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용민 신임 총장 인터뷰
[특집] 김용민 신임 총장 인터뷰
  • 김정택 기자
  • 승인 2011.09.06 1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어디에서든 도전할 수 있는 포스테키안을 응원한다”

프로필

▶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전자공학 석사
▶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전자공학 박사
▶ 미국 워싱턴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 미국 워싱턴대학교 생명공학과 주임교수
▶ SPIE 의학영상심포지엄 위원장
▶ 의생물학협회 Fellow
▶ IEEE(국제전기전자공학회) Fellow
▶ (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공학부 정회원
▶ 의학생물공학회 회장


목표와 결과 확실히 구분해야
대학순위는 ‘결과’일 뿐, 목표 되면 곤란
VISION 2020, 목표와 결과를 확실히 해야
대학순위 올리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대학 국제화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교수의 우수한 연구가 국제화 앞당겨
젊은 교수 유치해 스타로 육성
중진교수 유치로 클러스터 조성


-포스텍의 발전상, 그리고 ‘총장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포스텍은 다른 연구중심대학과 비교했을 때 짧은 역사를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성취를 이뤘다는 것이 놀랍다. 그것은 고(故) 김호길 학장님과 박태준 설립이사장님 등 여러 교수님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포스텍이 이런 거대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초대 학장님과 설립이사장님 빼고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도 구성원들이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지금부터 25년 후의 포스텍을 상상하고 계획해 나간다면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최고의 대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노력해서 연구겚냅컖서비스, 각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훌륭하게 성취를 이뤄내면 포스텍이 최고의 대학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학생들이 세계 시민이 되고,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총장의 역할은 구성원과 소통하며 비전을 보여주고 비전을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이끌고, 필요한 자원을 외부에서 내부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이러한 총장의 역할이 정착된 것 같지 않다. 미국의 경우, 부총장이 학내 업무를 대부분 맡는다. 교수님들이나 학생들과 관련된 업무나 학교 재정을 관리하는 일을 부총장이 수행하고, 총장은 대학의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을 독려하고 재원과 같은 자원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대학 총장들도 이러한 역할을 하도록 바뀌어 갈 것이다. 교수님들이나 학생들의 잠재력과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총장의 의무이자 영예라고 생각한다.

-VISION 2020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앞으로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할 것이다. 일단은 ‘우리가 노력해서 2020년에는 세계 2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라는 캐치프레이즈에는 동감한다. 그런데 VISION 2020을 살펴보면 ‘네이쳐나 셀에 논문을 몇 편 쓰겠다’, ‘외국 학생들을 몇 명 유치하겠다’ 이러한 목표들이 있는데 그것이 목표인지 최고의 대학이 되었을 때 결과인지 확실치 않다. 그것이 목표가 되면 곤란하다고 생각된다. 그것들은 결과에 불과하다. 포스텍이 최고의 대학이 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목표로 하면 부작용들이 나올 수도 있다.

-재원 및 교내 공간 확보 방안은?

 외국 선진대학과 비교하더라도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재원을 마련하려고 하면 외부에 재원을 요구해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정말 부족할 때 요구해야 한다. 정말 필요로 해야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외국 연구대학의 연구실을 가보라. 정말 좁은 곳에서 교수님들이 일하고 학생들은 데스크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 곳에서 세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원 업적 평가의 초점은 어디에?

 교수님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학문적 성취다. 이 학문적 성취는 대부분 연구에서 나온다. 하지만 어떤 교수님들은 교육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된 교재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 연구를 하는 것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룰 수도 있다. 교수는 특정 분야와 관계없이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그런데 한국 대학들은 너무 연구 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닌가 싶다. 교육 쪽이 무시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교육과 연구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 연구 때문에 교육을 희생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교수님들이 연구 쪽으로 가는 것이 옳게 보일수도 있지만 어떤 교수님들은 교육 쪽에 능력을 가진 경우도 있다. 멘토링을 해주거나 강의를 하는 것에 능력을 가진 교수님의 경우는 교육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따라서 하나의 잣대만으로 모든 교수님들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본다.

-우수한 학부생, 대학원생 선발 계획은? 외국인 학생 유치, 해외 사무소 운영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좋은 대학원생들 유치는 물론 중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화가 필요하다. 포스텍은 크기에 비해서 조직이 많은 것 같다. 조직은 만들기는 쉽지만 없애기는 어렵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한 번 검토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해외 사무소의 경우도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화 정책, 우수 교수진 유치에 대한 계획은?

 앞에서 말했듯이 VISION 2020처럼 국제화도 목표가 되면 곤란하다. 국제화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인센티브나 자극을 주는 식으로 학교에서 정책적으로 국제화를 할 수도 있지만, 교수님들이 선진 연구를 하고 그 연구결과를 세계에 알렸을 때 학생들은 자동적으로 오게 되어 있다. 대학원생들은 교수를 보고 오기 때문에 그런 방법으로 국제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될 수 있다. 아니면, 우리 학생들이 우수한 연구를 해서 외국에서 발표를 하고 깊이 있는 토론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포스텍에서 왔는데 한 번 와서 조언해 달라’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간다면 자연스럽게 국제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포스텍에만 있으면 외부 문화를 접하기 힘드니까 몇 개월 동안 외국에 나가서 인턴도 하고 교환학생도 하면서 국제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학교를 정말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고, 학생들을 열성적으로 만들고, 졸업생들이 세계를 이끌도록 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이 교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젊은 교수들을 임용해서 스타로 만들고, 중진 교수들을 유치해서 클러스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과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구성원 누구에게나 일관적으로 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열심히 들을 생각이다. 학과도 찾아가고, 지난 7월에 열렸던 간담회처럼 학부생ㆍ대학원생ㆍ연구원ㆍ직원들을 자주 만나고 싶다. 그리고 두 달에 한 번 정도 이메일로 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기도 하다. 정확한 뉘앙스를 위해서 영어로 메일을 보내야 하는 점은 미리 양해를 구해야겠다.

-‘THE 세계대학평가’와 같은 세계대학평가 지표가 포스텍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대학순위는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목표가 되면 곤란하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를 달성한 결과여야지 대학순위 때문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학순위는 특히 학부생을 모집할 때 중요하다. 그래서 대학순위를 매길 때 평가기관에 정확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대학순위를 잘 받기 위해서 우리의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옳지 않다.

-포스테키안들이 가져야하는 지향점은 무엇인가?

 포스테키안들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문에 대한 열정이 줄어드는 것 같다. 포스테키안들이 조금 더 큰 꿈을 기르고, 졸업하고 나서 꿈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편안한 것을 찾기 보다는 세계 어딜 가서라도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고, 위험을 감수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대학원에 입학해서 1년 동안 휴학하고 개발도상국에서 봉사하고 오는 경우도 봤다. 그런 곳에 갔다 오면 한층 성장하여 다른 사람이 돼서 돌아온다.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 저도 노력하고 본부에서도 노력하고 교수님들도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