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 일본 관서지역 대학
캠퍼스 - 일본 관서지역 대학
  • 이기훈 기자
  • 승인 2013.03.2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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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실험기기와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가 일본 이공계대학의 장점

포항공대신문은 지난 1월 31일과 2월 1일, 오사카대 김유철 교수와 오사카대와 교토대 이공계열 한국인 유학생들을 만났다. 김 교수는 접합과학연구소 신인성설계학과의 명예교수이며 리스트(RIST) 용접센터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학생 인터뷰는 양 대학에서 모두 7명의 유학생들이 한 시간 가량 인터뷰에 참여했으며, 기사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지 유학생들의 생활을 유학생 A와 B씨와의 가상 좌담회 형식으로 구성했다.
<편집자 주>

 


작년 3월에 퇴임해 오사카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김유철 교수. 인터뷰 시작부터 약간은 어눌한 한국어와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말투로 인터뷰를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했다. 현재 그는 리스트 용접센터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제자들 중에는 한국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사람도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계속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오사카대의 분위기와 역사, 그리고 많은 유학생들을 만나본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사카대는 7개 옛 제국대학(우리나라 지역거점국립대) 중 하나다. 일본을 크게 관동과 관서 지방으로 나눈다면, 오사카대는 교토대와 함께 관서지역의 중심 대학이다. 지금은 중심 대학으로서 확고히 자리잡고 있지만 오사카대는 설립 당시에 반대 의견이 많았다. 이미 교토에 제국대학인 교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인근 지역에 또 거점대학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오사카대가 설립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의 기부로 초기 3년간 대학 운영비용을 댔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이어져 오사카대의 연구에 자유로움을 불어넣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만들어진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우수한 젊은 학자들이 오사카대로 오기를 선호했다. 교토대는 오사카대에 비해 연구 이외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 교류가 거의 없는 편이지만, 오사카대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와서 활발히 교류하고 친목을 다질 수 있다. 연구원의 인간적인 교류와 더불어 유학생들끼리 회포를 풀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은 연구 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도 나중에 교토대로 갔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 반해 오사카대에서 연구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일본은 국립대학의 산학 연계 형태의 연구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인 인가 이후 1930년대 최초 산학연구 형태인 ‘산업과학연구’와 ‘미생물연구’가 오사카대에서 시작됐다. 세계적인 주류회사인 ‘산토리’의 설립자가 오사카대 이학부 출신이고, 파나소닉의 본사가 오사카에 위치하는 등 일본 관서지역은 발효공학과 전자공학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산학 연계형태의 연구에 대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 “분명, 오사카대가 산학연계를 통해 지역특화산업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기업의 경우 이윤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 중점 연구분야와 관계 없는 과제를 받는 경우도 있고, 시장 경향을 따라가며 프로젝트, 인센티브 분배 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한국 대학생들이 일본으로의 유학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네임 벨류, 일본의 기술력과 가까운 거리라는 장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본 유학에 대해 “일본 유수 공과대학이 소유한 기계는 조작이 미국 기계보다 간편하고 성능이 좋으며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우수하다. 이 기계들은 대부분 일본의 기술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고장이 나더라도 금방 다시 고쳐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일본 대학 연구소는 교수 1명에 비서 1명과 조수 2~3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은 허드렛일을 할 필요가 없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과 일본 문화의 차이 때문에 유학생들이 적응하는 데에 문제가 없냐는 우문에는 김 교수의 현답을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문화뿐만 아니라 서양의 문화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현지의 문화에 두려움을 느끼지 말고 잘 흡수될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 학생들이 국제학회도 열심히 다니면서 외부문화를 접해보는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