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박희숙 / 화가
  • 승인 2012.11.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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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세계 문화 예술의 중심으로 만든 미술관
세계 무역의 중심지 뉴욕은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이 발달한 도시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미국이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공원 위쪽에 자리 잡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유럽의 미술관보다는 역사가 짧지만 고대 이집트 유물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200만 점에 이르는 뛰어난 예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3,000여 점의 회화 작품은 유럽의 미술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최고의 예술품들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19세기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에서 처음 제안됐을 때만 해도 서류상으로만 미술관이었다. 그 이후 미국 최고의 미술관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미국 정부의 후원과 기증자들 아낌없는 기증 덕분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에 미술사상 최초로 평범한 집안의 일상을 묘사한 작품이 로베르 캉팽의 <수태고지>다. 세 폭의 제단화로 돼 있는 이 작품은 성경의 신비스러운 장면 수태고지를 다루면서 1420년대 북구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 패널에는 성모 마리아는 벽난로 의자에 앉아 가브리엘 천사가 온 줄도 모른 채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가브리엘 천사 뒤 둥근 창문에 햇살과 함께 들어오고 있는 나무 십자가를 맨 아기 천사는 예수 탄생이 임박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나무 십자가는 예수의 죽음을 암시한다. 성모 마리아와 가브리엘 찬사 뒤로 일상생활 용기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탁자 가운데 피렌체산 마졸리카 꽃병에 흰 백합과 성모 마리아가 들고 있는 흰 수건은 순결을 상징하고 멀리 구석에 걸려 있는 놋쇠 주전자는 구세주의 강림이 세상의 죄를 씻어줄 거라는 것을 의미한다. 탁자 위에 꺼져 있는 촛불은 정 가운데에 놓음으로써 예수가 인간이 되는 성육신에 대한 암시다. 오른쪽 패널에는 요셉이 옆방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모른 채 쥐덫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작업대와 창가에 놓여 있는 쥐덫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주님의 십자가는 악마를 잡는 쥐덫과 같다. 악마를 유혹하기 위해 쥐덫을 달아놓은 미끼는 다름 아닌 주님의 죽임이었다’는 말을 의미한다. 왼쪽 패널의 무릎을 꿇고 옆방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와 여자는 이 작품을 제작하는 데 후원했던 피터 엥겔브레히트와 그레친 슈린메허스 부부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자랑하고 있는 작품 중에 하나가 푸생의 <사비니 여인의 약탈>다. 이 작품은 플루타르크에 의해 전해지는 로마 기원에 관한 전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푸생은 이 주제를 깊이 연구해 고전주의 회화 양식에 따라 표현했다. 로마의 전설적인 건국의 아버지 로물루스는 자기의 건설한 새 도시에 인구가 부족하자 노예나 방랑자든 원하는 사람 모두 로마 시민으로 인정했다. 몇 년 후 인구의 불균형으로 로마에 여인들이 부족해지자 결혼 정령기의 남자들의 원망이 많아졌다. 이웃의 사비니 족을 습격해 여인들을 약탈해오기를 마음먹은 로물루스는 바다의 신 넵투누스 축제를 열고 사비나 족들을 초청한다. 로마의 군인들은 축제에 온 여인들은 강탈한 후 사비나 남자들을 쫓아버린다. 로마의 역사에 따르면 사비나 여인들은 곧 로마의 남자들과 사이가 좋아졌으며 로물루스 자신도 사비나 여인 헤르실리아와 결혼했다. 그 이후 사비니와 로마는 화해를 해 로물로스가 사비니의 왕까지 겸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로물루스는 붉은 색 옷을 입고 거대한 건물 위에 서 있다. 그의 모습은 화면 아래 복잡한 장면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화면 왼쪽 푸른색 옷을 입은 여인이 자신을 안고 가는 로마 병사에게 저항하고 있다. 로마 병사 발밑에는 잡혀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 로마 역사에 따르면 사비니 여인들 중에 유부녀가 한 명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로물루스가 결혼한 헤르실리나다. 이 작품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그려 넣음으로서 푸른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이 헤르실리나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어린아이 옆으로 노파가 잡혀가는 헤르실리나를 슬픈 듯이 바라보고 있다. 화면 오른쪽 한 아버지가 딸을 끌고 가는 젊은 로마 병사에게 달려들고 있고 딸은 아버지의 옷자락을 꼭 잡고 있다. 로마 병사는 자신의 행동을 제지하는 노인을 제거하기 위해 단도를 들고 있다. 이 장면과 대조적으로 화면 가운데 갑옷에 푸른 옷을 입고 있는 로마 병사와 그 옆에 사비니 여인은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이 장면은 사비니 여인들과 로마 병사들 간의 화해를 암시하고 있다. 니콜라 푸생(1594~1665)은 로마 주재 프랑스 대사에게 주문을 받아 이 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인물의 몸짓이나 자세, 인물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8세기 초상화의 발전에 초석이 되고 있는 작품이 다비드의 <아내와 함께 있는 앙투안 로랑 라부아지에>다. 이 작품은 근대 화학의 토대를 만든 18세기 유럽에서 가장 저명한 화학자 앙투안 로랑 라부아지에(1743~1794)와 그의 아내 마리 안느 피에레트 폴즈(1758~1836)를 그린 초상화로 18세기에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초상화가 사회 변혁의 물결에 휩쓸리면서 시민 계급 누구나 소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마리는 남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관람자를 향해 미소 짓고 있고 라부아지에는 오른손으로 깃털 펜을 쥔 채 시선을 아내의 얼굴에 고정시키고 있다. 책상 위와 아래에는 실험도구들이 놓여 있다. 라부아지에 앞에 놓인 실험 노트는 1년 후에 <화학 원론>으로 출간된다. 다비드는 과학자와 법률가로 활동하고 있는 라부아지에의 직업을 나타내기 위해 검은색 양복으로 표현했다. 검은색은 진지함과 안정감을 나타내고 흰색 드레스는 순결과 부부의 행복을 상징한다. 화면 왼쪽 배경에 있는 드로잉집은 마리의 것으로 그녀가 남편의 저서에 삽화를 그리고 있던 중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이 작품에서 라부아지에를 저명한 과학자로 표현하지 않고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으로 묘사해 가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소장되어 있는 작품 중에 공개 당시 스캔들이 일으켰던 작품이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 X>다. <마담 X>는 사전트의 대표작으로서 그가 빠져 들었던 여인의 초상화다. 이 작품의 모델인 미국 여인 버지니아 아베뇨는 1859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다. 은행가였던 프랑스인 피에르 고토르와 결혼한 그녀는 19세기말 파리 사교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하나로 손꼽혔다. 1881년 사전트는 파리에 이주해와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는 아베뇨의 아름다움과 두꺼운 자주색 화장에 매료돼 초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을 먹지만 그녀는 처음에 거절했다. 사전트는 필사적으로 매달려 그녀의 초상화를 제작하게 되는데 전문 모델이 아니었던 아베뇨는 사전트가 원하는 대로 포즈를 잡지 못했다. 아베뇨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사전트는 고심하고 망설여 초상화를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1884년 완성해 살롱전에 전시됐을 때 사전트는 <마담...의 초상>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그녀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이 작품은 비평가와 대중들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스캔들에 휘말린 사전트는 결국 영국 런던으로 이주하게 된다. 사전트뿐만 아니라 모델이었던 아베뇨도 스캔들에 휘말려 곤혹을 치렀다. 이 작품이 비난을 받았던 것은 처음 초상화에서는 그녀의 드레스 한쪽 어깨 끈이 아래로 내려가 오른쪽 어깨가 다 드러난 상태였다. 그 당시 상류층 여인으로서 과도한 노출이었기 때문이다. 어깨 끈은 나중에 수정됐다. 존 싱어 사전트(1856~1925)는 이 작품에서 그녀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초기 초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측면의 자세를 취하게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자세다. 이 작품에서 그녀의 뒷목과 팔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다. 인위적이고 도도한 그녀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내면이 드러난 것이다. 이 작품에서 다이아 여신을 상징하는 초승달 모양의 다이아몬드 머리핀은 그녀의 상징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미국의 신화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빙엄의 <미주리 강을 거슬러 내려오는 피혁상인들>이다. 이 작품에서 붉은 색의 옷을 입은 피혁상인은 도시에 내다 팔 피혁을 옮기기 위해 배를 타고 있다. 배 중앙에는 피혁 상인의 아들이 피혁 위에서 손으로 턱을 괴고 졸고 있다. 두 사람은 어슴푸레 한 새벽에 빛에 둘러 싸여 있고 배는 수면 위를 미끄러지고 있다. 바람조차 없는 날씨는 수면의 일렁임을 만들지 못하고 두 사람의 그림자만 만들고 있다. 검은색 동물이 배 한쪽 끝에 매달려 있다. 검은색 동물은 거친 야생의 삶을 상징한다. 조지 캘럽 빙엄(1811~1879)은 이 작품에서 우아하고 부드러운 붓놀림, 밝은 빛을 이용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강을 터전으로 생활해야만 했던 사람들의 척박한 사람들의 삶을 드러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피혁 상인들은 미국 국경지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로서 생존을 위해 거친 환경 속에서도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생존 방식이 폭력적이고 거칠었지만 미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로서 빙엄은 그들의 삶을 존중했다. 미국의 국경지대의 영웅으로 표현한 이 작품에 미국 도시인들은 열광했다.
끊임없는 소장품 수집으로 규모가 커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기 위해 유리와 철제로 지어진 릴라 애치스 윌래스 분관을 1987년 개관한다. 분관 1층에 전시실에는 피카소, 브라크, 레제, 모딜리아니 등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화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으며 1층과 2층 사이에는 하인츠 베르그루엔의 파울 클레의 소장품이, 3층의 작품들은 제인스 로젠퀴스트, 쿠닝 등 전후 작가들의 대형 작품들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