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이야기
'폭풍의 언덕' 이야기
  • 최규동 / 산경 11
  • 승인 2012.11.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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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 앞에 펼쳐진 잔디밭, ‘폭풍의 언덕’은 78계단을 오른 포스테키안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이며, 겨울이 되면 마치 폭풍이 지나가듯이 바람이 세차게 불어 붙여진 이름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날, 드넓게 펼쳐진 녹색 잔디밭을 보면 마음까지 푸르러지는 기분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저렇게 넓은 공간을 왜 활용하지 않고 있을까?’ 언덕의 공간을 활용하여 필요한 건물을 짓거나 외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원을 만들면 좋을 텐데 말이다. 확실히, 폭풍의 언덕길을 지나가다보면 나무 몇 채, 꽃들은 거의 안보이고 ‘휑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CCC(Creative Contents Contest)’를 준비하는 어떤 팀은 폭풍의 언덕을 활용하는 방법을 계획했다고 한다.
부총학생회장을 통해 알아본 결과, 폭풍의 언덕은 고 박태준 이사장님의 뜻이 담겨 있는 곳이었다. 박태준 이사장님은 포항공대를 설립할 당시, 산을 깎아 많은 건물을 세우고 지곡 연못 역시 인공물인 만큼, 그 공간만큼은 자연 그대로 두기를 바라셨다고 한다. 그래서 20년이 넘도록 폭풍의 언덕은 자연 상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 역시 폭풍의 언덕이 잘 보존됐으면 좋겠다. 대신, 땅을 깎아 건물을 세우자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꽃과 나무를 더 심어서 자연생태공원처럼 예쁘게 가꿨으면 좋겠다. 그러나  잔디밭 가장자리의 울타리를 넘어 헐레벌떡 뛰어가는 학생들, 수업이 끝나고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분반 신입생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울타리를 쳐놓고 ‘통행금지’라는 팻말을 써놓는 것보다 ‘꽃들과 나무가 많기에 가로지르지 못 하겠다’라는 인식이 들도록 바꿔야하지 않을까?
몇 년 전만 해도 잔디밭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축제기간 때, 잘 보호한 잔디밭 위에서 한 번쯤 공연이나, 콘서트를 하는 것은 참 좋지 않은가? 최근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 아쉽다. 앞으로 많은 포스테키안들이 박태준 이사장님이 남긴 폭풍의 언덕의 가치를 알아갔으면 좋겠고, 그곳을 가로지르는 일 또한 줄어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