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기반 시험 출제
족보기반 시험 출제
  • 정재영 기자
  • 승인 2012.05.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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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잘 받는 비법이요?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했어요!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청암학술정보관에는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없을 만큼 밤낮없이 공부하는 학우들로 넘쳐난다.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시험범위 내용을 복습하고, 이해를 끝내면 시험을 대비하여 마지막으로 공부하는 것은 기출문제, 이른바 ‘족보’다. 기출문제를 풀어봄으로써 시험문제가 대략 어떻게 출제되는지, 공부할 때 놓친 내용은 없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학과의 일부 과목 시험문제는 기출문제에서 비슷하게 출제되는 경향이 있어, 기출문제가 단순히 시험 준비를 위한 참고 수단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수강생들은 선배로부터 기출문제 기반으로 시험문제가 나온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시험 준비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공학과의 D과목의 올해 1학기 중간고사 문제는 2008년?009년 1학기 중간고사와 동일한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출제된 총 8문제 중 1번의 (b)ㆍ4번ㆍ8번은 2008년도 중간고사 문제와, 2번ㆍ5번ㆍ6번ㆍ7번은 2009년도 중간고사 문제와 동일하거나 그것을 포괄하는 내용이었다. 즉, 8문제 중 6~7문제가 기출문제와 거의 같았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전자전기공학과의 E과목의 작년 1학기 중간고사 문제는 2010년도 1학기 중간고사 문제와 5문제가 동일했고, 1~2문제가 상당히 유사했던 등 여러 사례들이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주로 2학년들이 수강하는 전공 기초과목에서, 한 교수가 수년간 계속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 나타난다. 교수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주요 개념들을 시험에 출제함으로 인해 매년 같은 개념을 묻는 문제들이 시험에 나오고, 따라서 비슷한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이는 시험문제가 기출문제와 비슷하게 출제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이외에도 일반적으로 학점을 매기는 기준이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시험평균을 높여 학생들에게 학점을 잘 주기 위해서, 또는 단순히 시험문제를 새로 만들기 번거로워서 등 여러 이유가 있겠다.
시험을 비롯한 학생 평가방식이 전적으로 교수의 권한인 것은 분명하다. 작년 시험지를 그대로 출제하더라도 누구도 뭐라 이야기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출문제 기반으로 출제되는 시험은 자칫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기출문제 소스가 모든 수강생들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출문제 자료를 학과 차원에서 수집하고 공유하는 학과들이 있다. 컴퓨터공학과나 수학과처럼 인터넷상으로 공개하는 방식이 있고, 물리과나 전자전기공학과처럼 클럽 혹은 아이디스크에 공유하는 방식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기출문제 소스를 공유하는 학과들도 모든 기출문제를 공유하고 있지는 않으며, 공식적인 기출문제 공유 시스템이 없는 학과들도 있다.
수학과 P과목의 경우, 올해 1학기 중간고사 문제가 2011년도 2학기 중간고사 문제와 3문제 이상 동일하고 나머지 일부 문제들도 상당히 유사하게 출제됐다. 그러나 2011년도 중간고사 문제는 수학과 학술부 홈페이지에 공유되어 있지 않아 선배를 통해 구할 수밖에 없어 일부의 학생들만 기출문제를 풀었다. 시험 결과는 평균 53.24에 표준편차가 무려 27.87이었고, 성적분포도는 잘 본 학우와 못 본 학우가 극명하게 나뉜 M자형 그래프를 나타냈다.
기출문제 기반 출제현상은 올해 총학생회 ‘Refresh’가 해결을 시도하려던 공약 사업이기도 하며, 이전 총학생회에서도 분석됐던 적이 있었을 만큼 학생사회에서 꾸준히 문제의식이 있었던 주제이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실질적으로 학생이 교수의 수업 자율권을 간섭하기도 어려워, 총학생회에서 일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힘들다. 따라서 학생사회에서 더욱 심도 있는 고민과 교수와의 소통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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