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칩
탄수화물칩
  • 차형준 / 화공과 교수
  • 승인 2012.09.0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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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인 탄수화물칩의 제작과 응용

1953년 왓슨과 크릭이 생물체의 유전 전달 물질인 DNA의 구조를 밝히면서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들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흐름은 21세기 들어 DNA가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를 해독하고자 하는 게놈 프로젝트(genome project)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인간 염색체의 염기 배열을 전부 해독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명현상을 모두 규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DNA뿐만 아니라 생명체 내에 존재하는 고분자인 단백질(protein)이나 탄수화물(carbohydrate)의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탄수화물칩 제작을 위해 본 연구팀이 사용한 탄수화물 수정 및 표면 고정화 방법

 


탄수화물은 단당류가 결합한 중합체로써 단당류는 보통 오탄당 또는 육탄당으로 되어 있다. 이는 세포 내에서 지질, 단백질, 또는 펩타이드와 결합한 복합체의 형태로 존재하며 다른 생체물질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생명현상들에 관여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효율적으로 생체 외에서 분석하기 위해 DNA나 단백질 연구에서 사용된 칩 기반 기술(chip technology)의 적용이 제안되었다. 탄수화물은 DNA나 단백질과 달리 주형(template) 없이 특정한 효소들에 의해 합성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렵고 생체 내에서 높은 순도로 분리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소량의 탄수화물을 이용하여 분석할 수 있는 분석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다. 칩 기반의 기술은 적은 양의 샘플을 가지고 다양한 상호작용들을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탄수화물칩(carbohydrate chip)은 작은 기판 표면 위에 수십 개에서 수천 개 혹은 수만 개의 탄수화물 생체분자들을 고정화시킨 후, 다른 생체 물질들과 탄수화물들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장치이다. DNA칩은 생체 내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분석하거나 돌연변이를 탐색함으로써 신약개발 및 유전병의 진단 등에 사용되고 있고 단백질칩은 특정한 상태에서 단백질의 발현을 분석함으로써 질병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탄수화물칩은 DNA칩이나 단백질칩에 비해 초기 단계로 효율적으로 탄수화물칩을 제작하는 기초적인 부분에 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은 DNA와 DNA 또는 단백질과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에 비해 매우 약하다. 이러한 낮은 결합력은 탄수화물 칩 상에서 탄수화물과 관련된 상호작용이 분석을 어렵게 만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표면에 고정화된 탄수화물과 표면 사이에 적당한 공간을 부여하고 방향성이 있도록 탄수화물을 고정화함으로써 탄수화물이 생체물질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탄수화물을 효율적으로 표면 고정화하는 제작 방법 부분에 주로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고정화 방법으로는 비공유 결합을 이용한 것과 공유 결합을 이용한 것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비공유결합을 이용하는 것은 소수성 표면에 탄수화물을 소수성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고정화하는 것이고 공유결합을 이용하는 것은 기능기를 가지고 있는 탄수화물을 그 기능기와 반응하는 다른 기능기로 처리된 표면에 고정화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비공유결합 방법을 이용하여 탄수화물을 고정화하여 탄수화물칩을 제작하였지만, 이 방법의 탄수화물 고정화율은 탄수화물의 크기 및 분자량에 영향을 받는다. 탄수화물의 크기 및 분자량에 영향 없이 다양한 탄수화물들을 효율적으로 고정화하기 위해 공유 결합을 이용하여 탄수화물칩을 제작하는 연구가 현재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본 연구팀은 공유 결합을 이용하여 기존 방법들보다 쉬우면서 간편하지만, 효율적으로 탄수화물을 고정화하는 데 연구를 집중하여 복잡한 화학적 반응 없이도 쉽고 간편하게 탄수화물을 고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기존의 공유 결합을 이용한 고정화 방법은 고정화된 탄수화물이 생체 물질 간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복잡한 화학 반응들을 이용하여 고정화된 탄수화물과 표면 사이에 적당한 공간과 탄수화물의 방향성을 부여했다. 생체 물질로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제작이 쉬워야만 탄수화물칩이 DNA칩이나 단백질칩처럼 다양한 응용분야들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탄수화물칩의 제작을 위해 사용된 복잡한 화학반응들은 생물학자들이 탄수화물과 생체물질들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에 탄수화물칩의 이용을 꺼리게 만들어 왔다.

 

콜레라 감염 작용 분석 및 검출을 위한 기능성 탄수화물칩 제작

 


환원성 아미노화(reduc- tive amination)는 카보닐(carbonyl) 그룹이 이민(imine) 중간체를 거쳐 아민(amine)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본 연구팀은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2개의 아민 그룹을 가진 4-(2-아미노에틸)아닐린 (4-(2-aminoet- hyl)aniline)과 환원성 아미노화 반응을 통해 한 번의 단계로 반응성이 있는 아민기를 가지는 탄수화물을 만들었으며, 그 탄수화물을 엔-하이드록시석신이미드(N-hydro- xylsuccinimide)를 가진 유리슬라이드에 고정화함으로써 탄수화물칩을 쉽게 제작하였다. 아민기를 가지는 탄수화물을 제조할 때 환원당(당분자 중에 알데하이드 또는 케톤기를 갖고 환원성을 나타내는 당)의 구조가 깨지지만, 세포 내의 상호작용들에 관여하는 탄수화물들은 올리고(oligo-) 또는 폴리(poly) 형태이기 때문에 환원당의 구조는 그 상호작용을 분석 시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본 연구팀에서 제작한 탄수화물칩을 이용하여 탄수화물과 렉틴(lectin: 탄수화물과 결합하는 단백질)간의 상호작용을 효율적으로 분석하였으며, 본 연구팀에서 개발한 탄수화물 고정화 및 탄수화물칩 제작 방법이 다양한 탄수화물과 생체물질들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능성 탄수화물칩 상에서 기질과 콜레라 독소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


본 연구팀은 병원균이나 병원균에 의해 분비된 독소가 인간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탄수화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포 안으로 침입하여 질병을 일으킨다는 점에 착안하여 탄수화물칩을 이러한 독소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검출하는 데에 이용하고자 하였다. 콜레라는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며 병원균 비브리오 콜레라에 의해 생산된 콜레라 독소에 의해 생기는 질병이다. 콜레라 독소는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지엠원 오당류(5가지의 단당류로 이루어진 탄수화물)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포 안으로 들어와 질병을 일으킨다. 콜레라 독소와 탄수화물 간의 상호작용을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검출하기 위해 지엠원 오당류, 구조적으로 유사한 탄수화물들, 그리고 지엠원 오당류를 구성하는 이당류와 단당류 등 7가지의 탄수화물들로 구성된 기능성 탄수화물칩을 제작하였다. 이를 통해 본 연구팀은 콜레라 독소가 결합하는 탄수화물의 선호도와 콜레라 독소의 복합체 형성에 따른 결합하는 탄수화물의 선호도 및 결합력의 차이를 효율적으로 분석하였으며 23 pM의 낮은 농도의 콜레라 독소까지 검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제작된 기능성 탄수화물칩은 질병과 관련된 상호작용을 분석 및 진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 기반의 백신의 특성 분석 및 개발, 의약품 개발 그리고 당과 관련된 효소들의 특성 분석 등 다양한 응용분야들에서 성공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능성 탄수화물칩을 이용한 실제 비브리오 콜레라에 의해 생산된 콜레라 독소의 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