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신성장을 위하여
우리대학의 신성장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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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0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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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새해가 밝았다. 통상 새해를 맞이해서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덕담을 나누는 것이 관례인데, 올해는 그러기 쉽지 않은 기류가 전 세계적으로 흐른다. ‘L-자형 장기 침체’를 예견하는 경제 전문가들의 주장들과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유럽과 일본, 그리고 ‘재정 절벽’을 돌파할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형편 등이 새해 벽두를 마냥 밝게만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도 유사한 상황이다. 2%대의 GDP성장이라는 근래 최저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불안한 물가와 갈수록 불어나는 가계 부채 등이 우리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장기적 저성장 시대에 대학도 새로운 도전과 문제에 처하게 되었다. 그동안 치솟은 등록금의 수준에 비해서 크게 나아지지 않은 대학의 교육 인프라와 수준, 대학원을 졸업해도 더욱 좁아져만 가는 취업의 문, 스펙을 높이느라 갈수록 길어지는 평균 재학 기간 등, 대학에서 얻어지는 것들의 가치가 이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매우 낮아져 가는 시대가 되고 있다. 기업으로 친다면 한마디로 ‘고비용 저가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의 시기에 다른 대학들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우리대학에 어떤 것들이 필요할 것인가? 과연 지난 25년 동안에 쌓아온 저력과 평판으로 이러한 시기를 계속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지금 현재 우리가 L-자형 침체의 시기에도 탁월한 경쟁력을 유지할 필요하고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몇 가지 우려되는 현상들에 대해서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지나친 ‘내실 위주 경영(Efficiency-Focused Management)’의 함정이다. 물론 어려운 시기일수록 내실을 다지고 조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칫 모든 조직의 관심사를 ‘현재의 것들’에만 두게 되면, 가까운 미래에 들이닥칠 큰 변화의 물결이나 조짐을 보지 못하고, 이에 필요한 대비나 대응을 하는 데에는 누구도 관심을 두거나 의욕을 내지 않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혁신 선도 기업이자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3M이 2000년도 초반 내부 효율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하여 창의적 혁신성의 실종 위기를 겪은 것이나 최근 일본 유수 전자기업들의 끝없는 추락 등을 보면서,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조직의 주관심사가 내실과 절감에 지나치게 국한되는 것의 위험성을 깨닫게 된다.
둘째는, 지나친 ‘수렴적인 발상(Convergent Thinking)’의 제약이다. 수렴적인 발상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최소한의 옵션들 중에서 최적의 답과 결론을 찾고자 하는 방법이다. 때로 탁월한 소수가 최대한 신속하게 최선의 선택을 결정하고 실행함으로써 조직이 민첩하게 변화에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70년대 경제 건설이나 90년대말 외환위기를 넘긴 경우처럼 수렴적 발상으로 신속하게 국면을 타파하는 것은 장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조직의 창의성은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그 조직 내에서 일정한 수준의 ‘발산적 사고 (Divergent Thinking)와 행동’이 가능한 경우에 발현된다. 발산적 사고와 행동이 가능하고 장려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우리가 오래전 어두운 ‘독재의 시절’에 경험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일을 하기보다는 그저 시키는 것들에 충실하고 최대한 자신들의 의욕과 목소리는 축소시키며 일을 하게 된다.
셋째는, 지나친 ‘여기가 최고 사고(소위 NIH: Not Invented Here 신드롬)’의 폐단이다. 우리대학이 타 대학에 비해서 분명히 잘 해왔고 여전히 잘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한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객관적으로 시장과 고객이 평가하기에 잘하고 있는 것들이 아닌 것들도 매우 많다. 최근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새롭게 조성된 국내 대학의 글로벌 캠퍼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내년부터 학부 신입생들 전원이 절반씩 나뉘어서 한 학기를 Residential College 체제로 공부하게 된다. 우리대학이 갖춘 시스템과 환경이 25년 전에는 국내에서 놀라울 만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를 훨씬 뛰어넘는 인프라와 서비스가 경쟁 대학들에 갖추어지고 제공되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 ‘여기가 최고’가 아닌 것들을 객관적으로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인정하고 새롭게 혁신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좋은 우수한 역량과 전략들도 그들이 지나치게 되면 오히려 득보다 실을 가져오게 된다. 앞에서 돌아본 세 가지가 부디 지나치지 않아서 앞으로 글로벌 경제와 사회를 한동안 어려움 속에서 머물게 만들 L-자형 저성장의 시기를 우리대학만은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기를 새해 벽두에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