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선거를 생각하다
다시 한 번 선거를 생각하다
  • 이두열 / 신소재 11
  • 승인 2012.11.2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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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심지어 TV 예능을 보다가도 ‘대선’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렇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삼십여 일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직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저마다 다른 색의 옷을 입고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 선거운동은 볼 수 없지만, 그들의 공약이나 비전 등을 쉽게 마주할 수 있을 만큼 선거가 가까워졌다.
어렸을 적을 추억하면 선거는 축제와도 같았다. 길을 가다 보면 담벼락 곳곳에 ‘훼손하지 마시오’라는 경고문과 함께 사진과 이력이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자동차 경적소리만 들리던 도로는 신나는 노래와 춤을 볼 수 있는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어른들이 모인 곳에 가면 ‘이번엔 누가 돼야 한다’는 주제로 너도나도 열띤 토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당시 필자는 아버지의 견해에 따라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들 정도로 구분했던 것 같다. 시끌벅적한 선거의 마지막인 투표 날은 온 가족 모두가 모여 여유롭게 아침을 먹는 소소한 행복이 있어서인지 항상 맑고 따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 20세가 지난 성인이 되어 느끼는 선거는 과거와 비교해 한없이 차갑다. 정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집단들이 서로 피를 튀기며 싸우고 있고,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주제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올라 논쟁이 되고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누군가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고 하여 사기꾼으로 낙인 찍히기도 하고, ‘선거판의 영웅’으로 새 시대의 주역이 되기도 한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배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서로의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설득하여 적합한 대표를 뽑는 과정이었지만 현실은 서로 비방하고 흠을 들춰내어 ‘덜 악(惡)한 사람’을 선출하는 싸움터에 불과했다.
선거를 생각하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 나를 충격으로 몰고 갔던 대회가 떠올랐다. 바로 ‘비경쟁 토론대회’라는 것이다. 당시에 ‘토론=경쟁’이라는 공식이 은연중에 자리 잡고 있던 시절이라 경쟁이 없는 토론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대회에 동생이 참여했는데 후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주제에 대해 준비한 자료와 견해를 발표한다. 발표가 끝난 뒤 궁금한 점은 질문만 할 수 있을 뿐 비판하지 않는다. 대회에 참여하지 않아 구체적인 상황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유익한 대회인 것은 알 수 있었다. 특히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토론 방법이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가치는 없다고 한다. 특히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투표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렇게 비난과 흠집 잡기에 여념 없는 선거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또 누가 우리나라를 이끌 대통령이 돼야 하는 지를 선택하고 싶지 않다. 한 정치인은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를 앞두고 ‘투표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표현의 수단’이라고 했다.  2012년 12월 19일, 오랫동안 기다려온 날이지만 그 날 내가 투표장에 있을 지, 없을 지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