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Ⅲ)
글로벌 금융위기(Ⅲ)
  • 김진홍 / 한국은행 포항본부 차장
  • 승인 2012.12.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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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학의 미래와 중앙은행의 정책과제

이번에는 금융위기 이후 논의되고 있는 금융공학의 한계와 향후의 개선 방향 및 중앙은행의 향후 정책과제를 살펴봄으로써 그간의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난 원고의 ‘금융공학이 금융위기의 진범인가’와 ‘최종대부자, 중앙은행의 정책대응’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금융공학의 미래와 중앙은행의 정책과제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원고는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닌 집필자의 개인 의견임을 유의하길 바란다. 

<편집자주>

 1.금융공학의 한계와 향후 전개방향


1) 금융공학의 성과
1970년대 이전의 금융 시스템에서는 한 금융기관이 복잡한 금융 업무를 모두 수행함으로써 비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금융공학의 발전과 함께 증권화나 파생상품거래가 금융실무에 도입됨으로써 금융의 분업화(Unbundling)가 가능해져 금융 시스템의 효율화가 진전됐다.
블랙숄즈 방정식이 발표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카고 옵션시장에서는 가격설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결국, 금융공학의 본질적인 공헌은 파생상품거래의 가격설정이라기보다는 시장의 가격과 블랙숄즈 방정식을 조합하는 등 파생상품거래가 내포한 리스크의 특성(원 자산가격 등의 변화에 파생상품가격이 어떻게 변동할 것인가)을 명확하게 한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금융공학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금융공학은 부작용이 있기는 했지만 유익한 위험관리 수단을 제공해 금융의 분업화와 효율화를 촉진하는 등 금융 시스템이나 금융시장의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현대 금융의 필수적 요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 금융위기로 나타난 금융공학의 한계
(금융공학의 사용법상의 한계) 이번 금융위기와 관련해서는 금융공학의 이론보다는 금융공학의 사용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첫째, 철저한 자기이익의 추구에 금융공학이 악용된 측면이 있다. 즉, 금융공학의 모델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고 ‘능숙하게’ 사용하면서 이익을 최대화시키려는 인센티브가 특히 고액의 보수체계를 지닌 구미금융기관에서 강하게 작용했다. 둘째, 금융공학의 모델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금융공학은 빠른 발전 속도만큼 복잡한 모델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모델은 많은 전제조건 하에서 금융상품의 내용이나 가격을 설정하는 하나의 도구였으나 마치 자연과학과 같은 절대적인 진실을 추구하는 도구인 양 오해된 면도 있었다. 셋째, 투자가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군중행동도 문제였다. 자산 가격이 우상향하는 국면에서 가격의 과대평가 가능성을 의심하면서도 다른 경쟁사가 경쟁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냉철한 관망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금융의 분업화가 진전된 부작용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게 확대되자 모델을 자의적으로 취급 내지는 해석하려는 인센티브가 더욱 강화됐다.
(이론 면에서 금융 공학의 한계) 경제학의 입장에서는 금융공학의 이론에는 첫째, 즉각적 판단은 중시했으나 현시점의 판단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이 누락된 점, 둘째 시장가격과의 정합성을 중시했지만, 현재의 가격수준이 경제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개별 시장가격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이냐는 일반균형적인 고찰이 부족했다는 두 가지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실용적인 측면에서의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모델 개발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서로 정합성이 없는 이론들이 동시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이론적 근거가 다소 불충분한데도 실무에 응용되는 모델도 있었다.

3) 앞으로의 금융공학의 전개방향
앞으로 금융공학의 분야는 이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계나 제약요인을 기반으로 금융공학이 정확하게 필요한 분야에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기틀을 어떻게 마련해 나갈 것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공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최근 학술적 관점에서는 행동경제학과 같은 투자가의 행동심리를 묘사하는 이론과 금융공학의 융합 등에 대한 도전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외에도 매도자의 모럴 해저드를 억제하는 방법으로는 증권화한 모든 증권을 투자가에게 매각하지 않고 그 일부의 증권은 매도자가 지속 보유토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부적절한 행위를 기획한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2.위기 이후 중앙은행에 주어진 정책과제


1)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정책대응
금융위기 발생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기관에 대한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진전시키면서도 경제활동의 급격한 침체는 회피해야 하는 균형적인 정책운영에 고심했다. 중앙은행들은 아래와 같은 정책 의지를 갖추고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했다.
먼저,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의 유동성 수요를 원활하게 만족시켜야만 한다. 대부분의 금융위기는 유동성의 부족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금융안정의 대전제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신용시장에 심각한 스트레스가 가해진 경우에는 각국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앙은행은 이러한 시장기능의 적기 회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후퇴와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에 따른 부의 상승작용이 발생할 때에는 유효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거시정책수단이 필요하다. 물론 중앙은행의 가장 전통적인 대응방법은 정책금리의 인하라고 할 수 있다.

2) 금융위기로 본 중앙은행에 대한 정책적 도전
이번 금융위기는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 운영과 관련해 큰 도전이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동일하게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나 과거 대공황 당시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금융시스템의 다이내믹, 군중심리, 과도한 낙관과 같은 비합리적인 인간의 행동을 거시경제이론이 적절하게 취급하지 못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위기 예방 관점에서는 폭넓은 시야에서의 접근방법을 강구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거시 건전성의 관점에 의거한 통찰력을 연마해 나가야 한다는 정책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3) 앞으로의 중앙은행의 정책과제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중앙은행이 더욱 주목해야 할 정책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기본적인 역할과 책임에 관한 부분이다. 최근 중앙은행의 사명에 대해 물가안정은 물론 보다 안정적 금융환경의 실현도 중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민간금융기관의 행동을 포함한 금융환경의 변화를 적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금융 인프라에 대한 개선 노력이다. 안정적인 금융환경의 실현을 위해서는 결제시스템이나 국제간 자금이동 등과 관련된 시장의 여건과 모니터링 등에 대한 부분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통화제도를 비롯한 국제적인 연대 등 활동범위의 확대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중앙은행의 향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를 적극 육성하고 각국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와의 공동연구 등 협조체제를 공고히 해나가는 한편 전 직원들이 물가안정과 거시금융안정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