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 장봉규 / 산경 교수
  • 승인 2012.05.0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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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아직까지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대신에 석기 시대에서나 썼을 법한 슬라이드폰을 애지중지하고 다니며, 사진은 핸드폰이 아니라 카메라로 찍는 것이 당연하다는 고루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막상 떠나고 나서는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평소에 먹던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곤 한다. 졸업한 대학을 몇 년이 지나 방문하면서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저절로 될 것만 같은 새 건물에 놀라워하기는커녕 대학 시절의 추억들의 스러짐에 씁쓸한 감정을 먼저 되뇌게 된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도 이런 내 성격이 바뀌지 않았는데, 중·고등학교를 거쳐 몇 년간 해왔으면서 앞으로 왠지 계속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수학 관련 학과로 대학 진학을 선택을 하였다. 대학원 때 지도교수님께서 경영분야와의 접목을 시도하지 않으셨더라면 나는 여전히 순수수학 공부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경영·경제 분야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행동주의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 대해 관련 학문을 하는 나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지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이상한 이름의 경제학은 이스라엘 출신의 심리학자인 대니얼 캐너먼(Daniel Kahneman) 프린스턴대 교수가 속한 그룹에서 시작된 것으로, 고전경제학에서 가정으로 삼고 있는 ‘의사결정에 있어서의 합리적인 인간’에 오류가 많음을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효용(utility)함수의 도입에 있어 기존의 이론과는 다른 손실회피(loss aversion)의 개념을 도입하려 하는 시도도 한다. 사람들은 투자를 통해 100만 원 벌었을 때 행복해 하는 것보다 100만 원 잃었을 때 두 배 정도 더 슬퍼한다는 심리학 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하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들의 주장이 경제이론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리라는 사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임을 받아들여 그에게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하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그의 주장을 개개인의 이상행동에만 초점을 맞춘 이상한 논리의 경제학 정도로만 여기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의 주장은 개개인의 이상행동에는 맞는 경우가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 집단의 평균적인 인간의 행동은 항상 합리적일 것이라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미국인 교수님의 생각을 사석에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히 비겁한 행동으로, 그 교수님의 생각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기보다는 심리학이라는 이질적인 학문이 내가 연구하는 분야에 갑작스레 끼어드는 것이 싫은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최근 연구 논문을 읽고 난 어떤 교수님이 행동주의 경제학자들의 생각과 그 논문의 결과가 같을 수 있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코멘트를 하면서부터 나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변화를 싫어하는 심리적 기재가 나의 학문적 성취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세상은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변해왔고 또 변해가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연구중심 대학을 처음으로 표방하고 나선 포스텍의 경우에도 이에 발맞추어 노력한 결과 현재 국내 최고의 학교 반열에 들어 서 있다. 이러한 초기 포스텍의 발 빠른 행보는 슘페터(J. Shumpeter)가 주장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정신과 닿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일등기업이 초기 시장지배로부터 많은 이익을 창출할 때 뒤늦게 출현한 경쟁사는 이를 좌시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독점이윤을 사라지게 하므로 자신의 초기 전략을 유지하려 하는 일등기업은 결국 경쟁사의 새로운 전략, 즉 창조적 파괴에 의해 무너지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초기의 포스텍은 뒤늦게 국내에서 교육 분야에 뛰어들게 된 이등학교로서 이미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일등학교를 이기기 위해 ‘연구중심’이라는 전략을 통해 국내 최고의 학교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가? 초기 포스텍의 성공을 따라 국내에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몇몇 학교가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고 있으며 이에 맞게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의 성공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 실정임은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어쩌면 이들 대학들은 포스텍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벌써 새로운 전략을 세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반해 포스텍은 국내에서 최고 학교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 즉 창조적 파괴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현재까지 성취한 결과물의 달콤함에 취해서 변화보다는 현실 유지에 급급하고 있지는 않은가?
미리 말해 두었지만 나는 변화를 싫어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 대한 성실하고 올바른 조사 없이 무턱대고 현실 유지가 최선인양 변화에 둔감한 것이 최선이 아님을 최근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포스텍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조교수로서 우리의 현 상황이 어떤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변화에 대한 둔감한 대처가 포스텍의 세계적인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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