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채색한 문학적 상상력, SF
과학을 채색한 문학적 상상력, SF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2.10.17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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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SF, 그 탄생 비화를 알아보다

포항공대신문에서는 한국의 SF 작가들에게 SF 작품의 창작 배경과 그들이 작품에 담고 싶은 이야기를 물어봤다. 많은 SF 작가들이 인터뷰에 참여하여 최종적으로 ‘듀나’, ‘리락’, ‘송충규’, ‘은림’, ‘이재만’, ‘정보라’, 총 여섯 작가의 답변만을 싣게 됐다. 이번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모든 SF 작가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여섯 작가의 인터뷰를 토대로 가상 작가 A, B, C가 참여한 가상 좌담회를 구성했다. 그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문학의 많은 장르 중에 비주류로 분류할 수 있는 SF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작가 A: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은 과학기술인데 국민과 동떨어져 있어 SF를 통해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다른 장르를 집필할 때보다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과학기술이 펼칠 미래를 조망할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면 각광 받는 장르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작가 B: 저는 그럴싸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일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소설을 씁니다. 그러니 기왕 늘어놓는 거짓말인데 헤어진 여자친구 때문에 ‘찌질’ 거리는 이야기 같은 것보다는 중력과 시간에 속박되지 않는 사람들을 소재로 거짓말을 늘어놓는 게 더 재미있죠.
작가 C: 새로 개발된 과학적 기술이나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면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고 좀 더 공부하면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SF를 좋아합니다. 저 혼자 상상할 때보다 더 탄탄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서요.


SF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픈 세계관, 가치관은 무엇입니까?
작가 A: 굳이 SF뿐만이 아니라 제 작품들 전반에 걸친 세계관인데요. 모든 사물은 돌부터 바이러스까지. ‘생물과 비생물 모두 인간에서 나무, 바람 한 점까지 인간의 이해 범주로 알 수 없을 뿐, 제각기 다 생명이고 삶이 있을 수 있다’입니다. 인간의 인지를 넘어선 또 다른 인지의 채널을 여는 방법에 접근해 보고 싶습니다.
작가 B: 과학은 필요하지만, 위험하기도 합니다. 정치, 경제의 권력가와 언론이 합세해 과학기술을 지배수단으로 삼고 그 지배구조를 영위하는 소설 같은 미래, 소수 지배자의 욕망을 위해 나머지 생명의 주체자들이 영혼을 파괴당하는 그런 역사가 과학을 무기로 삼아 지구에 눌러앉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보편화된 과학기술을 접촉하며 살아가는 현재와 미래라는 시대, 그곳에서 숨 쉬고 움직이는 인간의 아픔에 대하여 말하고 싶습니다.
작가 C: 과학기술이 만능은 아니지만, 우리의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꿔왔고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 바는 상당히 큽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과학은 국민들의 관심사가 아니기에 SF를 통해 흥미를 갖게 하고 중요성을 전달하려 합니다. 또한, 인간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하여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과학기술이 가져올 명과 암을 철학적으로 조명하며 나아갈 방향과 꿈과 미래를 이야기하려합니다.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지식을 어느 정도 활용하십니까?
작가 A: 저는 좀 게으른 편이라서 줄거리 진행에 필요한 정도만 참고합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발견에 대한 소식을 뉴스 등에서 접하면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서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도 하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관련된 지식을 잘 모르겠으면 기본적인 수준에서 찾아보는 정도입니다. 다른 SF 작가님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공부를 안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작가 B: 배경 설정과 표현과정에 따라 농도가 달라집니다만 현재까지 발견된 과학적 지식과 상식을 주로 활용하여, 그것의 검증과 검증 오류 가능성의 틈 사이에서 뒤틀린 예측 미래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가 C: 우선 전 일반적인 장르 재료에서 시작합니다. 그다음에 될 수 있는 한 지금까지의 과학적 지식에서 어긋나지 않으려 노력하지요. 물론 그래도 안 되면 판타지라고 부르면 됩니다만 그래도 최소한의 논리는 지켜야 합니다. 제 경우엔 이야기는 과학적 구조물이라기보다는 논리적 구조물입니다. 그것도 일부러 비틀고 깨트린 구조물이죠.


SF라는 장르의 문학과 실제 과학과의 연관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작가 A: 중요한 건 지식의 중요성이 아니라 비전 자체인 것 같습니다. 뉴로맨서가 그리는 미래의 세계는 우리가 아는 세계와는 전혀 다르지만, 당시 그가 제시한 비전의 힘은 지금의 기술인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죠. 마찬가지로 버로즈와 브래드베리는 지금의 화성과 전혀 상관없는 환상세계에 대한 글을 썼지만, 나사의 과학자들은 그들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이름을 화성의 이곳저곳에 붙이고 있죠. 이 장르의 가치와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를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바깥으로 이끄는 힘, 바로 비전이겠죠.
작가 B: 과학소설은 실제 과학이 가진 기술과 실제 과학이 아직 찾지 못한 것이나 아직 만들어놓지 않은 방식/상황을 미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나치면 판타지가 되지만, 추론과 상상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이 크게 뜨일 정도라면 서로 자극하는 사이라고 봅니다. 과학은 상상을 자극하고 상상은 과학을 자극한다고 하겠습니다.
작가 C: 과학적 사실들로만 잣대로 삼아 쥘 베른의 소설은 들여다본다면 그것은 과학이 아닌 미신과 억측으로 이루어진 허황된 소리일 뿐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쥘 베른은 아직도 읽을만한 소설들이고 가치가 있습니다. 과학은 늘 발전해 가고 있으며 작가가 소설 속에 쓴 기술이 독자가 읽을 때쯤에 이미 낡은 기술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의 기술이 낡은 것이 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젊은 소설들이 있습니다.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달의 여왕’송에 나오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여전히 자기 테이프 방식의 입출력 장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고 해서 그 책의 가치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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