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 김진홍 / 한국은행 포항본부 처장
  • 승인 2012.09.26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공학이 금융위기의 진범인가?

최근까지도 미국 FRB의 제3차 양적 완화,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 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직도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사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형임을 의미한다. 포항공대신문은 이와 같은 세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관점에 대해 한국은행 포항본부 김진홍 차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글은 3회에 걸쳐서, (I) 금융공학이 금융위기의 진범인가?, (II) 최종대부자, 중앙은행의 정책대응, (III) 금융공학과 중앙은행의 향후 과제의 순서로 나누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글은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룬다. 이 원고는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닌 집필자의 개인 의견임을 유의하길 바란다.                                                 <편집자주>

 

1-1 월가에 합류한 이공계의 우수두뇌=퀀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경제학자나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근본 원인에 대한 규명과 함께 그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중에서 적지 않은 책임론의 대상으로 부상된 것이 다름 아닌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과 퀀트(Quant)였다. 금융공학(FE)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발달한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을 기반으로 금융상품 등에 대한 리스크관리나 주가 등의 시장예측, 자산 가격에 대한 평가 등에 물리학, 수학, 통계학적인 기법을 활용하고자 하는 일종의 융합학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금융공학은 월가로 합류한 물리학, 로켓공학, 수학, 통계학 등에 뛰어난 인재들의 합류로 금융혁신을 일으키면서 금융산업의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당초에는 금융에 어두웠던 젊은 공학자들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이공학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복잡한 방정식을 도출(예: Black-Scholes 방정식)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백 대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처리함으로써,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정량적 분석가(quantitative analyst)들을 월가에서는 ‘퀀트’라고 불렀다. 이 퀀트들의 활약은 90년대 들어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NASA나 구소련 등에서 활동하던 로켓공학자나 물리학자 등 고급두뇌들이 월가로 향한 데서 출발한다. 투자은행 등이 증권화1) 상품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파생상품을 개발한 퀀트들에게 고액연봉은 지급하자 이공계 우수 인재들의 월가 합류가 촉진되고 금융공학은 더욱 발전하면서 금융산업이 미국의 제조업을 뛰어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 이다.

1-2 공학적 기술로 탄생한 증권화 상품
문제는 금융기술(FT: Financial Tech- nology) 또는 금융공학이 그동안 금융거래의 대상이었던 실물경제(재화나 자산)보다는 증권화를 통한 금융자산의 확대 재생산에 특화된 데 있었다. 퀀트들은 고도의 리스크 평가기술을 통해 선물, 옵션, 포워드 등 다양한 금융파생상품을 탄생시켰다. 이에 따라 세계 파생상품시장 규모는 전통적인 금융상품(주식, 채권)에 비해 급성장하여 2000년부터 2006년까지 3배 이상 확대됐다.([표 1],[표 2] 참조)
금융버블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은 물론 금융공학을 이용한 퀀트들의 손에서 복잡하게 설계된 구조화된 금융상품에 힘입어 금융자본시장이 급성장2)한 것도 배경이겠지만, 그보다는 이것이 가능했던 여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성장은 가격 상승을 통한 투자수익을 노렸기 때문이며, 경제학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므로 증권화 상품이 급성장하기 위한 막대한 수요를 뒷받침한 유동성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 IT버블의 붕괴에 따른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정책이 장기화됐던 결과 금융버블에 앞서 주택버블이 선행됐다. 주택마련을 위한 자금을 대출받은 사람이 대출자금으로 집을 지어 입주할 때쯤에는 입주 전에 전매하더라도 대출액을 충분히 갚고도 차익을 얻었다는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택버블을 부채질했다. 미국 정부의 마이 홈 정책에 힘입은 저신용세대의 서브프라임론이 확대되면서 이 대출채권을 구입한 투자은행 등에서 증권화 상품과 CDO3)와 같은 재증권화4)상품을 판매하고 이 것에 연금이나 보험, 은행 등이 투자함으로써 주택버블은 금융버블로 이어졌다.([그림 1] 참조)

1-3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된 배경
퀀트들이 고도로 복잡한 증권화 상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금융위기 발생의 진범이라는 논리는 억지다. 이는 마치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만든 맨하튼프로젝트의 책임자가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물리학 교수였던 로버트 오펜하이머였다고 해서 물리학자가 원자폭탄을 터트린 진범이라는 억지논리라고도 할 수 있다.
글로벌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금융폭탄을 만든 범인을 굳이 찾는 다면 단독범이 아니라 아래와 같이 다수의 공범들이 관여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거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첫째, 미국의 주택버블로 인한 자산효과에 의지한 과잉소비 등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의 누적, 둘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국제적인 자금흐름의 확대, 셋째 미국의 IT버블 붕괴, 일본의 주택버블 붕괴 등에 기인한 초저금리로 탄생한 세계적인 과잉유동성이 때마침 성장하던 미국의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점이다. 특히 FRB의 Greenspan 전 의장이 정책금리(FFR)를 인상하더라도 장기금리가 상승하지 않는 수수께끼(conundrum)에는 와타나베 부인의 역할이 컸던 것이다.([그림 2] 참조)
한편 자금중개기관인 금융기관에도 문제는 많았다. 첫째, 금융기관들은 당초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퀀트들의 손에 의해 탄생한 증권화 상품에 수십 배의 레버리지로 확대재생산하며 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한 점, 둘째, SIV나 conduit과 같은 오프밸런스 기관5)에 대한 리스크관리의 불충분이 위기 이후 금융기관 간 리스크의 크기를 불신하게 되면서 시장기능을 마비시킨 원인을 제공한 점, 셋째, 투자은행들이 높은 레버리지로 인한 증권가격 하락에 대한 손실 극대화 가능성을 경시한 점, 넷째, 신용평가기관의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맹신 한 점도 위기 발생 이후의 손실규모 확대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금융상품이나 금융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금융규제나 감독 면에서의 불충분한 대응도 빠트릴 수 없을 것이다.
김진홍 /
한국은행 포항본부 차장

※각주
1) 증권화 (Securitization)는 부동산 및 채권 등의 자산을 본래의 귀속 주체에서 분리하여 다른 주체(특수목적회사 또는 신탁은행 등)에 귀속시켜, 해당 자산의 위험 및 수익증권의 형태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거래를 말한다.
2) 전 세계 실물경제(GDP) 대비 금융자산 규모는 1990년 약 2.0배에서 2006년 약 3.5배로 팽창했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경제(명목GDP)의 연평균 성장률이 5.7%인 반면 동 기간중 금융자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9.1%를 기록했다.
3) CDO(Collateralized Debt Oblig- ation)란 주택대출을 담보로 증권화된 RMS(Residential Mortgage Backed Securities)나 기타 다양한 종류의 채권을 조합하여 재증권화한 채무담보증권을 말한다.
4) 재증권화는 당초의 자산풀로부터 신용등급에 따라 시니어, 메자닌, 에퀴티로 분리한 담보트란쉐풀을 담보트란쉐풀별로 구분하여 높은 등급의 CDO를 만드는 방식으로 3차 파생상품인 셈이다.
5) SIV(Structured Investment Vehicle)나 conduit 등은 금융기관(스폰서)의 연결재무제표에 수록되지 않는 투자운용을 위한 특별목적법인이다. 주로 민간MBS나 CDO와 같은 증권을 사고 이를 담보로 ABCP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데 구입한 MBS나 CDO가 장기의 고리자산인 반면 발행하는 ABCP는 1-3개월의 단기의 저리부채여서 장단금리차가 수익원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