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비 자율납부제
학생회비 자율납부제
  • 정재영 기자
  • 승인 2012.11.2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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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와 선택권의 갈림, 총학생회비

학생들의 의무 vs 선택권
「본회의 정회원은 회비를 납부할 의무를 지닌다.」 우리대학 총학생회칙 제1장 제4조 5항에 규정돼 있는 조항이다. 대부분의 대학 총학생회에서 재학생의 회비납부를 의무로 명시하고 있으며, 총학생회비라는 재원은 학생회 운영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생회칙이 학생을 ‘일방적으로’ 회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학생이 학생회칙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규칙은 그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다.
실제로 과거부터 교육관련 정부기관에서는 각 대학에 학생회비의 선택적 납부와 등록금 분리고지를 권고하는 요청을 하고 있으며, 지난 8월 말에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학생회비 등 선택적 경비 등록금 통합고지 불가 협조 요청’ 제목의 공문 발송을 한 바 있다. 등록금 납입고지시 학생회비 등 선택적 경비를 통합고지 하고 있어 다수 민원이 제기되고 있으며, 선택적 경비의 통합고지 관행이 근절되도록 각 기관에 협조요청을 바란다는 내용이다.
총학생회의 존재 목적은 각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민주적인 자치활동을 장려하고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로써 학생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학생 개개인의 측면에서 볼 때, 총학생회의 존재목적에 동의하지 않거나 동의하더라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는 학생회비를 내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한편,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학생을 총학생회의 일원이기를 포기한 학생으로 간주한다면, 총학생회 회원으로서의 권리인 △선거권 및 피선거권 △자치활동에 참여할 권리 △의견을 제시할 권리 등도 주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현실적이지 못함에 따른 딜레마가 존재한다. 첫째로, 다음 년도 총학생회를 이끌어갈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이전 학기의 학생회비 납부 여부를 기준으로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부여하기 난해하며, 어떠한 방식으로 일부 학생들의 선거권 규제가 가능하더라도 총학생회의 대표성에도 손상을 입는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로, 학생회비로 진행되는 여러 교내외 복지사업이나 축제, 더 나아가서는 학생 권리 증진을 위한 총학생회의 노력 등으로 얻어진 혜택 등의 수혜대상을 선택적으로 부여하기 어렵다. 결국, 자칫하면 학생회비는 ‘안내도 상관없는’ 돈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

학생자치활동 축소 vs 활발하고 투명한 자치활동
일반적으로 학생회비는 행정편의상 대학이 직접 징수해 총학생회에 전달한다. 따라서 징수방식의 변경의 열쇠는 주로 대학이 지니고 있는데, 일방적인 징수방식 변경이 총학생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학생회비 일괄징수에서 선택납부로 변경되면, 총학생회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여러 사업이나 활동에서의 재정적 제한으로 학생자치활동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학의 결정에 총학생회는 대학 측이 학생사회를 견제하려는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학생회비 선택적 징수라는 취지는 옳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숙명여자대학교는 2010년 1학기부터 총학생회비가 자율납부로 전환된 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시 1만 원의 총학생회비 납부율이 40% 수준으로 떨어지자 총학생회비의 약 1/3의 예산이 사용된 스쿨버스 운영 사업을 한 학기 만에 정지할 수밖에 없었고, 학우들은 등굣길에 큰 불편을 겪게 됐다. 현재 상황을 묻자 총학생회 관계자는 “올해 총학생회비 납부율은 15~20% 수준으로 떨어져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데 제약이 있고, 등록금 일괄고지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이렇게 학생회비 예산이 줄어들면 학생 복지 감소 및 등록금 인상 등 그 피해가 학생사회 전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우선, 학생회비 예산이 감소하면 전반적으로 각종 운영비, 사업비, 또는 교내외 축제 및 행사 예산 등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그 중 축제 및 행사 예산은 학생회비 지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작년 우리대학 총학생회의 경우 해맞이한마당, 포스텍-카이스트 학생대제전, 포항시대학연합축제, 새내기새배움터에 전체 결산의 55% 가까이 되는 금액(6,322만 원 중 3451만 원)을 사용했다. 올해는 포항시대학연합축제가 열리지 않고 각종 축제 예산을 줄여, 20~30%의 학생회비가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축제 및 행사의 경우 단순히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 교비 지원을 추가로 받아야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각종 장학금이나 프로그램, 행사 등에 사용되고 있는 학생경비 액수는 제한적인데, 축제 등에 교비 지원이 증가하면 상대적으로 학생 복지 부분의 지원이 줄어들거나 등록금 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학생회비의 선택적 납부가 활발하고 투명한 총학생회를 이끄는 긍정적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학생들이 학생회비를 내지 않는 일반적인 이유는 ‘학생회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잘 몰라서’ 내지는 ‘나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오는지 몰라서’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총학생회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하며 학생회비 납부를 독려하는데,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능동적이고 투명한 총학생회가 운영된다.

타 대학 징수방식과 납부율은.
학생회비 징수방식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일괄징수, 둘째는 등록금 통합고지 선택징수, 셋째는 등록금 분리고지 선택징수 또는 직접징수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회비 자율납부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2012년도 2학기 기준 일괄징수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은 연세대학교와 우리대학 정도이며 두 대학 모두 2013년도부터 선택적 납부(연세대는 분리고지, 우리대학은 통합고지)를 시행한다. 올해 선택적 납부로 바뀐 대학으로는 대진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교 등이 있다. 등록금 분리고지의 경우, 등록금 고지서 이외에 따로 고지서를 출력해 납부하거나 총학생회 계좌로 직접 납부하는 등 등록금 통합고지보다 번거롭고, 납부율은 다소 낮아질 수 있으나 큰 차이점은 없다.
고려대학교는 2005년 2학기부터 총학생회비 자율납부(등록금 분리고지)를 시행하고 있다. 금액는 8,000원이며 2012년도 1학기에는 64.5%(재학생 20,232명 중 13,058명 납부), 2학기에는 58.9%(재학생 18,896명 중 11,127명 납부)의 납부율을 보였다. 이전부터 자율납분제(등록금 분리고지)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의 총학생회비는 9,000원이며 2012년도 2학기에는 학생회비 납입 대상자 중 36%(16,400명 중 5,954명)의 학생이 납부했다. 이는 최종등록일까지 전산으로 징수한 납부율이며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비는 총학생회 계좌로 직접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우리대학은 어떻게 되는가.
현재 학부 총학생회비는 26,000원이며 대학원 학생회비는 15,000원으로 일괄징수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호 1면 ‘내년부터 학생회비겴퓐嘯平┍맏?선택적 납부 시행’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2013년도 1학기부터 학생회비가 선택적 납부로 변경된다. 학부 총학생회는 지난 9월 2일 있었던 전체학생대의원회(이하 전학대회)의 2학기 개강 정기회의에서 ‘총학생회비 징수 문제 보고’ 안건 논의를 한 바 있으나, 학생회비의 선택적 납부가 확정되기 이전에 이뤄진 회의라 자세한 토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과거 우리대학의 학생회비 징수방식 및 납부율을 살펴보면, 90년대 초 문교부에서 학생회비 일괄 고지를 금하는 시정 명령이 있었다. 이 기간에 수년 간 총학생회에서 학생회비를 직접 징수했던 적은 있으나 그 이후로는 등록금과 통합 고지로 일괄 징수했다. 본지 제47호 7면 기사에 따르면 학생회비를 직접 징수한 92년도 1학기에는 3차 납부 기간에 걸쳐 44%의 학생이 납부했으며, 2학기에는 2차 마감까지 31.2%의 학생이 납부했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총학생회비 관련 설문조사에서 ‘내년도 총학생회비를 낼 의향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190명의 응답자는 △무조건 낸다, 43명(22.6%) △학생회 공약을 보고 결정한다, 117명(61.6%) △무조건 내지 않는다, 30명(15.8%)라고 답했다. 이렇듯 대다수의 학생이 학생회의 공약을 보고 납부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인식도 중요하지만, 총학생회 차원의 노력도 절실히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으로 2년째를 맡는 대학원 총학생회의 경우, 학생회비의 약 30%정도가 인건비로 쓰이고 각종 초기 물품비 및 유지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학생회비 예산의 감소가 운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회비 선택적 납부로 인한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학생회비 미납자에 대한 권한 조정 여부가 있다. 작년에 이루어진 총학생회칙 개정과정에서는 이를 반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재 대표자운영위원회 산하 총학생회칙개정특별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휴학생 납부자에 대한 고려와 재학생 학생회비 미납자에 대한 △의결기구 대의원 또는 대표자 자격으로의 참여 △총학생회비 투입 사업 참여 △선거권 및 피선거권에 대한 권한이다. 이는 이르면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있을 전학대회 2학기 종강 정기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