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및 번역의 질, 시스템, 세 박자가 맞아야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번역 도우고 있어,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넘어선 창조적인 활동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9위(2011년 5월 2일 현재)까지 올랐으며, 벌써 5쇄를 발행했다.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은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한, 한국문학을 다른 나라에 소개하는 작업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한국문학의 번역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이에 발맞춰, 한국문학번역원은 번역 작업을 지원하고 번역가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번역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한국문학이 번역된 사례 등을 알아보자. <편집자주>
번역 작업은 모범답안이 없는 일이다. 특히 공문서 번역과 같은 사무 번역과 다르게 문학 번역은, 번역가가 문학을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있는지와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의 문화를 얼마나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가가 번역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엄마를 부탁해’를 번역한 김지영 씨처럼 우리문학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고, 해당 지역의 문화 또한 이해하고 있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번역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김지영 씨는 번역가로 활동했던 어머니 밑에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성장한 환경이 훌륭한 번역가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다.
우리문학이 외국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번역 작업을 제외하면 1996년 한국문학번역금고가 설립된 이후에 우리문학 번역 작업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문학을 번역하는 역량은 크게 보면 국력과 비교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커지면서 한국인들이 국제사회에 많이 진출했고, 다른 나라 언어를 많이 습득해서 깊이 있는 정착을 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우리문학을 번역하는 작업이 자발적 또는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문학 번역 역량은 매일매일 성숙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적인 번역의 역사는 1930년대 박용철 시인에 의해서 처음 시작됐다. 이때, 박용철 시인은 괴테ㆍ하이네ㆍ릴케 등 독일 시인의 시를 번역했으며,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등을 번역했다. 하지만 이 당시 번역은 외국 언어로 되어 있는 문학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우리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문학을 외국 언어로 번역해 출간하기 시작한 것은 20년 안팎이다.
번역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원작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 둘째, 번역의 질이 원작의 수준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범사회적인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한다. 원작 수준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이지만, 원작은 작품 작성 상에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번역의 질이 원작의 수준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번역 과정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이러한 범사회적인 시스템을 구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대부분의 번역중인 문학 작품은 한국문학번역원의 도움을 받아 번역 중이다.
현재 번역가들은 200명 안팎이 활동 중이며, 대부분 외국 문학을 전공한 문학자들이다. 우리나라와 외국 동시에 연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으며, 번역가의 수는 상당히 유동적이지만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번역 작업에는 200자 원고지 1500매 내외의 소설을 기준으로 보통 2년이 소요된다.
번역을 하다보면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젓갈’과 같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단어를 외국어로 표현하기는 까다롭다. 이를 번역할 때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비슷한 문화권에서 단어를 가져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독자가 오히려 혼란을 느낄만한 문장은 불가피하게 제거하는 경우도 있으며, 작품에 사투리가 쓰인 경우, 해당 국가의 사투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문학 번역은 단순히 우리말로 된 문학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넘어선 창조적인 활동이다. 문학 번역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서 좀 더 진지한 문학 번역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