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공학3동'
소설 '공학3동'
  • 손영섭 기자
  • 승인 2012.03.2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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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키안의 모습, 나아가야할 길
많은 독자들이 1999~2000년 동안 SBS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카이스트’를 기억할 것이다. 이 드라마는 카이스트를 잘 모르던 많은 일반인들에게 카이스트의 면면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우리대학이나 카이스트는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데다가 지방에 위치해 있는 중소규모 대학이어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 못하다. 아마 막연히 ‘아 그 대학 좋다더라’라고 생각하는 수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카이스트’나 이번에 소개할 소설 ‘공학 3동’은 특별하다.
지난 학기 물리실험1 수업이 진행되던 공학 3동 102호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났다. 누군가 책상 위에 놔둔 것을 무심코 봤는데 제목이 참 재미있었다. ‘공학 3동’. 제목과 책 표지에 써있는 문구로 이 책이 우리학교를 소재로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포스텍의 캠퍼스를 밞는 순간부터 노벨상 수상이라는 위대한 과학자에 대한 은근하고 벅찬 포부를 안고 있었던 것이, 새터를 겪는 동안 그 포부가 절정에 달했다가 대부분 3월이 끝나기도 전에 날개가 꺾이듯 추락을 해버린다.’ 이 문구에 공감하지 않는 포스테키안은 대단히 드물 것이다. 무엇보다 내 자신이 정확히 겪었던 일이었다.
김옥주 작가는 우리대학, 소백산, 제주도를 넘나들며 세직과 그의 친구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학교의 곳곳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점이나, 일반 대학생들과 다른 우리대학 학생들의 일상을 그려낸 부분은 포스테키안이라면 아마 다들 공감할 장면들일 것이다. 특히나 주인공이 기자 본인과 같은 물리학과 3학년이라는 점에서 본인의 속마음을 잘 표현해낸 것 같아 놀라웠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세직과 그의 친구들이 평균적인 포스테키안에 비해 너무 일찍 일어난다는 점과 그들이 구사하는 말투가 과학도, 공학도라기보다는 인문학도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이 책은 소설이긴 하나 많은 부분에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고 있다. 책의 여러 사건이나 인물들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거나 완전히 똑같다. 그 시절 우리대학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독자들은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책 곳곳에 우리대학의 건학이념, 교육이념, 설립자들의 뜻 등을 담았다. 아마 포스테키안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고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것들이다. 그러나 입학하고 계절이 여러 번 바뀌며 모두들 조금씩 이 중요한 것들을 잊어간다. 아마 작가는 포스테키안이 소설 속 주인공들과 같이 포스테키안으로서 합당한 정신력을 가지길 원하지 않았나 한다. 지난 2년간의 대학생활을 되돌아보면 본인을 포함한 우리대학 학우들의 의식은 소설 속 주인공 세직이나 그의 친구들과는 거리감이 있어 보였다. 특히 우리대학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해 보였다.
우리대학은 대학민국 동쪽 작은 도시에 위치해 있다. ‘포스텍’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은 많지만, 이곳이 어떤 곳이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학교 이모저모를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공학 3동’은 아주 특별한 책이다. 또한 재학생, 졸업생들에게 포스테키안이 어때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리라 본다. 영어와 어려운 수식들로 가득 찬 전공서적을 잠시 내려두고 이런 책을 읽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