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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예측과 선거의 예측
[325호] 2012년 11월 07일 (수) . .
인류가 오랫동안 시도해온 일 중에 날씨의 예측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상학에 대한 책 ‘Meteorologica’를 쓴 바 있는데, 주로 구름의 모양 등을 살펴서 경험적 관찰과 대조하는 방식이었다. 고대 중국에서도 이런 시도를 한 흔적이 있는데, 석양이 유달리 붉으면 다음 날에는 청명한 날씨가 된다 등의 예가 있다. 이러한 패턴 인식적 접근은 아직도 종종 사용되고, 그 효과가 큰 경우도 많다.
기온이나 풍속 등을 측정해서 일기예보에 반영하려는 시도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전보의 발명과 연관되어 있다. 멀리 떨어진 여러 곳에서 기상 데이터를 측정하고 이를 신속히 한 곳에 모아야 분석이 가능할 텐데, 증기기차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달해서는 일기예보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기의 속도로 전달되는 전보가 발명되고서야 기상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다.
20세기 초에 수학적인 방식으로 기상예측이 가능하다는 이론이 나왔다. 기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에 물리학의 법칙을 적용해서 미분방정식으로 그 관계를 표현할 수 있고, 이 방정식을 풀면 날씨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게 그 골자이다. 1920년대에 출현한 수치기상예보 개념은 일기예보의 패러다임 변화로 볼 수 있다. 아직 컴퓨터가 출현하기 전이라 지적 호기심의 수준에 머물렀지만, 사용가능한 컴퓨터의 출현과 함께 1955년에 이르러서는 실제 일기예보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수치기상예보는, 대기의 변화가 물리학의 유체역학으로 설명될 수 있고, 여기에는 기온, 풍속, 습도 등의 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기반을 둔다. 이 변수들은 상호 영향을 미치며 변화하는데, 유체역학의 법칙을 사용하면 그 관계를 여러 개의 편미분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방정식을 풀면, 현재의 기상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게 가능해진다. 물론 어렵게 들리지만, 인류가 바람의 냄새를 맡아 날씨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지 않는 한, 이런 이론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과학자들은 여러 연구를 통해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상당히 이해하게 되었다. 온도, 풍속, 습도, 기압 같은 이런 변수들이 날씨에 미치는 영향을 방정식으로 기술하는 것도 많은 진척이 있었다. 여기에서 두 가지의 수학적인 문제가 등장한다. 하나는 방정식 자체의 난해함으로 인한 수학적 어려움이고, 두 번째는 이 방정식들을 푸는 과정의 계산적 어려움이다.
첫 번째 어려움의 예로, 유체역학의 대표적인 방정식인 Navier-Stokes 방정식을 들 수 있다. 점성이 있는 유체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이 방정식은, 어떤 경우에 그 해가 존재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이해도 아직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그 중요성과 난해함으로 인해, 각각 백만달러의 상금이 걸려있는 새천년 수학문제(Millenium Problems) 7개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대기 중의 난류(turbulence) 현상 같은 문제는 아직 그 이해가 요원하다.
두 번째 어려움은, 결국 수치예보 모델에서 나오는 미분방적식을 현대 수학의 한 분야인 수치 해석학의 여러 결과를 사용해서 근사적으로 푸는 과정에서 나온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를 무지막지하게 사용해야 하니, 비싼 수퍼컴퓨터를 가진 나라가 일기예보도 잘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실제로, 최근에는 수집된 각종 기상 데이터를 수치예보모델에 공급하는 역할 외에는 인간이 일기예보에서 하는 역할이 적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날씨 오보가 잦았던 것이 컴퓨터 성능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외국에서 만든 기상 모델과 이를 푸는 수치 알고리즘 및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그대로 사용한 탓이 크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방식의 통계적 포스트 프로세싱을 해야 하는데, 체계적인 수학적 훈련을 받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모델링에 투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여러 노력으로 일기 예보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중요한 행사 날짜 잡는 것을 점쟁이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선거철이 되어 온 나라의 열기가 뜨겁다. 정치적 신념과 국가와 국민에게 대한 봉사의 열정만으로 선거를 치르던 시대는 지나간 모양이다. 이제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정책별 영향력 분석 등을 수치화해서 선거결과 예측이 이루어진다. 수학의 주요 응용분야로 자리 잡은 빅데이터 문제 등이 역할을 하게 되는데, 20세기에 과학자들이 날씨예측에서 이루어낸 성과 만큼의 정확도를 가지는 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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