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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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홍 기자
  • 승인 2012.12.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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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하는 생활
지난 달 22일, 기존에 국가장학금을 신청했던 다수의 학부생들은 학교로부터 학업장려비 명목으로 특별장학금을 지급받았다. 사전 공지 없이 장학금을 지급하기 하루 전인 21일부터 포비스 장학금 수혜내역에서 확인이 가능했기에, 학생들 사이에선 갑자기 굴러들어온 공돈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특히, 각자 다른 장학금 금액은 의문을 증폭시켰다. 지급 당일, 학생지원팀에서 보낸 메일을 받고 나서야 해당 학생들은 자신이 특별장학금을 받게 된 이유와, 이 장학금이 소득분위별로 차등하여 지급됐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장학금 지급에, 특히나 높은 금액을 받은 학생들은 마냥 좋았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소득분위별로 차등 지급된 장학금의 수혜 금액이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을 수 있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개되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는 현 정부와 대학의 장학정책을 준수해 차등지급했지만 공개적으로 개인별 소득분위나 장학금 금액을 알리지 않았다.) 아무 거리낌 없이 대하던 친구들 간에 서로가 스스로 조성한 미묘한 위화감을 나만이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친구를 좀 더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번 장학금이 소득분위별로 지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서로 간에 액수를 물어보는 행동을 자제해야 하지 않았을까?
주변 학우들에 대한 소소한 배려가 부족한 현상은 비단 이번 장학금 지급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도서관 대출도서 장기연체이다. 개인적인 경험상 필요한 서적을 찾기 위해 청암학술정보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홈페이지를 검색할때 마다, 실패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 대학 도서관이 보유한 장서가 많이 부족해서였을까? 물론 필요한 책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대출한 후 두 달, 세 달 심지어는 일 년 이상 반납하지 않는 장기 연체자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 책이 자신의 필요 이상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도 소중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공공자산을 거의 사유화해서 사용하면서도 특별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흘러 올해도 벌써 12월이 됐고 종강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도 학생기자로서 2012년도 마지막 신문을 만들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것은 새로운 출발,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단어라 생각한다. 추운 겨울, 소중한 주변의 동료들을 서로 조금이라도 더 배려하는 훈훈한 포스테키안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