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자정제, 문화콘텐츠 심의
대중문화의 자정제, 문화콘텐츠 심의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2.05.02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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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심의, 그 굴곡의 역사와 현주소

최근 들어 ‘악마를 보았다, 1분 30초 삭제 후 상영’, ‘비스트 - 비가 오는 날엔, 유해매체물 지정’, ‘23개 웹툰 유해매체물 결정 사전통지서 발송’과 같은 이슈들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모두 문화콘텐츠의 심의 및 규제에 관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방송법과 영화법,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영화, 방송, 음반, 만화 등 거의 모든 문화 콘텐츠를 심의하고 있다.
문화콘텐츠란 인간의 감성ㆍ가치관ㆍ아이디어 등 문화적 요소를 담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을 총칭하는 말로,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이다. 각 콘텐츠의 심의를 담당하는 위원회는 대중문화의 건전성과 공공윤리 확보, 청소년 보호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일부 납득하기 어려운 심의결과가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당혹케 하는 경우도 많다.
포항공대신문은 본 기사를 통해 문화콘텐츠 심의기구가 우리나라 문화산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평가하고, 나아가 문화작품에 대한 심의가 시작된 해방 이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통해 심의기준과 관련 법률의 변화를 시대상에 비추어봤다. 또한 ‘본초비담’의 정철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화제가 되었던 웹툰 심의사건의 경과와 시사성에 대해 살펴봤다. 본지는 이를 통해 문화콘텐츠 심의를 둘러싼 각 계층의 갈등을 살펴보고 이들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심의 기준’의 공정성에 대해 논의하려 한다.
<편집자주>

문화콘텐츠 심의 관련 법규가 제정된 이후로, 표현물의 생산자와 소비자, 심의 기관은 끊임없이 충돌해왔지만, 그 양상은 시대 변화에 따라 점차 바뀌어 왔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영화의 심의다. 해방 이전에는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외세의 탄압에 저항하는 등의 반일(反日)감정을 조장하는 영화는 당연히 상영될 수 없었으며, 변사가 원래 대본대로 공연을 진행하는지 감시하는 순사가 늘 지켜보고 있었다. 이는 명백한 검열로, 한국의 영화는 촬영 전 시나리오부터 극장에 상영된 후까지 모두 통제됐다.
해방 이후에도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검열의 주체가 일본 정부에서 한국 정부로, 검열의 기준이 반일에서 반정부와 공산주의로 바뀌었을 뿐 표현의 자유는 거의 보장되지 않았다. 이는 1980년대 중반을 지나서야 민주화와 자율화의 기운이 고조되면서 조금씩 변화했고 1992년 영화법에 명시된 사전심의가 위헌이라는 판정을 받으면서 비로소 검열의 시대가 종료되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영화법을 개정하고 현재의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등급 보류’로 18세 관람가 위에 또 하나의 등급을 만들어 이 판정을 받은 영화를 일반 극장가에서 상영하지 못하게 했다. 이 또한 2001년에 위헌 판정을 받고, 2002년 개정된 영화진흥법에서는 ‘제한상영등급’을 만들어 기존의 등급 보류와 별반 차이가 없는 새로운 규제를 적용했다.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들이 문제되는 부분의 자진삭제를 통해 스크린에 나오는 관행 아닌 관행이 만들어졌다.
TV 프로그램의 사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 TV가 가정에 점차 보급되면서 정부는 현 방송법의 토대가 되는 법률을 제정했으며, 당시에는 심의에 관한 기관이나 기준 없이 정부의 주도로 방송이 통제됐다. 1980년에 들어 기존의 방송법이 폐지되고 언론기본법과 이에 기반을 둔 방송법을 제정했고, 현재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또한 설치됐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청소년의 보호 등에 따라 수많은 프로그램이 제재를 받았지만, 대부분 정부에 반하는 내용을 규제하는 권력의 작용이 많았다.
이는 현재 방송심의에서도 빈번히 보인다. 지난해 말 KBS에서 <가는 해 오는 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에서 반정부시위대의 구호소리를 삭제하고, 뉴스보도에서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라는 글자를 임의로 조작하여 보이지 않게 하는 등의 일이며 이들은 모두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렇게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공정성 위반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 등은 우리나라 방송심의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사건이다.
이처럼 심의가 검열로 변질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선정성과 폭력성에 따른 문화콘텐츠의 심의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1960년 후반 만화 산업은 사전심의제도의 제정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1980년대 이후 사전심의에서 자유롭게되면서 다시 흥행을 이루는 듯했으나, 청소년보호법 제정으로 성인만화에 대한 단속을 심화하여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최근 들어 기존의 출판만화와 전혀 다른 성격의 ‘웹툰’이 부흥하면서 만화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연출, 유통, 소비 모두 기존 만화와 다른 과정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웹툰은 기존 만화의 심의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는 한국 만화의 다양성과 자율성에 크게 이바지했다.
하지만 올해 2월 7일 방송통신심의위에서 23개의 웹툰을 유해매체물로 결정하여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만화계의 강력한 반발로 웹툰의 자율 규제를 체계 하는 것에서 그치긴 했지만, 다시 한 번 정부가 만화계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인상을 만화가와 독자에게 깊게 심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특정한 기준 없이 문화콘텐츠를 심의, 규제하는 일 또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다. 음반의 경우 가사의 맥락과 관계없이 그저 술, 담배, 여성에 관한 어구가 포함되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되는 경우가 늘어났고,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유해매체물로 지정한 노래들로 한동안 누리꾼 사이에서 여성가족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처럼 작품창작의 자율성과 대중문화의 건전성이라는 두 가치가 상충하는 가운데, 문화콘텐츠의 심의기준은 당시대의 사회적 인식에 발맞추어 변모해왔다. 정부에 의한 일방적인 대중문화 통제가 이루어졌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관련 규제가 완화되어 문화적 표현이 비교적 자유로워졌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 콘텐츠의 심의기준의 합리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보다 합리적인 심의기준의 확립이 시대적인 요구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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