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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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2.09.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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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MT요? 꼭 가야 되나...
태풍 ‘산바’의 상륙을 기점으로 포항에 가을이 찾아왔다. 봄이 움 돋은 새싹처럼 풋풋한 신입생을 환영하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방학 동안의 아쉬움과 그리움의 회포를 푸는 계절이다. 어찌 됐든 학기의 시작은 늘 여러 단체의 각종 행사로 가득하며, 화합과 친목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한 가지가 바로 술이다. 연일 자리 잡은 술자리 때문에 학기의 시작에 설렘보단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1학기에는 이러한 ‘강행군’에도 열정적으로 행사에 참여하던 학생들이 2학기가 되면 급격히 줄어든다. 특히 MT에 참여하는 학생은 1학기의 절반 정도이며, 몇 개의 학과나 분반 MT의 경우 참가인원이 거의 없어 취소되기도 한다. 2학기 수업의 강도가 1학기보다 훨씬 높아서일까? 더는 친목을 다질 필요가 없어서? 아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2학기 행사의 참여 저조는 과도한 음주 문화에 대한 반향과 그간의 대학생활의 ‘노하우’가 합쳐져, 오랜 시간 동안 암묵적인 분위기로 자리 잡은 탓이다.
단체의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Mem- bership Training이 ‘학년 초 신입생 환영을 위해 신입생과 재학생 모두 가능한 한 참여한다’는 불문율이 사라진 2학기에 ‘되도록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자리’로 인식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대부분의 MT가 맹목적으로 음주를 위한 행사로 계획되기 때문에, 음주를 싫어하거나 술이 약한 학생뿐 아니라 보통의 학생들조차 밤새 술을 마셔야 하는 MT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부담을 느낀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과 예산집행과 한 학기의 실무를 계획하고 검토하고 반성하는 개ㆍ종강 회의를 그 ‘뒤풀이’ 때문에 결석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개ㆍ종강 총회를 ‘술자리’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며, 이는 단지 술자리만 진행하는 분반 행사에 위 회의와 같은 이름이 붙여져 있는 것 또한 한몫을 하고 있다. 회의만 참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특정 과에서는 술을 잘 마시는 일이 미덕인 분위기마저 조장하는 주객전도의 상황 때문에 더욱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발의된 ‘대학 내 주류 반입 금지’ 법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누리꾼, 특히 대학생 누리꾼들은 이 극단적인 법안이 어불성설임을 역설하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 발의의 배경이 된 과도한 음주 문화는 ‘그리 웃긴 상황’이 아니며 우리대학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이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다. 물론 이 강경한 법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우리대학과 같이 기숙사 중심 환경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법안이다. 오히려 ‘술자리’가 생판 모르는 남을 단시간에 친구로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단체의 친목을 위한 술자리가 잦은 것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본래 행사의 취지를 넘어 맹목적으로 음주를 위한 자리가 형성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술 잘 마시는 사람’에 대한 무의식적인 경외심이 자리 잡지 않도록 음주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도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