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대학생과 교육자, 그들의 사이
[78오름돌] 대학생과 교육자, 그들의 사이
  • 강명훈 기자
  • 승인 2011.06.08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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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0여 명의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 법인화 추진 반대’를 외치며 대학본부에서 시위농성을 한 지도 어느덧 10일 째다. 어느 쪽이 백기를 들던지 간에 지난 수십 년 간 우리나라를 대표해 왔던 명문대학에서 학생과 학교의 소통 문제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새삼스레 법인화의 문제니 장단점이니 하는 얘기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시위농성을 둘러싼 학교 측과 학생 측의 대응에서 깨닫게 된, ‘대학’이라는 사회기관이 갖춰야할 것들에 목소리를 싣고 싶다.

 ‘1,700여명의 학생들이 이렇게 모인 것 자체가 법인화의 비민주적 추진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총학생회 측의 말에서 서울대가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잠자코 있었다면 ‘서울대의 법인화’에서 끝나지 않고 ‘학생은 학교를 따라야 한다’라는 학교의 교육론만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을 것이다. 서울대의 법인화 추진 과정은 학생들이 ‘시위’라는 극단적 수단을 사용하게 만들 정도로 방금 말한 교육론이 얼마나 윗사람들에게서 지배적으로 잡혀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학교 측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학생들의 불법 점거를 교육자로서 용인할 수 없다고 말한 서울대 측 관계자의 말이나, 업무 마비니 하며 애 타이르는 듯한 학교의 대응은 갈등을 더욱 악화시켰다. 진심으로 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이번 시위농성은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법인화 추진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실어달라는 것이지, 법인화의 전면철퇴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서울대 측의 대응은 어떻게 하면 시위농성을 조기 종료하고 법인화 재추진을 시작할 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을 준다.

 필자는 서울대 법인화 논란 사건에서 나타난 학교-학생 간의 대립의 양상이 비단 서울대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곳에서 찾는다면 우리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직접 언급하진 않겠지만 우리대학도 정책수립 과정에 학생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추진된 정책들이 눈에 띄게 보인다. 이 중에는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도 말이다.

 이것이 공청회 몇 번 열고 전달은 집행부 측에 맡기거나 게시판에서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것으로 만족하는 학생들의 어필 부족인지 아니면 게시판은 ‘눈팅’이고 자신의 교육론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학교의 소통 자세의 부재인지는 어느 쪽에 무게추를 둬야 할지 난해하다.

 필자 또한 한 명의 대학생으로서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서울대 학생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시위’가 아닌 ‘결의’다. 옳고 그름을 말할 용기와 자세를 갖추자. 그리고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항상 소통을 준비하자. 그 어떤 대학에서도 시위에 의한 학교와 학생의 대화가 더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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