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강의평가와 그 효용성
[기획취재] 강의평가와 그 효용성
  • 손영섭 기자
  • 승인 2011.09.06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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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확인 위한 겉치레로 전락했나

 5점 만점에 평균은 4.29점… 신뢰성 떨어져
 과목 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문항으로 개선요구

 우리대학은 학생과 교수간의 소통을 통한 강의의 질 향상과 강의정보 확보를 위해 1997년 1학기부터 강의평가를 실시해왔다. 또한 1999년부터는 강의평가를 해야만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강의평가 의무제’를 도입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으며, 2007년부터는 강의평가 결과를 포비스(POVIS)를 통해 교내 구성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강의평가의 주된 목적은 수강생이 강의에 대해 평가하고, 그 결과물을 교원에게 공지하여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피드백 작용이다. 이 기능의 중요한 대전제는 강의의 허와 실을 정확히 알 수 있는 평가 방법과 학생들의 올바른 평가이다.

 지난 학기 10명 이상이 수강한 학부 전공 강의 중 가장 높은 강의평가 점수를 받은 이영호(화학) 교수에게 강의평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영호 교수는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할때 강의의 내용이나 질 보다는 교수와의 친밀감 정도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강의평가의 객관식 문항은 강의의 질을 나타내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교수의 수업 성실성에 대해서는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다. 동료 교수들도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이다”라며 강의평가 결과를 크게 신뢰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서 이 교수는 “강의평가의 주관식 문항에 학생이 답한 경우는 그 내용을 수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 대부분이 주관식 문항에는 답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학기(2011년도 1학기) 강의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학부과정 강의평가 평균은 4.29점(5점 만점)이었으며, 4.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강의 비율은 86.6%였다. 최저점을 받은 과목은 3.13점 이었고, 3.0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강의는 단 한 과목도 없었다. 강의평가의 객관식 평가항목이 ‘(5)매우 그렇다, (4)그렇다, (3)보통이다, (2)그렇지 않다, (1)매우 그렇지 않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강의평가 결과를 신뢰한다면 우리대학의 강의는 흠잡을  데 없는 강의인 셈이다.

 그러나 강의평가에서 4.0점 이상의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한 강의의 주관식 평가를 살펴보면, ‘진도가 너무 빨랐다’, ‘수업은 정말 집중하기 힘들었다’, ‘중간고사 문제도 성의가 없었다’, ‘문제를 받아들면 짜증이 났다’ 등 강의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4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에서 주관식 평가와 객관식 평가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강의평가 점수가 높다고 안심하거나 학생들의 강의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주관식 평가에 참여하지 않고 객관식 평가에 높은 점수를 주었을 경우 강의평가의 신뢰성이 더더욱 떨어질 수 있다. 학생들은 강의에는 만족하지 않았을지라도 강의평가 결과를 확인하는 교수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물론, 3~3.5점 사이의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은 과목에서는 ‘좀 더 수업에 신경 써주셨으면 합니다’, ‘교수님이 수업 준비를 많이 안하시는 것 같습니다’, ‘무슨 내용을 배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등 부정적인 내용이 다수였다. 또한 담당교수의 공무로 인한 휴강이나 보강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교수의 성실성에 대해서는 평가자료에 신뢰성이 있다는 이 교수의 의견대로라면 위와 같은 부정적 의견에 대해 교수들이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강의평가 이외에도 포비스 e-class에 학생이 교수에게 의견을 내는 공간이 있다. 그러나 한 학기에 3~4명이 의견을 보내줄 정도로 참여율이 저조하다”며 학생들이 수업에 관한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호소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이 교수는 학생들이 성적 확인만을 위해 형식적인 강의평가만을 하고 있는 경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무범(기계 10) 학우는 “귀찮고 별로 의미 없는 것 같지만 학점을 위해 꼭 해야 하는 겉치레 같은 느낌이 든다. 주변에서는 모두 3점을 주거나 5점을 주는 등 한 항목으로 몰아서 평가하는 경우도 종종 봤다. 또 몇몇 교수님은 강의평가 결과를 보고 어떻게 개선할 지 생각하시는 모습을 봤으나 대부분 교수님에게서는 그런 점을 느낄 수 없었다”라고 강의 평가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오승환(컴공 10) 학우는 “강의평가에 수정될 사항이 많이 보인다. 과목별로 질문이 달라야 하는데 해당 과목에 상관없는 항목까지 평가해야한다. 예로 수학과목 강의평가에 ‘실험 준비가 잘 되어 있다.’와 같은 질문이 있다. 또한 단순한 객관식 평가보다는 주관식 항목에 쓸 이야기가 많아지도록 유도하는 질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라고 강의평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강의평가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강의평가 문항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강의평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학사관리팀은 각 과목 특성에 맞게 강의평가 문항을 개선하는 한편, 학생들이 주관식 문항을 통해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 방법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강의평가를 성적 확인을 위한 중간과정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강의평가 본연의 의미를 이해하고 성실히 임해야 하며, 담당 교수도 강의평가 결과를 적극 수업에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