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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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영섭 기자
  • 승인 2012.05.0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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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자이에(Don Bernard Zagier) 독일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장

지난 4월 13일 우리대학은 돈 자이에(Don Bernard Zagier) 독일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장을 초청하여 ‘디오판토스 방정식’을 주제로 한 아운강좌를 개최했다(1면 참조). 이에 본지에서는 금세기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인 자이에 소장을 만나 엘리트 교육, bilingual campus와 같은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우리대학에 강연하러 오게 된 계기는.
최영주(수학) 교수와 35년 지기 친구다. 젊은 시절 내가 Maryland University에서 교수 생활을 할 때, 당시 Post Doctor였던 최 교수와 함께 연구하고 논문을 썼다. 최 교수가 나와 내 아내를 초청해주어 포스텍에 강연하러 오게 되었다. 나는 지금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이다. 이 대학은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곳인데, 사실 대학이라기보다는 대학과 학술원(academy)의 중간쯤인 곳이다. 콜레주 드 프랑스에는 학생이 없다. 교수들은 대중에게 매년 굉장히 수준 높은 강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수준이 높고 학위가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강의를 들으러 온다. 학교 정책상 강의의 일부는 프랑스 밖에서 열어야 한다. 따라서 포스텍에서의 강의는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의 일부이다.
강연을 들으러 온 학생들은 어땠나.
내 강연은 대학 재학생들에게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고 영어로 진행되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강연을 들으러 왔는데 대부분이 고등학생들이었다. 영어로 진행되었음에도 사람들이 강연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았고, 나는 그에 대해 굉장히 감명을 받았다. 대학원생, 학부생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이해할 수 있고 내 유머(jokes)에 반응했다는 사실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학생들의 편안한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다. 강연이 끝나고 15명 정도의 학생이 나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왔는데 이것 또한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학생들이 유명한 가수 같은 사람에게 사인을 받지 교수들에게 사인을 받지는 않는다.
당신은 어린 시절부터 굉장히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포스텍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일찍 졸업하고 남들보다 일찍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규칙은 없고,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나는 남들보다 더 빨리 배워도 된다는 학교의 허락을 받기 위해 굉장히 열심히 공부했다. 나는 오후반(evening school)에서도 공부했고 여름학기 과정도 들었다. 대학 이전뿐만 아니라 MIT에서도 이렇게 공부했다. 만약 이것이 강제로 이루어진다면 학생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부모를 비롯한 누구의 강요도 없었고 내가 좋아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으로 이렇게 빨리 공부하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공부하도록 강요받고 이것이 힘들어 과학 공부를 그만둔다고 알고 있다. 일반적인 고등학교나 대학교의 커리큘럼도 굉장히 좋다. 만약 고등학교나 대학의 어떠한 프로그램이 강요성 없이 학생들이 빨리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강요나 억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어 강의에 대한 논란이 있다. 어려운 전공을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배우는 것이 쉽지 않아서이다. 영어 강의와 bilingual campus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bilingual 정책이 아주 멋지다고 생각한다.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아주 중요하다. 일례로, 30여 년 전에 미국에 아시아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강의를 듣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과학 공부나 연구는 서로의 중요한 생각들을 소통하며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한국 학생들이 모국어와 다른 언어로 생각하는 데 노력을 들여야 하는 점이 불리하긴 하다. 그러나 영어가 편하고(comfortable) 정말로 필요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어떤 분야의 박사라면 당신은 영어로 된 논문을 읽거나 영어로 논문을 써야한다. 만약 해외로 나갈 일이 있는데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당신의 큰 단점이 될 것이다. 영어를 배운다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연에 고등학생들이 많이 왔었다. 강연이 끝난 후 그들은 강연이 굉장히 이해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대중들에게 과학을 설명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나는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그래서 매 강의마다 서로 다른 수준의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를 어떻게 설명할지, 어려운 수학 아이디어를 어떻게 설명하면 그들이 올바로 이해할 수 있을지 열심히 고민한다. 내가 MIT에 다닐 때 교수들은 강의를 별로 준비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높은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자신의 연구에만 집중한다. 학생들은 강의를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교수에게 다시 설명을 요구하거나 더 쉽게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그저 학장에게 교수는 최악이었다고 편지를 쓸 뿐이었다. 이런 것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학생의 역할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수에게 질문을 던져 교수의 강의가 더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한 학생이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질문을 한다면 이해하지 못한 다른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모른다. 만약 학생들이 그러한 점들에 대해 말을 하면 교수들은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