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무현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장
[인터뷰] 조무현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장
  • 이기훈 기자
  • 승인 2011.10.1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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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가속기연구소로의 도약을 꿈꾸며

 포항공대신문사에서는 우리대학의 각 연구소장들에게 연구소의 비전과 기술 동향을 묻는 ‘연구소장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포항공대신문이 첫 번째로 소개하는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우리대학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대학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재작년부터 올해까지 기존 3세대 방사광가속기인 PLS를 PLS-II로 성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해부터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2014년까지 4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포항공대신문사에서는 우리대학 물리학과 교수이자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조무현 소장을 만나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와 3세대 방사광가속기 성능 향상 및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의 진행 과정, 가속기연구소의 미래에 대해 알아봤다.


-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목표는 무엇이고 어떤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목표는 방사광가속기를 기초과학, 응용과학 그리고 산업기술 분야 등을 연구하는 범국가적 공동연구시설로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기초과학과 산업기술 선진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방사광가속기는 물리, 화학, 신소재, 생명과학, 의학 등 거의 모든 연구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약개발이다. 신약개발에는 단백질 구조 규명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 타미플루라는 신약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도 신종플루 유발 단백질과 타미플루의 결합 구조를 방사광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여 발기부전치료제와 질환 단백질 결합 구조를 규명해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 외에 방사광은 산업체의 제품 개발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2001년 삼성종합기술원에서는 소형의 광통신 반도체 소자 개발에 있어 불량품이 발생하는 원인을 비파괴 방사광 X-선 투과 영상 실험으로 규명해 불량품을 75%에서 10%로 현저하게 낮추는 성과를 올렸다.

- 가속기 연구소장으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1989년 8월 포스텍 물리학과에 처음 부임하면서부터 당시 추진되고 있던 방사광가속기 건설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그 때는 선형가속기 시스템개발부에 소속되어 당시 국내에서는 연구 불모지였던 대출력 마이크로웨이브 시스템 국산화 개발을 맡아 연구개발과 함께 저장링에 전자빔을 입사하는 선형가속기를 구축했다.

 연구소장으로서의 목표는 연구 및 개발 활동의 수월성 추구이다. 연구소의 자체 연구개발 활동 그리고 방사광 이용자들의 연구 성과가 앞으로도 인정받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물론, 나 자신이 잘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동료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더욱 빛나는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소통하고 도와주는 연구 문화가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우리에게는 즐겁고 안전한 일터, 외부인에게는 방문하고 싶은 연구소, 청년 과학도들에게는 취업하고 싶은 연구소가 되도록 힘쓸 것이다. 국내의 여타 연구소 및 해외 연구소에서 경험하고 목격한 좋은 제도들이 우리 연구소에 더 나은 우리의 것으로 안착되도록 시스템 개발과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3세대 방사광 가속기 업그레이드 사업이 진행 중이고 이 때문에 가속기 이용이 중지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속기 업그레이드 사업은 어떤 사업인가.

 3세대 방사광가속기 성능향상사업(PLS-II)은 1995년 가동을 시작해 16년 동안 운영한 방사광가속기의 성능을 대폭 개선해 고급실험 수요에 부응하고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95년 당시 3세대로서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세계 5번째로 건설됐지만, 지금 전 세계 26곳에서 운영 중이고, 요르단겾짹?등 개발도상국에서도 건설되고 있을 정도로 필수적인 거대과학시설이다. 지금은 최신형 3세대란 용어가 나올 만큼 성능이 향상된 방사광가속기가 나오고 있다. 초기에 지어진 3세대 가속기들이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포항방사광가속기 성능향상사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미 미국 SSRL, 일본 PF, 대만 TLS가 완료했고, 유럽연합 ESRF 또한 성능향상이 진행 중이다.

 우리는 3년간 1,000억 원의 예산을 정부로부터 받아, 신규 최신형 설비를 건설할 때 드는 비용의 1/7로 최신형 3세대의 성능을 발휘하는 장치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이 업그레이드는 2009년부터 2년간 설계, 제작, 구매 등의 철저한 추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실제 방사광가속기 가동 중지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실제로 단 1년만 중지하고 기존장치를 해체, 신규장치 설치 및 최종 실험 장비인 빔라인을 전면 재배치했다. 성능향상 후에는 이전보다 100배 밝은 방사광 휘도를 가지게 되고, 실험수행기간이 1/10로 단축되어 앞으로 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2월부터 전 세계 최신 방사광가속기와 대등하게 향상된 장치로 연구자들이 방사광 실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작년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정되어서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사업이 시작됐다고 알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사업이 진행되며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지 궁금하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올해부터 총 4년간(2011년~14년) 4,26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3세대는 물체의 정적현상 연구에 이용되는 반면, 4세대는 살아있는 세포의 실시간 분석 등 동적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21세기 과학 패러다임이 공간적으로는 나노영역, 시간적으로는 펨토영역 연구인데 이 연구들이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것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이다. 4세대는 3세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사광으로서 원천기술을 선점하여 차세대 먹을거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시급히 건설해야 하는 거대과학시설로 여겨지고 있다. 재작년 4월 세계 최초로 미국 스탠포드대학 LCLS에서 4세대 방사광(XFEL) 건설을 성공해서 현재 이용자 지원 중에 있고, 일본 SPring-8의 SACLA도 건설이 완료되어 시운전 중이다. 유럽연합도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상황이므로, 우리나라도 계획대로 건설이 되어야만 세계 Top3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가 주관하며, 교육과학기술부가 총괄하면서 한국연구재단이 사업평가단을 구성하여 평가와 진도관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4세대 건설부지는 현재 3세대의 오른편 야산에 위치하게 되며 총 길이가 1km에 달한다. 사업 1차년도 올해에는 주로 건물 및 기반시설의 설계, 주요 핵심장치의 상세설계가 이루어진다. 4월부터 시작하여 6개월이 지난 지금, 주요 핵심 장치 설계가 60%이상 완료되었고, 건물부분은 설계, 지질조사 및 인허가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에는 토지정지, 부지조성이 착수되어 건축물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계획이며, 또한 선형가속장치와 같은 주요 핵심장치의 일부를 구매하여 제작할 예정이다.

- 연구소의 연구원 충원과 재원 마련은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초기 건설비 1,500억 원이 소요되었는데, 이 중 포스코가 904억 원, 정부가 596억 원을 투입했다. 1995년 완공 이후 매년 정부에서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를 지원받아 운영해왔다. 물론 인건비 일정부분을 대학에서 조성한 포스코 기금을 통하여 지원받아 왔다. 기금 특성상 이제 더는 대학에서 지원하기 어려워 내년부터는 정부 예산으로만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조직은 어느 정도 인력 충원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가속기연구소는 범국가적인 시설로서 인정을 받아 총 135명의 범위 안에서 가속기연구소에 적합한 인재를 공개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다.

 가속기 연구원은 크게, 하드웨어 전공자와 방사광 실험에 관여하는 빔라인 전공자로 나눌 수 있는데, 장치가 올바른 성능을 내도록 하는 것과 이용자가 실험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서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인력을 선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