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나기 또는 겨우 살아남기
대박 나기 또는 겨우 살아남기
  • 이진원(기계) 교수
  • 승인 2013.03.0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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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마다 입학식마다 밝은 미래가 흘러넘친다. 마치 그들이 모두 성공 받기(?) 위해 태어나 있는 것처럼, 성실하기만 하면.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과대망상부터 시작된 이런 유아적 최면 빠지기는 이제 사회적 증후군이 되었다. 대학마다 글로벌 리더를 만든다는데 리더는 아무나 만드나. 100% 가까운 대학진학률을 감안하면 졸병은 누가 되나. 사공만 많으니 배는 산으로 가겠지. 취업문제며, 대학생활 적응문제며, 성적 받기에 목을 매는 모습들 하며, 곳곳이 문제투성이인데 무책임한 집단최면은 넘쳐나고 불편한 진실을 말해주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거창한 구호와 현실 사이의 과도한 괴리에서 불신과 냉소적 태도는 잘 자라고 있다. 우리대학도 마찬가지.
우리대학이 태어난 그때쯤 교육대박 열풍이 불어닥쳤다. 의대 가서 의사 되고 법대 가서 법관, 변호사 되면 평생 대박은 예약된 것이었다, 아파트 분양처럼. 그러나 사반세기도 안되어 교육대박 1세대가 꿈을 이루기도 전에 세상이 바뀌었다. 대박 가능성이 거의 없음이 자명해지고 준 대박을 이루었다가도 잠깐 사이에 쪽박이 되는 사례도 속출하면서, 의사/변호사가 대박 목록에서 탈락하고 금융과 과학/공학을 중심으로 대박의 주역이 바뀌는 중이다. 중요한 점은, 이런 과정에서 대박이란 게 쪼아서 이루기가 어려워지고 대신 근근이 살아남으면서 꾸준히 기회를 준비하는 것이 正道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될성부른 떡잎 미리 알아보기 어렵고 개천에서 용 나기도 어려워졌지만, 유니크한 강점을 꾸준히 개발하는 사람에게는 느닷없이 기회가 오는 식으로. 노벨상도 마찬가지.
먼저 대학에서 성적으로 살아남는 데 필요한 지침 하나.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교육과정은 미국에서 대량생산(교육)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노력과 성과 사이에 잘 입증된 구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학점당 주당 소모시간(수업, 예겫뭣? 숙제 포함)이 4시간일 경우 평균능력자가 B를 받는 것이다. 좋은 성적을 원하거나 자질이 부족하다면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이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며, 우리대학의 학생설문 결과를 보고 나는 경악했다. 그러면서 성적은 올려달라고 하고, 시험은 쉬워지고 있다. 미래 경쟁상대는 외국의 우수학생들인데 우리끼리 성적이나 운운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다음으로 대박 포텐셜을 키우는 지침 하나. 당연히 창의성과 표현력이 관건인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급스러운 말을 많이 하는 것이다.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대뇌피질이 급속히 팽창한 시기가 언어능력이 발달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하거니와, 두뇌의 인지특성을 보아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촉각겧隔쥈후각겱챨?등은 모두 유입된 자극을 하나하나씩 두뇌에 저장된 library와 비교하여 일치하는 것을 골라내는 단순작업임에 비하여, 청각을 통한 언어소통은 단순한 몇 가지의 음들을 직렬로 배열한 단순한 구도지만 일관성이 극대화된 의미 배열을 얻을 때까지 다양한 패턴으로 반복 재구성해 가는 복잡한 작업으로서, 이 과정이 창조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와 매우 똑같기 때문이다.
지난 25년 동안 학생들과 만나면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학생들이 시간당 말하는 횟수, 한번 말할 때 사용하는 문장 수, 한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의 수가 모두 1/2 정도의 수준으로 단조감소 하였고, 대화의 내용도 점점 객관적인 사실의 교환으로 국한되었다. 국내외 교수들에게 확인한 바도 동일하였는데, 외국교수들은 자국의 학생들에 비하여 한국유학생들에서 이러한 감소추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하였고, 연구수준이 계속 낮아짐도 확인해 주었다. 이는 모두 겉으로는 대박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조기교육, 단순반복학습, 영어강의 등 겨우 살아남기(대박 포텐셜을 죽이는 부작용으로 가득 찬)에만 목을 매고 있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교육에서 기인한 것이다.
 나는 이 시대 대학생들에게 기원한다. 이를 악물고 살아남아 사회 총체적 사기가 횡행하지 못하는 새로운 체제와 세대를 이루시라. 개인적 대박만이 아니라 집단적 대박이며, 성실히 노력만 하면 이룰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