기능 발현과 조정이 어려운 만큼 교육부와 산업자원통상부를 아우르는 범 부처 조정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우리대학의 경우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서 기초부터 성과확산까지를 아우르는 새로운 창업 플랫폼이자 국가를 선도하는 모델로서 도약의 기회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새 과학기술 담당 부처는 출범하는 과정에서부터 큰 난관을 겪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성공적일지 아닐지도 미지수이다. 하나의 거대 부처에 여야 정당과 각종 정부부처, 단체 등의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더 많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치인, 정부부처 관계자, 그리고 과학기술인 모두가 협력하고 양보하며 나무보다 숲을 보아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