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믿고 써도 됩니까?
인터넷, 믿고 써도 됩니까?
  • 이기훈 기자
  • 승인 2012.05.23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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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광고 대행사인 스타컴 미디어베스트 그룹(Starcom Mediavest Group)이 1,500명의 성인(18~54세)들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인쇄 매체의 신뢰도에 대해 조사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는 결과지만, 설문은 인쇄 매체의 신뢰도가 인터넷의 신뢰도를 압도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확한 정보를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는 편리한 도구였던 인터넷이, 근 몇 년 사이에 인쇄 매체에 비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되는 매체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터넷의 접근성이 증가했고 정보의 양 또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데, 무엇이 네티즌으로 하여금 인터넷을 신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지난달 29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압구정 가슴녀’가 올라왔다. ‘압구정 가슴녀’는 선정적인 단어로 호기심을 자극하며 순식간에 확산됐지만, 인터넷에서는 사진, 동영상, 관련 글 등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는 나오지 않았다. 사실을 밝혀 보니 인터넷 기자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압구정 가슴녀’에 앞서 유포된 ‘국물녀’, ‘채선당 임산부 폭행’, 그리고 ‘버스 무릎녀’ 또한 당초 알려진 사실과 다른 진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네티즌들에게 SNS의 위험성을 퍼뜨림과 동시에 ‘인터넷 정보는 함부로 믿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사람들에게 인터넷에 대한 경계심을 불어넣은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분별하게 작성되는 인터넷 기사들도 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인터넷 서핑을 많이 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요즘 인터넷에는 소위 말하는 ‘낚시 기사’들이 인터넷을 뒤덮고 있다. 낚시 기사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관심을 끌어 클릭을 유도하지만, 제목과는 연관성 없는 본문이 있는 글을 의미한다. 한두 번 당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기사 중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에 관한 글, 사진 등이 게재 되어 관심을 끌었다”로 시작해 그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으로 끝나는 기사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기사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끌어 온 정보를 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막상 기사를 읽어보면 길게는 5년 전에 올라왔던 정보도 있다. 때문에 이런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이런 기사 쓸 거면 나도 기자하겠다”로 수렴하는 것이다.
또한 여론을 조작하여 인터넷의 정보 정확도를 흐리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댓글알바’들이다. 댓글알바를 확실하게 규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나, 그들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댓글알바는 작게는 불과 몇 년 전 필자가 직접 겪은 ‘인터넷 강의’에 대한 것부터 쇼핑몰이나, 더 크게는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댓글을 통해 소비자나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나타낼 수 있다. 이렇게 댓글알바를 방치하다가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벌어지는 기업이나 이익단체들의 부도덕성과 비양심 등에 의해 인터넷 공간은 완전히 불신의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대중에게 인터넷이 보급된 지 겨우 1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많은 문제점들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많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와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인터넷은 네티즌들 스스로 정보를 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인터넷의 긍정적인 발전을 확장할 수 있는 요소로서 인터넷 공간의 신뢰성을 어느 정도 바로세우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