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2)
글로벌 금융위기(2)
  • 김진홍 / 한국은행 포항본부 차장
  • 승인 2012.11.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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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대부자, 중앙은행의 정책대응

최근 상호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둘러싼 우려가 적지 않다. 한 금융기관 또는 부문의 부실 및 도산은 시스템적 리스크(systemic risk)를 높여 한 나라의 금융시스템 전체로 파급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의 도미노와 같은 파급을 중간에 차단하는 것은 최종대부자에 의한 무제한의 자금지원만이 가능하다. 당연히 이번의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시에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최종대부자로서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원고의 ‘금융공학이 금융위기의 진범인가?’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하여 주목을 받고 있는 중앙은행을 둘러싼 정책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원고는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닌 집필자의 개인 의견임을 유의하길 바란다.                                                                                 <편집자주>

 

2-1 인류의 3대 발명품: 중앙은행
중앙은행은 17세기부터 유럽에서 금융의 발전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화하면서 출현하게 됐는데 당초에는 여러 민간은행과 은행권 발행 등을 경쟁했으나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은행의 은행 기능을 수행하고 발권력을 독점하게 되면서 정착됐다. 중앙은행은 정부의 은행, 은행의 은행, 발권은행 세 가지가 기본 기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의 중앙은행 기능은 세 가지 기본기능에서 파생되거나 부가된 최종대부자기능, 금리 등 통화정책기능, 지급결제제도 관리 및 운영, 외환 및 환율 정책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경제학자들은 그 존재의 필요성과 역할, 기능의 우수성을 고려할 때 인류의 3대 발명품으로서 불, 수레바퀴와 더불어 중앙은행을 꼽기도 한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가장 전통적인 수단은 금리정책이다. 금리정책의 유효성은 과거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의 비중이 거의 균등상태였을 때는 금리의 인상과 인하로 인한 정책파급 효과가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실물경제의 과열방지나 경기부양의 효과를 거두기 쉬웠다. 하지만 지난 원고에서 밝혔던 바와 같이 실물경제보다 훨씬 거대해진 금융경제의 규모와 국경을 초월한 자금 흐름은 정상적인 실물경제로의 정책파급경로를 방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함으로써 기존의 금리정책만으로는 통화신용정책의 효과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2-2 최종대부자: 중앙은행의 정책대응
2000년대 이후 자산유동화증권, CDS1)등 신종 파생금융상품 거래가 금융공학의 발전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그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서는 금융기관과 감독 당국 모두 과소평가했다. 당시에는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확보되더라도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뢰 하락이 시장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가능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자산 유동화를 통해 기초자산의 리스크가 다수의 투자자로 분산되어 금융안정이 확보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사실 이 리스크 자체는 금융시스템에서 제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또한, 장외 거래되는 신종 파생금융상품은 차액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거래상대방리스크가 증가하면서 특정 금융기관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금융부문의 시스테믹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증대된다. 그러나 당시 주요국의 정책 당국이나 국제기구 등에서는 파생금융상품의 유용성을 강조하면서 시장규율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의 경우 대형 투자은행에 대해서는 자율적인 리스크관리를 허용했으며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이해 상충 거래금지, 보유자산 보고 등 투자자보호 위주로 규제했다.
그런데 자산 유동화를 위해 설립된 SPC의 경우에는 부외자산으로 회계처리 돼 금융기관의 실질적인 리스크가 과소평가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은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CDO 등의 유동화 증권에 투자함으로써 신용을 공급하는 이른바 쉐도우 뱅킹(shadow banking)2)을 수행했다. 이들은 RP 등 기관투자자 간 거래를 통해 조달한 단기자금으로 CDO 등의 장기자산을 매입한 후 이를 담보로 다시 차입하는 거래를 반복했다. 이러한 투자행태로 인한 자산 부채 간 만기 불일치의 심화는 보유자산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 유동성 위기로 직결된다. 바로 이러한 사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것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유동성이 부족할 때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위기상황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최후의 보루를 일반적으로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라고 부른다. 현실적으로 최종대부자는 중앙은행을 지칭하는데 이는 독점적 화폐발행권을 보유하고 예금지급준비금과 국가의 대외준비금을 관리하는 중앙은행만이 최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제한의 유동성 공급이 가능할 경우 예금인출사태(bank run) 또는 금융위기의 확산을 실질적 또는 심리적으로 방지함으로써 전체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시 유동성 부족으로 2008년 3월 파산 신청한 Bear Stearns의 구제금융 요청에 대해 FRB는 JP Morgan에 30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고 JP Morgan이 인수하게 한 바 있다. 또한 Merrill Lynch는 Bank of America로 인수됐다. 2008년 9월 Lehman Brothers의 파산 이후에는 Goldman Sachs와 Morgan Stanley도 지주회사로 전환시켰다. 영란은행은 유동성 부족에 빠진 영국의 모기지회사인 HBOS 및 Bradford & Bingley 등의 국유화에 간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의 기능을 착실히 수행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도 각국 중앙은행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 바 있다. ([표1] 참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 수행 사례

2-3 진화하기 시작한 중앙은행
상당수 중앙은행들은 금융안정 기능 이외에 개별 금융기관을 감독 검사하는 금융 감독 기능도 수행하고 있으나 그 수행범위와 방식은 나라에 따라 상이하다. 현재 주요국 중앙은행들 가운데 우리나라와 같이 감독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있는 곳은 캐나다, 벨기에 정도에 불과하며 대부분 중앙은행들은 감독기능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거나 감독 당국과 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표2] 참조)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은 이러한 중앙은행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중앙은행이 진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 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여 지금까지의 물가안정의 책임에 거시금융안정이라는 정책목표가 법적으로 추가됐다.
그동안 수행해 온 전통적인 역할과 기능에 추가된 거시금융안정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인가는 필자를 포함한 중앙은행 직원들의 몫이기는 하나 이와 관련하여서는 각국 중앙은행은 물론 국제기구 등에서도 아직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연재의 마지막 호에서는 금융공학과 금융산업의 앞으로의 발전 방향성을 짚어보면서 이들의 행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앙은행을 포함한 정책 당국이 과연 어떠한 잣대나 시스템을 통해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리스크요인을 방지하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짚어보고자 한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융감독기능

 


※용어설명
1) CDS(Credit Default Swap)는 채무불이행, 파산 등으로 채권보유자가 채권발행자로부터 원리금을 받지 못할 경우, 손실보전을 약속한 금융회사가 대신 갚아주는 신용파생상품이다.
2) 그림자금융 또는 유사은행업이란 구조화채권(예:CDO) 등 고수익 고위험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화 투자회사(structured investment vehicle)와 금융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헤지펀드 등을 통해 자금중개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유동성이 창출되는 형태를 말하는데 비록 예금보호제도 등 공적인 보호 장치에서 배제되더라도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은행과 유사한 금융 중개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총칭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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