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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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영섭 기자
  • 승인 2013.02.1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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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좀 그만 던져라
2월 6일 열렸던 한국과 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 경기의 결과는 처참했다. 4:0의 점수는 물론, 경기력 자체도 형편없었다. 경기가 월드컵과 같이 중요한 대회도 아니었고 단순히 친선전이였다는 점, 크로아티아가 세계적인 강팀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의 많은 선수가 비시즌 기간이거나 빡빡한 일정으로 지쳐있다는 점을 참작해도 경기 내용은 탄식 그 자체였다. 많은 팬이 조건 없는 승리를 간절히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국가대표팀의 가능성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경기가 끝나고 스포츠, 축구 관련 커뮤니티는 굉장히 뜨거웠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에 분노, 탄식하는 글은 물론, 크로아티아 선수에게 결정적인 공격기회를 내준 선수에게 입으로 말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거친 비난이 쏟아졌다. 그 중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은 축구 국가대표 감독 최강희였다. 최강희 감독의 선수기용, 전술을 신랄하게 비난하며, 경질해야 한다는 글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필자 역시 최강희 감독의 전술, 선수기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선수들을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 배치하였고, 수비진은 불안했으며,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한 전술변화와 선수교체도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을 하다 문득 왜 우리는 항상 비난만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최강희의 전임 감독인 조광래와 허정무, 더 올라가서는 아드보카트, 본프레레, 고트비, 히딩크, 차범근까지 모든 감독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거침없는 비난을 받았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2002년 월드컵을 할 때 히딩크 감독 정도일 것이다. 2010 월드컵을 대비해 감독을 맡아 27경기 무패기록을 세우고, 월드컵에서 16강 기록을 만들어낸 허정무 감독의 악의가 넘치는 ‘허접무’라는 별명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위에 나열한 감독 중 정말 능력이 형편없었던 감독도 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국가대표팀을 꽤나 잘 이끌어갔던 감독도 있었다.
비난이나 비판이라는 행위 자체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비난, 비판을 너무 거침없이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비난하는 것에 익숙해져, 혹은 비난하는 그 자체를 즐겨 곳곳에 숨어있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내용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해본다. 지금 최강희 감독을 비난하는 사람 대다수는 조광래 감독과 허정무 감독도 거침없이 비난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어쩌면 이기면 칭찬하고 지면 욕을 하는 너무 단순한 방법으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