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의 사명과 우리대학의 의무
졸업생의 사명과 우리대학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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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2.1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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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대학은 2012년 학위수여식을 맞이하였다. 286명의 학사와 192명의 석사, 224명의 박사가 이제 대학교정을 떠나 새로운 사회로 나아간다. 이 영광스러운 학위를 얻기까지 이들이 쏟았을 땀과 정성을 기려 뜨거운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오늘의 성과가 있기까지 이들을 지도한 교수진과, 모든 졸업생들의 인생에 길이 남을 학교생활의 편의를 증진하는 데 노력해온 재단과 대학 및 직원들의 노고에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 우리대학을 믿고 금지옥엽 같은 자녀를 보내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신 학부모님들께 무엇보다 깊은 감사를 드린다.
졸업생들 중 상당수가 연구자의 길을 걷기 위해 대학원이나 연구소 등을 찾을 것이다. 또한 적지 않은 이들이 취업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들 모두의 앞길에, 각자가 의도하고 노력하는 만큼 성공이 주어지는 행운이 따르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들을 떠나보내면서, 졸업의 의미와 그에 따른 우리의 의무를 새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졸업(卒業)이란 말 그대로 학업을 마친다는 뜻이다. 학제가 학부와 대학원으로 나뉘어 있고 학위가 학사와 석사, 박사로 계층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졸업이란 각 단계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했음을 의미하므로, 다음 단계를 생각한다면 사실상 학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박사학위를 성취한 경우라 하더라도 박사후과정이 있고 그 뒤로도 연구와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학사나 석사를 받고 사회에 나가더라도 거기서 또 사회 각 조직마다 배움의 과정이 있음은 물론이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졸업이란 또 다른 시작이라는 의미로 영어에서 ‘commencement’라는 말을 쓰는 것이고, 고래로 학문의 세계를 가리켜 망망대해와 같다고 했으며, 현대사회에 들어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것이다.
졸업의 일반적인 의미에 더하여, 국가와 사회의 전략적인 판단과 전폭적인 지원으로 수립된 최초의 이공계연구중심대학인 우리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여 두 가지를 더 생각해 본다. 졸업생의 사명과 졸업생에 대한 우리대학의 의무가 그것이다.
우리대학의 졸업생은 국가와 사회에 대하여 적지 않은 사명감을 느껴야 한다. 포스코와 더불어 우리대학을 세우며 면학보국의 정신을 강조한 고 박태준 설립이사장의 뜻을, 새로운 출발을 맞이하면서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공계 최고의 엘리트가 되어 주길 바라며 우리 사회와 대학이 졸업생들에게 베풀어 준 물심양면의 지원을 감사히 여기고 어떻게 하면 이를 갚을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떠한 일이든 혼자 힘으로 성취되는 경우는 없는 법이라는 상식적인 견지에서뿐 아니라, 이공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국가 사회가 마련해 준 각종 지원 프로그램들과 재단과 대학이 여러분들에게 기울여 온 노력에 대해 감사해 하는 성숙한 자세에서, 졸업생 여러분들이 각자의 미래를 어떻게 펼쳐 나아가는 것이 여러분의 사명을 다하는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졸업생 각자가 새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 분야에서 성실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한 노력이 개인의 성공을 가져다 줄 수는 있어도, 거기에 그친다면, 국가와 사회가 여러분들을 지원하며 걸었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텍 출신으로서 여러분들은 한국 과학기술계의 발전에 기여해야 하며 그러한 기여가 우리나라의 삶의 질을 좀 더 높이는 데 효과적인지를 끊임없이 의식해야 한다. 다른 분야에 종사하게 되는 졸업생들 또한 자신의 일이 사회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졸업생 여러분들이 솔선수범하여 이러한 자세를 견지할 때 국가 사회에 대한 우리대학의 소명을 다하는 일이 달성될 수 있다.
우리대학 또한 그동안 제대로 해오지 못했던 과제를 새로이 정립할 필요가 있다. 졸업생들에 대한 사후 프로그램의 구축이 그것이다. 졸업생들이 사회 각 부문에 어떻게 분포하고 있으며 그들의 성취도는 어떠한지, 그들이 좀 더 나은 사회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정기적으로 정확히 파악하는 일, 그 결과를 대학교육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문제, 졸업생들과 대학의 상호연계를 보다 강화하여 상생의 방안을 구축하고 활성화하는 것 등에 대해서, 사실 우리대학은 아직까지 완비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총동창회가 있고 학과별 관련 프로그램도 없지 않지만, 학교의 역사도 짧고 학생 수도 적은 우리대학에서 대학 전체 차원의 관련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전 사회적인 포스테키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앞서 말한바 국가 사회에 대한 우리대학의 소명을 온전히 다하기 위해서 시급히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이며,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우리대학의 의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