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초록] 서울포럼 2011
[강연초록] 서울포럼 2011
  • 강명훈 기자
  • 승인 2011.10.12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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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지금까지처럼은 안 된다

 9월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1’에는 우리대학 학우 50여 명이 초청되어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현장을 체험했다. 포스테키안 중에는 일정이나 여건상 아쉽게 참석할 수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포럼 3개의 세션 모두 우열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교훈과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기자에게 가장 많은 상념을 낳게 했던 세션 1 ‘연구개발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세션 1에서는 안드레 가임, 시모무라 오사무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의 연설을 시작으로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기초과학의 고갈이 다가온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이공계 기피 현상은 빈부 격차, 인구 고령화와 같은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는 세계 정상급 IT강국이며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컴퓨터, 핸드폰, 자동차 등 현대 응용과학이 낳은 산물들이 즐비하다.

 인류가 정보화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돌아가길 희망하지 않는 한 이공계 기피 현상과는 무관하게 우리사회는 첨단 과학의 발전에 주목할 것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를 향해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안드레 가임 교수는 “우리 사회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잊어버렸다”고 한 마디를 던졌다. 그는 오늘날의 세계 경제성장은 컴퓨터, 인터넷 등의 범용기술이 이끌었지만 이 같은 범용기술의 원천에는 증기기관, 트랜지스터 등 과학자들의 역사적 발견이 있었다고 했다. 또한 “일반인의 시점에서 갤럭시S를 보면서 20세기 이전의 기술을 생각해내기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과의 틈이 생긴다”라며 범용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초과학이 대중에게서 멀어졌음을 시사했다.

 가임 교수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언급한 이유는 최근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세계 경제 위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해서 지금까지 많은 원인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는 “머지않아 기초과학의 풀(Pool)이 고갈된다. 그만큼 기술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고 이것은 세계 경제의 위기를 낳는다”라는 독자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패널로 참석한 신상철 대구ㆍ경북과학기술원 총장 또한 “기초과학규모와 경제규모는 비례한다”는 통계적 수치를 통해 기초과학과 경제성장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과학발전 없이는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즉, 가임 교수의 말대로라면 지금의 위기는 앞으로 다가올 경제 침체의 전조에 불과하다는 것이 된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세계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과학의 풀을 넓혀 더 많은 범용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패널들도 기초과학발전에 대해 가임 교수와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석기시대가 청동시대로 바뀐 것처럼 시대의 근본적인 기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임 교수가 말한 ‘기초과학 풀의 고갈’이란 무슨 의미일까. 이것은 세계 경제 문제만큼이나 충격적인 화제로 다가온다. 하루가 무섭게 시장에 등장하는 신제품도 수 년, 수십 년 후에는 점점 뜸해지고 언젠가는 기술 개발의 한계에 도달하는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다. 가임 교수는 컴퓨터-인터넷-디자인에 걸쳐 인류가 수십 년간 의존해왔던 기술들이 모두 이전의 과학지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4G나 페이스북 등 최근에 등장하는 기술들 또한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닌 파생기술이라 말했다. 때문에 그는 앞으로 어떤 파생기술이 등장할 것인가는 현재의 기술을 근거로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무어의 법칙’을 예로 들며 파생기술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무어의 법칙이란 마이크로칩 기술의 발전 속도에 관한 것으로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하지만 반도체의 크기가 작아지고 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양이 많아질수록 과열 때문에 전류가 원활히 흐를 수 없게 되어  일부 학자들은 무어의 법칙이 곧 깨진다고 말한다. 가임 교수는 무어의 법칙이 깨지는 것처럼 과학 기술에도 한계가 다가온다는 것을 역설했다. 그는 “이전 기술에만 의지해서는 과학적 발전에 부스러기만 이용하는 꼴”이라 말하며 기초과학발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시련에 포기하지 마라”

 현재 전 세계 R&D 예산 규모는 1조 달러로 전체 GDP의 1.5%에 해당한다. 겉보기에는 상당한 규모지만 실제로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비용은 적은 편이다. 이에 대해 안드레 가임 교수는 “기초과학은 몇 억을 투자해도 결과가 언제 나올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투자가 적다”라고 해석했다. 예측 불가능한 학문인만큼 기초과학분야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순항을 겪은 사람은 전무하다 할 정도다. 노벨상을 받은 시모무라 오사무 교수나 안드레 가임 교수 또한 연구를 하면서 많은 관문에 부딪혔고 시련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 시모무라 교수의 노벨상을 받기까지의 우여곡절 과정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학자로서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두 번의 시련이 있었지만 부단한 노력과 자기 성찰을 통해 발광생물의 형광물질을 규명해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문제가 어려울수록 해결할 때의 만족감도 크고 그 다음의 어려운 과제에도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모무라 교수에 이어 정부와 대중이 기초과학에 신뢰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세정 이사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응용과학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지만 기초과학에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젊은 과학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국내과학예산 배분을 맡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김화동 상임위원은 “국가 R&D 예산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며 “내년에는 연구개발비에서 기초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달할 것”이라고 기초과학 투자의 전망을 밝혔다.

“목표는 노벨상 아니다”
“자연에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안드레 가임, 시모무라 오사무 교수 모두 연설을 통해 지속적인 기초과학으로의 투자를 강조했다. 기초과학의 발전은 폭넓은 연구 속에서 우연찮게 나온다는 것이 두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가임 교수는 “한국에서는 노벨상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벨상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대 15년 후에는 한국에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시모무라 교수는 자신의 노벨상 수상은 해산물 연구의 부산물에서 비롯되었다며 “자연에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라고 말했다.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한국은 노벨상이라는 목표를 위해 기초과학분야의 자라나는 새싹들을 억지로 잡아당기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제는 조급함을 버리고 새싹이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는 순간을 믿고 기다려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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