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축제 공연 연습
[기획취재] 축제 공연 연습
  • 박민선 기자
  • 승인 2011.05.18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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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만을 위한 학과 공연 연습, ‘과유불급’

 하루 6시간 연습, 끝나면 새벽 4시
 과도한 축제 공연 연습, 누구를 위한 연습인가

“어제는 9시에 나갔다가 새벽 4시 다 돼서 들어왔어. 너무 피곤하다.”
“그래도 너희는 9시에 시작했잖아. 우리는 더 일찍 시작했어. 팔에 근육통 생긴 것 같아.”
“너희는 퀴즈라도 없지. 나는 아침 9시 반에 퀴즈란 말이야.”

 위와 같은 대화는 축제가 있기 며칠 전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우리대학 10개 학과 중 산업경영공학과ㆍ수학과ㆍ신소재공학과ㆍ화학공학과ㆍ화학과의 1학년 학생들은 매년 해맞이 한마당 전야제의 공연을 준비한다. 우리대학은 축제에 참석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앞서 말한 5개 학과의 거의 모든 1학년생이 대중가수의 춤을 연습해 무대에 선보인다.

 전야제의 학과 공연 행사는 1학년 학생들의 끼를 선보이는 무대임과 동시에, 1학년 때에는 전공수업을 듣지 않아 평소 만나기 힘든 학과 동기들ㆍ선배들과의 돈독한 우애를 다지는 등 여러 목적과 장점이 있지만, ‘과유불급’, 지나침이 있으면 언제나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각 학과마다 더 멋진 공연을 보이려는 경쟁이 있어, 하루 6시간 또는 그 이상으로 연습을 하는 학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때문에 1학년 학생들은 매일 녹초가 된다. 중간고사도 끝나고 유난히 공휴일도 많고 휴강도 많다지만 과제와 퀴즈는 학생들을 편히 놓아두지 않는다.

 새벽 4시에 춤 연습이 끝나면 밀린 과제와 오늘 있을 연습시간, 실험 등이 피곤한 어깨에 더 큰 부담을 실어준다. 2학년도 후배들의 춤 연습을 지도해주기 위해 3, 4시까지 함께 보내기는 마찬가지이다.

 학과 공연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공연 연습 때문에 과제할 시간이나 보고서 작성할 시간이 없어, 학과 공연이 없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퀴즈 공부를 할 시간도 부족해 공연 연습에 지친 몸을 이끌고 잠을 줄여 공부를 한다. 과제나 보고서 및 퀴즈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공연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선배 K가 불평하는 후배 L에게 “나는 작년에 과 공연 연습 다하고, 과제도 다했어. 과제는 수업시간이나 짬이 날 때 틈틈이 미리 해놓고, 밤에는 학과 공연 연습해야지”라고 말한다. 선배들도 옆에서 같이 지켜봐주고 다른 후배들도 불평 않고 공연 연습을 하기에 힘들다는 말을 꺼내기 조차 쉽지 않다.

 이렇게 지나칠 정도의 축제 공연 연습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항상 전야제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늦은 밤까지 힘들게 춤 연습을 해야 했고, 그만큼 시간과 체력을 빼앗겨 과제수행, 퀴즈공부 등 학업에 지장을 받았다.

 매년 1학년 학생들을 혹사시키는 축제 공연 연습 풍조를 이제는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수준 높은 학과 공연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연습을 열심히 해 무대에 선보인 학생들은 보람을 느끼지만, 이를 모든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축제 전야제의 학과 공연 행사가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아름다운 전통으로 남을 수 있기 위해서는 최선책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