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포스텍의 젊은 공학도들이 나아가야 할 길
[노벨동산] 포스텍의 젊은 공학도들이 나아가야 할 길
  • 허강열 / 기계 교수
  • 승인 2012.03.2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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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발전 상황은 정말 눈부시다. 한류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우리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고, 서양 문명의 일부분으로 여겨져 왔던 피겨 스케이팅, 골프 등의 스포츠 분야에서 한국 여성들이 세계를 휩쓰는 자랑스러운 시대이다. 내 기억으로는 바로 얼마 전만 해도 우리 문화의 문호를 열게 되면 일본 영화, 가요 등이 무차별로 우리 대중문화를 잠식할 것이기 때문에 문을 꼭꼭 닫아걸고 지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요즘 일본 아줌마들이 한국 배우들을 쫓아다니는 모습에 민망해 하는 일본 교수들을 보면 시대의 변화는 항상 우리 사고 변화의 속도보다는 한참 빠른 것이라 새삼 느껴본다. 나를 포함해 우리 주변에는 일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예전만 같지는 못하다고 한탄하는 교수님들이 많이 있지만 사실 이렇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를 휘젓고 다닌다는 것은 예전에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현재의 모습에 정말 자랑스러워해야 마땅하다. 과학이나 공학 분야에서 그렇게 뛰어난 인재나 업적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드문 것은 우리 젊은이들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제대로 배우고 경쟁하고 보답 받는 공정하고 올바른 분위기를 확립하지 못한 지나간 세대들의 잘못이 아마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올바르게 방향만 잡아주면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세대라고 나는 확신하며 그런 자신들의 모습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기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출산율이 떨어지고 청년 세대의 실업률이 너무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게임, 인터넷에 빠져 폐인과 같은 생활을 하는 모습들이 일부에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 세대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임을 부인할 수도 없으니 이것도 양극화의 한 단면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시대와 우리 주변 상황은 급변하고 있으며 특히나 이렇게 포항에서 오랜 기간을 생활하고 있는 우리 교수들과 학생들로서는 때로는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한 10여 년 전에 중국학자들과 매년 교대로 워크숍을 개최했던 적이 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은 규모와 숫자만 컸지 내용면에서 우리와 상대가 되지 않던 것이 요즘은 외국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중국인 학자들을 초빙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연구 인력의 수준과 규모면에서 이제는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수 년 뒤에도 우리가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자동차 엔진의 스승이던 미쓰비시나 축소지향적인 일본이 가장 자신있어하던 전기/전자 분야에서 요즘 우리 기업들에 무릎 꿇고 도산하는 것이 결코 우리의 미래 모습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990년대에 미국 디트로이트의 GM, 포드 자동차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에 엔진 실험실이 우리집 안방만큼이나 깨끗하던 모습, 우리와의 수준 차이가 너무 커 감히 비교할 엄두조차도 내지 못했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인데 이제 다 망해가는 노쇠한 공룡으로서 그 생명력 면에서는 우리의 현대/기아차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오게 될 시대를 결정하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젊은이들이다. 젊은이를 보면 그 사회의 미래 모습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 개개인을 놓고 보면 우리 학생들이 아직 세계 어느 나라 학생들보다도 더 낫다고 자부하고 있고 외국의 교수들도 그 점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 학생들도 예전에 비해서는 도전적인 꿈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고 벌써 일본 젊은이들의 분위기를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아 두렵다. 20여 년 전 일본의 조선소가 세계 제일의 규모와 기술을 자랑할 때에 이미 현장에는 패기 있는 젊은이가 부족하고 중장년층이 이끌어가고 있는 모습에 앞으로 닥쳐올 일본 조선업의 한계를 이미 볼 수 있었다고 하였다. 젊은이들이 패기와 꿈이 없는 사회는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다. 얼마 전 이태리의 유명한 기업가가 자기 사랑하는 아들에게 이제 너의 조국은 희망이 없으니 빨리 외국으로 나가라고 말하였다하여 신문에 크게 났던 일이 있었는데 이런 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가장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과 유럽의 교수들은 자기네 사회는 이미 늙어가고 있고 젊고 역동적인 아시아가 앞으로 세계를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확실히 지금까지는 우리 세대를 포함하여 한국 젊은이들이 일본보다 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었기 때문에 그 힘으로 우리가 지금의 위치에 서 있는 것이며, 중국의 젊은이에 비해서는 이미 좀 더 현실지향적이기는 하지만 더 우수한 여건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있어서 당분간은 비교 우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의 20년 후의 모습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데 지금의 모습은 희망적이면서도 그런 좋은 점들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대부분 젊은이들이 패배감에 젖어 직장을 구하면서 앞으로 몇 살까지 해먹을 수 있는지, 개인 여가 시간은 얼마나 가질 수 있는지, 쉽게 잘리지 않고 직업의 안정성이 담보되는지, 이런 면들을 중요시한다면 우리 사회는 이제 희망이 없다. 포항공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정도의 재능을 타고 나고 사회의 혜택을 받고 있는 젊은이라면 이제 큰 꿈을 꾸어야 마땅하다. 아프니까 젊음이라지만 꿈을 가지고 있으니까 젊음이고, 현실과 싸워 나가면서 현실을 깨달아가는 것은 싫어도 나중에 자연히 따라 오는 인생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 중 일부는 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일들을 이루어낼 것이고 비록 세상이 알아주는 사람은 못되더라도 그런 대열에 서서 노력하고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데에 같이 동참했다면 나중에 사회의 어느 한 부분을 책임지고 자신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중견인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을 것이다. 이 사회에서 혜택 받지 못하고 낙오되는 사람들까지도 같이 껴안고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따뜻한 마음과 함께 황당한 꿈들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그런 포항공대 학생들을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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