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기숙사 불법 거주
[기획취재] 기숙사 불법 거주
  • 김정택 기자
  • 승인 2011.09.06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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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기숙사 문화 만들어 나가야

 실태 조사 결과 19개실 중 7개실에서 불법 거주
 적법절차 통해 사용, 현실적인 대책 필요

 작년부터 계절학기 및 동아리ㆍ자치단체 합숙 기간 중 기숙사 이용 신청 업무가 기존 방문 신청에서 온라인 신청으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기숙사 이용을 신청하기 위해서 아침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은 사라지고 POVIS를 이용해 쉽게 신청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숙사 이용 신청방법이 변경된 이후, POVIS의 온라인 이용 신청 기능을 통해 사생이 거주하지 않는 기숙사를 알아낼 수 있다는 맹점을 악용해서 기숙사에 불법 거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숙사 불법 거주는 기숙사를 직접 신청했던 과거에도 존재했었지만 신청방법 변경 이후 그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계절학기 및 동아리ㆍ자치단체 합숙을 신청하려는 학부생의 경우, POVIS의 기숙사 이용 신청 메뉴에 접속하면 기숙사 1~9동(이번 8월 중에는 가구 변경으로 7ㆍ8동 입사 불가능)의 빈 방을 조회할 수 있다. 2인실 기준으로 1명의 사생만 거주하고 있는 방과 비거주자 방이 조회된다. 자신이 입사하고 싶은 방을 정하고 입주 신청 버튼을 누르면 선택한 방에서 거주할 수 있다.

 온라인 기숙사 이용 신청의 문제는 빈 방을 쉽게 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기숙사에서 불법 거주하는 학우들은 빈 방을 조회하여 빈 방에서 무단으로 거주하거나 혼자 방을 쓰는 사람들 중에서 아는 지인의 방에 거주한다. 빈 방의 경우 비밀번호가 ‘OOOO’로 초기화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불법 거주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지난 8월 25일 POVIS 기숙사 이용 신청 메뉴에서 빈 방을 조회하여 기숙사 6?동을 방문했다. 방문한 19개실 중에서 7개실이 실제로 기숙사에 신청되어 있는 인원보다 더 많은 사생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2개실에는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다고 조회됐는데 하나는 짐이 풀어져 있고 침구가 깔려있는 등 사람이 거주하는 흔적이 있었으며, 다른 하나는 비밀번호가 초기화되어 있지 않고 다른 번호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문한 방 중에서 사생이 없어서 방문할 수 없던 방이 7개실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불법 거주 실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기숙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주거운영팀에서는 업무량이 많아 모든 기숙사를 매일 점검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주거운영팀 관계자는 기숙사자치회와 함께 불법거주 등 기숙사 점검을 했으나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또한 “학생들이 지성인답게 행동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건전한 기숙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기숙사자치회 관계자는 “기숙사자치회와 주거운영팀은 기숙사 불법 거주 문제를 인식 하고 있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주거운영팀과 긴밀히 협조하여 불법거주에 대한 제도를 정비하고 시행해 나갈 것이다. 방학 중에 불시 점검을 진행하거나 공지를 올려 계도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우들이 불법 거주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역 봉사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포항에 남아야 하는데 기숙사가 제공되지 않아서 불법 거주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방학 때도 과외를 계속 하기 위해 거주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리고 동아리 합숙에 참가하는 두 학우가 한 사람만 기숙사를 신청하고 기숙사비를 분담하는 비양심적인 사례도 있었다. 불법 거주를 하고 있던 한 학우는 “어차피 아무도 살지 않는 기숙사에 거주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불법 거주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숙사 불법 거주는 대학의 자원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학우들은 불법 거주를 심각하게 여기고 양심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불법 거주는 기숙사 사생 수칙을 어기는 행위이므로 강제 퇴사에 준하는 강력한 처벌이 마련되어 학우들이 불법 거주 행위를 하지 않도록 규제하여야 한다. 주거운영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불법 거주는 학생들 양심에 맡겨야할 문제지만, 필요에 따라 불법 거주자를 강제로 퇴사시키는 안도 검토해 불법 거주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기숙사마다 비밀번호를 개별적으로 부여해서 기숙사 이용 신청자만이 입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등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퇴사 24시간 이후 스마트카드 출입이 정지되도록 하거나 방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되도록 하는 등의 대책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주거시설 관리 방법을 개선할 계획이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불법 거주를 하던 학우의 말대로 방학 기간 동안 기숙사가 여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봉사활동과 같이 계절학기나 동아리 합숙 등이 아닌 잔류 사유 외에도 좀 더 현실적이고 관용적으로 평가하여 합당한 비용을 받고 기숙사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대책은 대학의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학우들 또한 편리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