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르포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르포
  • 민주홍 기자
  • 승인 2012.10.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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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영화제 현장을 가다

매해 10월 초가 되면 국내외 수많은 영화팬들의 눈과 귀는 부산으로 몰린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영화제’라고 불리는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 상영과 풍성한 이벤트를 제공해 부산을 찾은 영화팬들을 즐겁게 한다. 특히, 여배우들의 드레스 코디가 단연 돋보이는 레드카펫 행사가 열리는 개막식은 매년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는다. 이번 개막식은 배우 안성기와 함께 최초로 중국인 배우 탕웨이가 사회를 맡아 더 큰 이슈가 됐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포항공대신문에서는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가 열린 부산을 직접 방문하여, 영화를 관람하고 해운대 일대에서 열린 행사 현장을 취재했다. 이번 기사를 통해 독자들이 매년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하고 즐기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편집자주>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 13일까지 열흘간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해운대, 남포동 일대의 7개 극장 37개 상영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75개국 304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특히, 영화가 제작된 후 가장 먼저 외부에 공개하는 행사인 월드 프리미어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에 총 132편이 소개됐다. 영화 상영 외에도 해운대 비프빌리지, 영화의 전당, 남포동 비프광장 등에서는 핸드프린팅, 야외무대인사, 오픈토크, 무대 공연 등의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영화제의 첫 주말인 10월 6일 부산을 찾았다. 노포동 종합버스터미널은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지만 저마다 들떠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열기가 벌써부터 느껴졌다. 이들과 함께 부산 지하철에 몸을 싣고 미리 예매해둔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남포동으로 향했다. 남포동 비프광장은 오전이었음에도 몇 시간 뒤 있을 배우 조여정과 김대승 감독의 무대 인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들을 뒤로하고 영화 ‘후궁’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으로 들어섰다. 영화는 국제 영화제답게 영어 자막이 함께 상영되어 외국인이 보기에도 문제가 없었다. 실제로 상영관에는 국내 영화팬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다수 눈에 띄었다. 두 시간 정도의 영화 상영이 끝나자 사람들이 스크린 앞쪽으로 몰려들었다. 잠시 뒤, 진행자와 함께 ‘후궁’의 주연 배우 조여정과 김대승 감독이 GV(Guest View)를 위해 등장했다. 관객들은 GV를 통해 배우와 감독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많은 논란이 되었던 노출 연기에 대해 조여정은 “부담은 됐지만 즐겁게 참여했고, 개인적으로 좀 더 성숙해 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대승 감독은 “영화 속에서 현대사회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GV를 마치고 영화제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해운대 비프빌리지로 자리를 옮겼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해운대 비프빌리지에는 ‘위험한 관계’라는 영화로 부산을 찾은 중국 여배우 장백지의 오픈토크 후 포토타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몰려든 팬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미소를 잃지 않는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제 행사와 동시에 무대 옆쪽에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유명 배우들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리는 까닭에 영화제 스폰서들은 기업 홍보 부스를 운영하며 추첨을 통해 무료로 팝콘, 영화 관람권, 기념품을 등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합법적인 영화 다운로드 문화를 장려하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 홍보관도 마련됐다. 한편, 포털사이트 다음이 준비한 웹툰 작가 팬사인회에는 ‘야후’, ‘이끼’, ‘미생’ 등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가 참석하여 영화제를 찾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비프빌리지에서 만난 한 영화팬은 “수년째 이곳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고 있는데 확실히 해가 가면서 점차 발전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오후 5시 30분부터는 두 차례의 핸드프린팅 행사가 열렸다. 먼저 올해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와카마츠 코지 감독의 핸드프린팅 행사가 진행됐다. 와카마츠 코지 감독은 올해 나이 76세로 오랜 시간 동안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작방식을 지켜오면서 핑크영화에서 극단적인 정치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런 멋진 영화제에 참석하게 되어 영광이다. 무대에 올라 핸드프린팅까지 하게 되어 기쁘고 영화제 집행위원들께도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연이어 아그니에슈카 홀란드 감독의 핸드프린팅 행사가 열렸다. 현장의 관객들은 대부분 그녀에 대해 낯설어 하는 눈치였지만 행사 진행자의 “아그니에슈카 홀란드 감독은 영화 ‘카핑 베토벤’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으며, 유럽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하고 있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입니다”라는 설명이 있고 난 뒤에야 반가워하는 분위기였다. 홀란드 감독은 “핸드프린팅 행사에 초대해 주셔서 매우 감사하다. 또한 이번 영화제에 저와 제 동료 감독들의 폴란드 영화를 다수 상영하게 된 것에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감독의 핸드프린팅 행사가 모두 끝난 시각,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팀의 오픈 토크 행사가 같은 장소에서 열리기까지 1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었지만 이 오픈 토크 행사를 보기 위해 해운대 백사장의 인파는 점차 늘어만 갔다. 한류스타 이병헌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일본인 여성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저녁까지 거르며 기다리길 반복하다 지쳐갈 무렵 해운대 해수욕장 입구 쪽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주연배우 이병헌과 류승룡 그리고 추창민 감독이 막 도착한 것이었다. 눈앞에 서있는 한류스타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오픈 토크 시간을 통해 팬들은 스타와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었다. 특히, 두 배우는 자신의 스마트 폰 게임 ‘애니팡’ 점수를 각각 공개하며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였다. “영화 ‘광해’가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이병헌은 “천만 관객 배우가 된다면 너무나 행복 할 것 같지만 지금의 이 경이로운 기록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와 축제 그리고 문화를 사랑하는 포스테키안이라면 매년 10월 초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직접 참여해 보자. 상상 이상의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을 처음 방문한다면 버스에서 내리는 노포동에서 영화제의 주요 장소인 남포동과 해운대까지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것과 부산에서 포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버스는 오후 11시 30분에 출발한다는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올해 개막식 티켓은 1분 34초 만에,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위험한 관계’는 단 12초 만에 매진됐듯, 영화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사전에 반드시 예매를 해야 한다. 초를 다투는 예매 전쟁에서 성공하기 위해 미리 예매권을 구입해 둔다면 예매에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감독과 배우가 참석하는 GV가 포함된 영화의 경우 특히 인기가 높으니 더욱 더 주의해야한다. 조금 여유롭게 일정을 잡아 맛있는 식사도 하며 부산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