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 오르는 길
[일흔여덟 오름돌] 오르는 길
  • 이승훈 객원기자
  • 승인 2012.03.21 2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회
“섣불리 믿어서는 안된다” 라고 생각한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의 키워드 두 개, 채선당과 국물녀. 140자의 짧은 글을 향한 성급한 믿음을 바탕으로, 비난은 SNS의 역기능을 따라 전국적으로 퍼졌고 많은 누리꾼들은, 사실 우리는 너무 쉽게 한쪽의 의견만을 믿고 다른 쪽을 몰아세웠다. 수많은 사람들의 글과 생각은 책임도, 이성적인 판단에 대한 양심도 없이 하나의 표적만을 향해 달려나갔고, 그 결과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피해자와 피의자의 당혹스러운 역전극이었다.
식당 종업원의 임산부 폭행과 방관하는 사장, 지나가는 아이에게 아무 이유 없이 커피를 끼얹는 아줌마, 상식적으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 낯선 두 상황에 대해 그들은 이미 길들여진 ‘악인’ 설정의 프레임 속에서 너무도 빠르게 ‘악인’을 설정해 공격했다. 인간성에 대한 존중, 이성적인 판단은 결여되고 ‘그러니까 누가 나쁜 놈이냐’에 대한 타는 목마름, 성급함.  물론, 부인할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범죄행위, 정치인들의 부당거래와 결탁들에 노출되어 지내왔고 그것은 우리를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적인 악인의 설정에 익숙하도록 길들여 왔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들에 대한 피로도로 인한 신뢰감의 상실.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바뀌지 않을 것이라 체념했던 순간부터 우리는 너무 쉽게 ‘나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누구에게나 분노를 표출하기에 급급했었다.
단순한 해프닝처럼 끝나 어느새 잠잠해진 지난 사건만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맹목적이고 단순한 그 비판들과 그로 인해 퇴화하는 사회적 지성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서 찬반, 비판은 존재한다. 허나 그것이 무의미한 비난과 상처로 끝나기보다는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건설적인 비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조금만 더 냉정해지고 선입견에 기반해 판단하기 이전에 한번만 더 생각해보자는 어쩌면 진부한 이야기를 여기서 다시 담는다. 판에 박히도록 들어온 진부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아직도 들려오는 것은 모두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는 아이러니때문일 것이다.
“결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반대를 한다”. 사회 깊게 뿌리박힌 이 냉소주의는 세상의 어떤 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세상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세상에 대해 다 아는 척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단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나와 당신의 분노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충동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그 힘이 변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