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소사이어티
아너 소사이어티
  • 이재윤 기자
  • 승인 2012.05.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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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하는 미래사회의 리더

대학생 아너 소사이어티는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학업성적과 리더십이 뛰어난 학생들이 모여 형성된 연합단체로, 각 학문 분야별로 수많은 아너 소사이어티가 미국 상류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성격을 띠는 대학생 단체가 적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으로 다가온다.
포항공대신문은 ‘그리스 문자 클럽’으로 잘 알려진 미국 대학생 아너 소사이어티들의 특징과 역할 및 이들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파이베타카파’ 협회에 대해 살펴봤다. 또한 국내 공과대학생 아너 소사이어티인 ‘YEHS’와 국내 최초의 서울대학교의 아너 소사이어티인 ‘STEM’의 설립배경과 활동내용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편집자주>

 

1. 대학 아너 소사이어티 연합

미국에서 아너 소사이어티는 주로 학업성적이 뛰어나며 동료들 중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운영하는 협회로, 대학 학부생 및 졸업자들이 모인 아너 소사이어티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현재는 중ㆍ고등학생 외국인 학생들이 모여 협회를 만드는 등 그 양상이 다양화되고 있다. 일리노이대 등 명문대학에서는 아너 소사이어티가 학생자치기구 형태로 운영되지만, 주로 학문 분야별로 각 대학 학생들이 연합하여 아너 소사이어티가 구성된다.
미국의 범국가적 대학 아너 소사이어티 연합체인 ‘Association of College Honor Societies’(이하 ACHS)에서는 이렇게 일반적 또는 각 분야별 목적으로 설립된 협회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심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 협회에서 선발하는 학생들의 성적에 대해 하한선을 결정함으로써 해당 협회가 아너 소사이어티의 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심사하는 것이다.
ACHS에 소속된 협회들의 명칭은 주로 이들의 모토를 담은 그리스어 문구의 이니셜을 따온 3개 내외의 그리스 문자이다. 일반 아너 소사이어티는 장학생, 장애학생, 외국학생 등 여러 학생계층이 모인 협회들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전문 아너 소사이어티의 경우 교양, 공학, 의학, 법률 등 다양한 학문계통에서 세분화된 분야에 대한 아너 소사이어티가 다수 존재한다. 이들 간 관계는 배타적이어서 해당 분야에서 복수의 협회에 가입하는 경우에는 제제를 받는다.
각 협회에서는 분야별로 미국소재대학의 교육수준을 심사한 이후 챕터(chapter)를 부여하여, 해당 대학에서만 회원을 선발할 수 있다. 학업성적, 리더십, 인성ㆍ적성 등이 회원 선발에 있어 주요 평가대상이며, 이들 학생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고취시키고, △정신적인 발전의 자극제 역할을 하며 △ 사회 고위지도자층으로서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2. 미국의 1%, 파이베타카파


파이베타카파(The Phi Betta Kappa Society, φΒΚ)는 1776년에 미국 윌리엄메리대에서 설립된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아너 소사이어티로, 지난 2011년 8월 방영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가수 박정현 씨가 가입되어 있다고 밝혀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명칭은 ‘Love of learning is the guide of life’라는 모토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이니셜에서 따온 것이다.
이들은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 미국소재 상위 10% 수준의 대학에 챕터를 부여하여, 이들 중 매년 상위 10% 수준으로 평가받은 졸업생들을 회원으로 선발하고 있다. 2009년까지 집계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파이베타카파는 약 50만 명의 졸업생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17명의 미국 대통령, 37명의 대법관, 13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수많은 사회 지도계층 인사가 연합하여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파이베타카파는 현재 내부소식지 <The Key Reporter>와 에세이저널 <The American Scholar>를 1년에 4회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으며, 문학 분야에 △랠프 왈도 에머슨상, △크리스티안 가우스상, 과학 분야에 △파이베타카파상 등 3개의 상을 제정하여 매년 해당 분야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장학재단, 해외유학프로그램 기금을 조성하여 모교 대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3. 국내 대학생 아너 소사이어티 현황

 

이처럼 사회지도자 계층간에 다원화된 네트워크가 구축된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생 아너 소사이어티는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개념이며, 아너 소사이어티를 표방하며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단체도 많지 않다. 한양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 일부 대학의 경우 국가의 지원을 받아 대학생 아너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ㆍ지원하고 있으나, 학생들 주도가 아닌 학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제 공학 분야에서 대학생들 간 네트워크 형성과 자율적인 활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아너 소사이어티는, 대학교 연합체로는 ‘YEHS’가, 단일대학으로는 서울대학교의 ‘STEM’이 있을 뿐이다.
한국공학한림원 ‘차세대 리더’(Young Engineers Honor Society, 이하 YEHS)는 한국공학한림원(NEAK) 산하에 2005년 설립된 공과대학생의 모임으로, 우리대학을 포함한 국내 26개 대학 공과대학 학부생 및 졸업생을 포함하여 약 600명이 등록(2012년 5월 현재)되어 활동 중이다.
이들은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주최하는 ‘CEO Forum’에 자신이 소속된 공과대학 학장의 추천을 받아 참석하여 준회원 자격을 부여받으며, 이후에는 YEHS 자체활동 평가를 통해 정회원으로 승격된다. 연중 세미나, 산업체 및 연구소 방문 등 학술교류를 비롯하여 ‘주니어 공학기술교실’, ‘고교방문전공설명회’ 등 초등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2010년 서울대에서는 단일대학으로는 국내 최초의 대학생 아너 소사이어티, ‘공과대학 우수학생센터, 공우’(SNU Tomorrow’s Edge Member, 이하 STEM)가 출범하였다. STEM에서는 매년 학과성적이 우수하고 리더의 자질을 보이는 20명 내외의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YEHS와 마찬가지로 학생자율세미나, 봉사활동, 기술개발 프로젝트 등 자체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STEM은 21세기형 글로벌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공과대학 교수진으로 구성된 정책과정위원회에서 6개월간의 연구를 거친 결과물“로서 “단순한 우수학생의 모임이 아니라, 지속적인 봉사활동 등 대외활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있기에 학생사회에서도 이들을 위화감 없이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대학에서도 (가칭)POSTECH Honour Society‘의 발기인들이 모여 단체의 활동과 운영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학생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단체가 앞서 열거한 아너 소사이어티의 장점을 갖추면서도 우리대학만이 가질 수 있는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단체로 나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