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강남스타일
포스텍 강남스타일
  • 이기훈 기자
  • 승인 2012.12.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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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열의와 교수들의 지원으로 완성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발매된 지 네 달이 넘게 지났다. 강남스타일 패러디가 전 세계적으로 성행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전주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이 제작한 ‘전주스타일’과 강남스타일의 노랫말을 사투리로 바꿔 재미를 더한 ‘대구스타일’ 등이 촬영됐고, 해외에서도 군인에서부터 죄수들까지 강남스타일에 맞춰 뮤직비디오나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지난 8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은 가사를 개사해 총장의 독선과 불통, 비민주적 정책 결정구조를 비판하는 ‘남표스타일’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스텍 스타일 78공고


더는 새로울 것도 없어 보이는 강남스타일 패러디에 우리대학이 지난달 27일 ‘포스텍 강남스타일(POSTECH GANGNAM STYLE)’로 패러디의 방점을 찍었다. 이 동영상은 우리대학 생명공학연구센터에서 주인공이 강남 바이러스(GANG-NAM VIRUS)에 감염되는 것을 시작으로 지곡연못, 노벨동산, 청암학술정보관 등 우리대학의 명소 곳곳에서 촬영됐다. 또한, 우리대학 농구 동아리 포바, 축구 동아리 카이저, 응원 동아리 치어로, 테니스 동아리 패씽 등 각 동아리의 특성을 살려 익살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78계단에 교수님들이 등장해 ‘오빤 포스텍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촬영 중인 김민정 학우(좌), 변한섭 학우(중), 조유리 학우(우)


포스텍 강남스타일은 우리대학 대학평가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의호(산경) 교수의 제안과 우리대학 춤 동아리 Ctrl-D, 그리고 교수들의 후원으로 완성됐다. 서 교수는 “포스텍 강남스타일을 통해 우리대학을 세계에 알리고자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 The Times-QS 세계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이 논문 수나 논문 인용 수에서는 높은 점수를 차지하지만, 명성에서 연세대학교나 고려대학교보다 아래인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트위터와 같은 SNS 활용하고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동창들에게 협조를 구하면 좋은 홍보 자료가 될 것”이라며 “1차 목표는 10만 뷰, 2차 목표는 100만 뷰이다. 목표 달성에 성공한다면 포스텍의 역사에 남을 이벤트가 될 것이다. 제작을 위해 힘써준 Ctrl-D와 후원해 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포스텍 강남스타일은 우리대학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국내에는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담았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Ctrl-D 회장 윤호준(전자 11) 학우는 “우리대학이 공부만 하는 ‘공부벌레’들만 모인 학교가 아니라 여러 동아리에서 열심히, 재미있게 활동하는 중이라는 것을 외부에 알릴 기회였다. 또한 수업시간에 교수님과 함께 말춤을 추는 부분은 교수님들과 학생 사이가 돈독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광장 앞에서 촬영 중인 포스텍 스타일 촬영팀


우리대학 전체뿐만 아니라 Ctrl-D 내부에서도 포스텍 강남스타일의 제작은 하나의 큰 이벤트였다. 윤 회장은 “영상업체의 촬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들의 아이디어로 구성했고, 우리가 동영상 제작의 주체가 됐다. 회장 임기에 확실한 무언가를 해보았다는 것은 정말 뜻깊은 일이었다. 영상 촬영에서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내용 자체도 재미있었고, 동영상 마지막 부분에 통집에서 술 마시는 장면이 있었는데 진짜 술을 마시면서 찍었다. 정말 대학생활의 큰 부분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의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싸이 역할을 맡을 사람을 구하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윤 회장은 “체형이 비슷한 사람을 찾다 보니 11학번에는 마땅한 사람이 없어 선배 또는 12학번 중에 선택해야만 했다. 하지만 영상을 찍다 보면 선배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기에는 불편함이 있을 것 같아, 경험이 없지만 12학번인 변한섭(컴공 12) 학우에게 싸이 역할을 맡기게 됐다. 사람을 모으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동아리 촬영이나 마지막 단체 영상 촬영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잡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변한섭 학우가 정말 기대 이상으로 싸이 역할을 잘해 주었고, 동아리 친구들이 지인을 통해서 사람들을 모으는 데 발 벗고 나섰다. 또한 모인 사람들이 모두 열심히 참여해줘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디슨 상 앞에서 촬영 중인 변한섭 학우(좌)와 김상욱(생명) 교수(우)

싸이 역할을 맡았던 변한섭 학우는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얼마만큼 망가질 수 있을지 몰랐고, 망가지더라도 얼마나 센스 있게 싸이를 표현할 수 있을지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내세울 거라고는 남들보다 좀 더 격렬하게 추는 말춤밖에 없었지만, 학교대표로 뽑혔고, 동아리원 분들의 지지를 얻어 나온 만큼 제대로 해야겠단 생각이 컸다. 촬영 중에는 나 자신을 버리고 춤을 췄고, 그래서인지 좋은 영상이 나온 것 같다. 포스텍 강남스타일은 나의 다른 재능을 찾은 귀중한 경험이었고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얻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학교 홍보에 보탬이 되고 무엇보다 댄스 동아리 CTRL-D의 입지가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기뻤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텍 강남스타일 UCC 영상은 유튜브(http://youtu.be/ieUMb97Z3Kg)를 통해 감상할 수 있으며 12월 3일 오후 5시 현재 15,700뷰를 돌파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